[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서울시극단의 장우재 작 김광보 연출의 옥상 밭 고추는 왜
- 공연명 옥상 밭 고추는 왜
- 공연단체 서울시극단
- 작가 장우재
- 연출 김광보
- 공연기간 2017년 10월 13일~29일
- 공연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관람일시 10월 20일 오후 7시 30분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세종문화회관(사장 이승엽) M씨어터에서 서울시극단의 장우재 작, 김광보 연출의 <옥상 밭 고추는 왜>를 관람했다.

장우재(1971~)는 배우, 극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이와삼 대표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대진대학교·수원여자대학·용인송담대학강사다. 2003 문예진흥원 연극부문 신진예술가 지원에 선정되고 2009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시나리오공모전에 <과녁>으로 최우수상을 받고, 2011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 희곡작가부문 선정되었다.

희곡으로는 <자스민 광주> <악당의 조건> <마당극-병신난장> <흰색극> <머리통상해사건> <열애기> <목포의 눈물> <지상으로부터 20미터> <여기가 집이다> <미국 아버지> <환도열차> 그 외 다수이고, 작·연출로는 <이 형사님 수사법> <7인의 기적> <그때각각> <차력사와 아코디언> <악당의 조건> <여기가 집이다> <미국 아버지> <햇빛샤워> 등 다수다. 연출작으로는 <덫> <영종도 36km> 각색 <시집가는 날> 각색·연출 <모퉁이 가게> <굿닥터> 그 외 다수 작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연출가 김광보는 서울시극단 단장이자 예술감독이다. 그가 연극을 만드는 방식이란 희곡을 성실하게 섬기면서 그 의미를 무대에 드러내는 것에 최종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는 텍스트를 꼼꼼히 읽으며 그 안의 인간들의 생각과 행위를 좇아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기에 그의 무대에는 언제나 배우가 중심에 있어 왔다.

희곡 텍스트에 대한 의미 부여와 작품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모하는 전업 연출가의 자유로움이 그의 연출 방식을 일괄할 수 있는 설명인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사실 비슷한 연배의 어느 연출가보다도 부피감 있는 굵직한 많은 작품들을 만나왔고 끊임없는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흔히들 세간의 평들은 김광보의 무대에서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인한다.

그의 무대는 정련된 배우들에게서 발산되는 집중된 에너지를 토대로 하며 연기와 조명을 철저히 통제하고 조정하며 자신의 의도대로 무대를 만들어 간다. 거기에 관객을 넘겨보며 그들마저도 자신의 의도로 끌어당길 수 있는 시야까지 갖춘 상태이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희곡을 진지하게 섬기되 거기에 결박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15년이 넘는 연출 경력이 만들어낸 희곡의 의미와 관객의 재미를 동시에 쫓는 그만의 전략이다.

1996 한국연극협회 선정 96년을 이끌어갈 젊은 연극인 연출 분야 1위, 1996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체육부), 1998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9 한국일보사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뙤약볕>, 2000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 2001 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인류 최초의 키스>,

2004 포항 바다국제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웃어라 무덤아>, 2004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올해의 예술상’ - 연극부문 우수상 <웃어라 무덤아>, 2007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비경연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삿포로씨어터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발자국 안에서), 2008 일본 타이니 알리스 페스티벌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9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연출상 <게와 무언가>, 2011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주인이 오셨다>, 201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12 제 49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2 대한민국연극대상 - 대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2 연극평론가협회 - 올해의 연극 베스트3 <그게 아닌데>,

2012 히서 연극상 - 올해의 연극인상, 2012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그게 아닌데>, 2014 PAF 예술상 - 연극연출상 <사회의 기둥들>, 2014 제 51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줄리어스 시저>, 2016 이해랑 연극상 등을 수상한 한국연극의 주춧돌이다.

일반적으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 옥상에 지피식물, 관목, 교목 등의 수목과 채소를 식재하면 강한 자외선과 열 그리고 산성비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며, 도시의 열섬현상을 줄여준다. 또 냉난방 에너지를 줄여주며, 대기 오염물질을 흡착시키어 도시의 공기를 더욱 맑고 푸르게 한다.

