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대형 체인서점을 운영하는 남자와 작은 어린이 서점을 운영하는 여자가 온라인 대화방에서 우연히 만나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영화 '유브 갓 메일'이 21일 오후 10시 55분 EBS1에서 방영된다.

뉴욕에서 작은 어린이 서점 '모퉁이 책방'을 운영하는 '켈리'(멕 라이언)는 인터넷 대화방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호감을 느낀다. '켈리'는 동거하는 남자친구 몰래 그가 보낸 메일을 보는 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켈리'와 메일을 주고받는 이는 다름 아닌 맨해튼의 대형 체인서점 '폭스 북스'의 사장 '조 폭스'(톰 행크스)다. 그 역시 여자친구 몰래 '켈리'가 보낸 메일을 확인하는 즐거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들은 뉴욕에서 서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살며, 같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스쳐 지나가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조'와 '켈리'가 아닌 이메일 아이디 'NY152'와 'Shopgirl'일 뿐이다. 하지만 '조 폭스'가 새 체인서점을 '켈리'가 운영하는 서점 맞은편에 오픈하면서, '조'와 '켈리'는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티격태격 다툼을 벌이게 된다. 넓고 아늑한 공간에 방대한 서적, 깔끔한 인테리어에 에스프레소 커피까지 무료로 제공되는 폭스 북스의 등장에 모퉁이 책방 매출이 급속히 떨어지자 '켈리'는 'NY152'에게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는 고민을 토로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앙숙이 될 수밖에 없는 두 남녀가 이메일을 통해 서로를 따뜻한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역설적이지만 유쾌하다. '유브 갓 메일'은 타인의 일상을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이 된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케케묵은 PC 통신 시대의 사랑 이야기지만, 시대가 아무리 달라지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사랑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걸 일깨워준다.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은 '볼케이노'(1990년)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년)에 이어 '유브 갓 메일'로 세 번째 커플 연기를 펼쳤다. 노라 에프론이 연출했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전 세계적으로 2억 2,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는데, 노라 에프론이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모퉁이 가게'(1940년)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바로 '유브 갓 메일'이다. 원작에서는 제임스 스튜어트와 마거릿 설리가 고전적인 방식으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주고받는데, 노라 에프런은 시대에 맞게 편지를 인터넷 메일로 바꿨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으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SNS) 시대에 이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전화접속 모뎀의 아련한 접속음은 마냥 반갑기만 하다. 노라 에프런은 처음부터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을 염두에 두고 각색을 했다.

기본적으로는 로맨스 스토리지만 대형 체인서점에 잠식당하는 소규모 서점의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 '폭스 북'은 미국의 1위 체인서점 반스앤노블을 모델로 삼았다. 재미있는 부분은 1990년대 초반에는 반스앤노블 같은 기업형 체인서점 때문에 영화 속 스토리처럼 소규모 서점들이 줄지어 문을 닫았지만, 현재는 온라인서점 아마존닷컴과 전자책의 성장으로 기업형 체인서점도 점포 수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mir@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