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고가 많은 오늘날, '소설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할 때 흔히 소설이나 영화에 비유한다.

   
 

이 책, 소설 같은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쩜 이 소설이 소설 같은 이유는 대면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보편적인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든다.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가족'이라는 사회를 '모르는' 사람들의 집합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너는 모른다. 나도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속마음은 모르더라도 직업이나 직장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는 알 것이다. 그런데 그것조차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딸인 유지가 생활하는 모든 곳-집, 학교-을 함께 다니는 엄마 옥영조차 유지가 사라지고 나니 아이가 어디 있을지 짐작조차 못한다. 남편 상호가 무얼 하는지 모르는 것은 그들의 결혼이 사랑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기에 어느 정도 묵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관심하기 때문에. 반면, 유지는 옥영에게 매우, 아주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무한한 관심을 드러내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런데 관심을 가져도 역시 모른다. 가족이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모임에 대해 ‘모른다’라고 표현함으로써, 현실을 그대로 담아냄으로써, 작가는 전혀 알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격려를 하고 있는 듯하다.

*'너는 모른다'를 쓴 작가 정이현의 필명에 이는 '배나무 이(梨)'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작가는 ‘다를 이(異)’와 본명의 어질 현(賢)을 함께 써서 본래의 자신과 작가 정이현은 '다른 사람'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어쩜 그의 필명이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작가의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글] 아띠에떠 아니 artietor@mhns.co.kr 

아니 [부사]  1.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말. 2. 어떤 사실을 더 강조할 때 쓰는 말.  모두 공감하지 못해도 좋다. 설득시킬 마음은 없다. 내 삶에 나도 공감하지 못한다. 대학에서 문학평론을 전공하고, 언어교육학으로 석사를 마쳤다. 지금은 독서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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