옥상에 생물 서식공간을 제공하면 자연과 어우러진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건축물로 경관적인 아름다움도 뛰어나도록 만든다. 옥상에 꽃과 나무 또는 채소 등을 심어 정원을 꾸미고 지상부의 정원처럼 휴식공간으로 사용한다면, 이 공간은 동식물에도 좋은 서식처가 되어주며, 콘크리트 주택가에 부족한 초록의 생기를 주고 무더운 여름밤 기분 좋은 바람과 함께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게 마련이다.

옥상의 고추 밭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연극에서처럼 늙고 의지할 곳 없는 여인이 다가구주택 옥상에 정성을 들여 고추 밭을 가꾸고, 고추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매달리자 그것을 따서 이웃에게 나누어 주며 일종의 보람 같은 것을 느끼고 살았는데,

짓궂은 이웃 방의 심술쟁이 여인이 밭주인 몰래 고추를 모조리 따다가 들키게 되니, 이 혼자 사는 여인에게 평소에 품었던 대로 업신여김을 발설하고 독설까지 퍼부으니 연로한 이 여인은 기절하게 되고 결국 후유증으로 해서 병원으로 실려가 죽게 되니 이웃의 공분을 사는 이야기다.

무대는 아래 위층으로 조성되고, 건물의 벽은 보이지 않는다. 건물 뒤쪽에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다가구의 방마다 식탁과 의자를 배치했다. 같은 크기의 공간이 서너 개 마련되고, 공간마다 방문을 달아놓았다. 건물 왼쪽에 통로가 있고 통로 왼쪽에도 방문이 달려있다.

 

옥상 오른쪽에 고추밭이 조성되고 왼쪽에는 부서진 의자들과 옷걸이가 보인다. 왼쪽에는 게시판이 있어 광고나 게시용지가 부착되어 있다. 건물 앞쪽에는 북돋은 단에 여자노인들이 앉아 부채를 부치고 앉았다. 부채 부치는 동작이 약속한 듯 일정해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건물관리인 같은 남자가 장면 앞부분마다 등장해 세입자에게 인사를 한다.

연극은 도입에 오른쪽 끝 방의 심술쟁이 여인과 가운데 방 청년이 부러진 옷걸이를 두고 옥상에서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첫 째 방에는 출근하는 아내와 실업자인 남편, 가운데 방에는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어머니와 취업준비공부를 하는 형 그리고 배우노릇을 하는 아우가 살고, 오른쪽 방에는 여상출신의 심술쟁이 부동산 투자를 하는 여인이 포동포동한 체구의 남편과 살고 있다.

복도 옆방에는 군복무를 하는 듯싶은 청년이 혼자 사는데, 첫째 방 여인은 출근을 할 때마다 집 오른 편으로 나가다가 되돌아 와 청년 방 앞에 서면 청년이 방에서 나와 오른편으로 가면 곧 자동차 움직이는 소리와 “됐어 빼, 나가”하는 소리로 비좁은 통로에서 승용차를 타고 출근하는 장면을 그린 듯싶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장면이 몇 차례 되풀이 되고, 관리인의 인사가 한 결 같이 되풀이 되고, 3인의 여자노인들이 나란히 앉아 부채질 하는 모습이 약속한 듯 역시 일정하게 되풀이 된다.

이윽코 옥상에서 심술쟁이 여인이 남몰래 고추를 모조리 따려하고, 이를 고추 심은 노 여인이 나무라는 듯싶으니 심술여인의 혹독한 욕설이 튀어나오고, 노 여인은 충격으로 기절한다. 최초로 옷걸이 문제로 심술여인과 다투던 배우청년이 이 광경을 목도하고, 심술여인에게 항의를 하지만 심술여인은 요지부동이다. 노 여인은 이 일로 해서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된다.

청년은 심술여인에게 노 여인에게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지만 심술여인에게는 청년의 소리가 당나귀 귀에 코란을 읊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다. 청년의 모친도 이 광경을 보고 오히려 청년을 나무라지만, 심술여인의 포동포동한 남편은 엄처시하의 인물임이 감지되듯 부인을 감쌀 뿐이다, 그러난 심술여인은 남편을 대하기를 자신의 애완견만도 못하다는 표정이다.

첫째 방 남자는 부인의 출근이후 노 여인이 병원으로 실려 간 사실을 알고 배우청년에게 공감을 표하지만 힘이 되어주지를 못하는 자신의 입장에 고개를 숙일 뿐이다. 결국 배우는 동료들을 동원해 심술여인은 사과하라는 피켓을 들고 집 앞에서 시위를 하게 된다.

시위가 여러 차례 되풀이 되지만 심술여인의 요지부동은 한결같다. 그러다가 노 여인의 사망소식이 관리인에 의해 전해진다. 시위자들은 시위 계속여부로 고민을 한다. 한편 첫째 방 여인은 원하던 일자리에 출근을 하게 되면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남편은 이를 받아들인다는 태도를 보인다. 여인이 출근을 한 후 남편의 번뇌와 허탈감을 들어내면서 무슨 비장한 일을 꾸밀 것 같은 행동과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심술여인의 애완견이 행방을 감춘다. 심술여인은 이로 인해 발광하듯 자신의 개를 찾는다. 남편도 당연히 개 찾기에 혈안이 된 듯싶은 행동을 보인다. 배우와 동료들은 심술여인이 사과를 하면 애완견을 함께 찾겠노라 공언을 한다.

그제야 심술여인은 무릎까지 꿇고 사과를 하며 애완견을 찾아 달라고 눈물까지 흘린다.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배우와 동료들이 어찌 행방이 묘연하 개를 찾겠는가? 이 때 첫째 방 남편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이 개를 승용차에 싣고 멀리 가 버렸노라 고백을 한다. 심술여인은 발악하듯 분노를 표하고 경찰에게 연락을 취한다.

경찰이 등장해 첫째 방 남편을 경찰서로 데리고 간다. 옥상 밭의 고추로 인해 벌어진 사건은 집 앞에 앉은 할머니들이 한결같은 부채질 장면과 출연자들의 아연실색한 표정에서 막을 내린다.

고수희가 심술여인으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기량을 다한다. 이창훈이 배우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유성주가 첫째 방 남편으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과 호연을 보인다. 최나라가 부인으로 출연해 힘든 직장여성의 표상인 듯 성격설정과 연기력에서 탁월함을 드러낸다.

이창직이 심술여인의 포동포동한 남편역을 경륜 있는 연기력으로 표현을 한다. 장연익이 부채질 할머니로 출연해 천역 스런 연기로 폭소를 자아낸다. 김남진이 역시 할머니로 출연해 기량을 드러낸다. 문경희가 고추 밭을 만든 외로운 여인 역으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의 동정심을 유발시킨다. 한규남이 모범운전자로 출연해 훤칠하고 잘 생긴 모습으로 모범운전사의 표상이 된다.

한동규가 건물의 관리인으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과 호연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백지원이 젊은 여인으로 출연해 단아한 모습과 성격설정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문호진이 모범운전사로 출연해 출중한 기량을 드러낸다. 구도균이 시위자로 출연해 볼륨 있는 몸매와 절제된 연기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송종현이 모범운전사, 강주희가 부채질 할머니, 박진호, 정대곤, 김유민, 신정웅, 장석환, 유원준, 이지연, 박 현 등 출연자 전원의 극의 흐름에 부합하는 적절한 연기로 극적분위기를 상승 조정시키며 공연을 성공으로 이끌어 간다.

 

무대 박상볼, 조명 김정태, 의상 홍문기, 소품 정윤정, 분장 장경숙, 음악 장한솔, 음향 김우람, 무디감독 장연희 그 외의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서울시극단의 장우재 작, 김광보 연출의 <옥상 밭 고추는 왜>를 연극성, 작품성, 시대성을 고루 갖춘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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