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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대장 김창수' 조진웅 "'대장 김창수' 시사회까지 총 세 번 봤다"①에서 이어집니다.

※ 일부 기사내용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영화에선 체격이 매우 크게 나오는데?
└ 원래 내 체격이 남들에 비해 큰 편이다. 지금은 한 해가 지나갈수록 살이 빠지고 있다. (웃음) 실제로 그 분이 체격이 좋으셨고, 나와 비슷하다고 하더라. 주위에서도 싱크로율을 많이 언급하던데 감독님이 그 부분을 많이 고려하신 듯 했다. 그래서 아주 당당하게 촬영했다.

'당당하게 촬영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 내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 키나 덩치가 크다. 예전에 소극장처럼 작은 무대에서 연극을 할 때 나를 보면, 연출하시는 분들이 나에게 "너의 연기는 참 좋은데 조금만 뒤로 가라"고 해서 상처받기도 했다. 덩치가 크니까 나 스스로 굉장히 위축되는 면도 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한참 연기를 하다 보면 관객들이 뒷걸음치는 게 눈으로 보였다. 이번에는 아주 당당하게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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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보고회나 언론시사회 등에서도 역사관련 질문이 많이 오갔는데, 배우 입장에선 참여할 때 부담은 없었는지?
└ 섭외 전에 감독님과 단둘이 제주도에 간 적이 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부터 수많은 대화가 오가며 담판을 지으러 간 것이었다. 대화를 하면서 한 가지 확신이 들었던 건, 있었던 사실을 왜곡한다는 자체가 더 힘들 것 같다. 우리는 있는 사실 그대로 표현했다. 마침 언론시사회 때 한 분이 있는 그대로 담아 전달해줘서 고맙다고 하셔서 감사하게 느꼈다.

김창수가 옥살이하면서 공사에 참여했던 건 사실이다. 실제로 두 번 참여했는데, 첫 번째는 항만 공사였고, 두 번째는 철도 공사였다. 영화에서는 철도 공사만 이야기했다. 왜 경인선 공사를 끄집어냈냐고 했는데, 감독님이 대한민국 심장을 관통하는 철로 공사가 극 중 '강형식'을 비롯하여 많은 인물의 이야기가 실제로 자행되었다. 감독님 스스로 생각하셨을 때 순환의 역사가 아니었나 싶어 빗대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 영화 '대장 김창수' 스틸컷

관객 입장에서는  마지막 장면 또한 뭉클한 무언가가 느껴져서 좋았다.
└ 처음 설정은 탈옥 후 김창수가 거친 바다를 헤엄치는 것이었다. 인천 수용소이기에 감옥을 탈출하면 바다였기에 태양 아래 파도를 거스르며 헤엄치며 마무리하려 했다. 그 장면을 위해 수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데 완성본 마지막 장면으로 바뀌었다. 알고 보니 인천 앞바다의 조수간만 차가 너무 커 갯벌을 한참 걸어가야 하는 현실적 제약 때문이었다. (웃음)

나한텐 바뀌어도 별 차이 없었던 게, 둘 다 겨울에 촬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웃음) 바뀐 장면으로 찍을 때도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 일반 차량으로 산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없어서 군용차량까지 동원했었다.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기 전날, 숙소에서 크랭크업 기념으로 다른 배우들도 현장을 찾아왔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감독님 혼자만 낯빛이 어두우셔서, 작품이 끝나서 아쉬운 얼굴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촬영 못 할 지도 모른다고 하셔서 놀랐다.

▲ ⓒ 키위컴퍼니

백두대간 전체를 담아야 하는데 기상이 좋지 않아 조망권이 도무지 해결이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다음날 같이 정상에 올라가서 바라봤는데 하나도 안 보였다. 그래서 날이 풀릴 때까지 기다렸고, 동료 배우들과 크랭크업 회식 자리를 가졌다.

다음날 감독님이 날이 개고 있다며 갑자기 날 깨우셨다. 정상에 올라갈 때 인근 군부대 간부와 함께 군차량을 타고 올라갔는데, 그 분이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이렇게 좋은 날씨를 처음 봤다며 감탄했다.

정상에 도착했는데, 마치 CG로 구현했다고 착각할 정도로 경치가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 보이는 그 모습을 나도 살면서 처음 봤다. 경이로운 자연광경을 보면 사람들이 간혹 눈물이 난다고 하는데, 그걸 한반도에서 체험했다. '이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좋았고, 울컥했다. 그때 저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또한 발견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바뀌기 전에 순조롭게 촬영을 마치고 내려왔다.

▲ 영화 '대장 김창수' 스틸컷

사형장 끌려가기 전 죄수들과 인사하는 장면을 원테이크 촬영으로 수정되었다는데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
└ 지금에서야 말하는데, 이 장면에 대해서도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 정근 선배와 그 장면에 몰입해서 찍는데, 정근 선배 눈을 보는데 괜히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미치겠더라. 오랫동안 같이 촬영해서 그런지 동료 배우 앞에서 눈물 흘리는 게 서로 민망했다.

정근 선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마중 나오는 게 괜히 죽으러 가는 느낌이 들어서 그 자리에서 원테이크로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보조출연 하셨던 분들도 카메라에서 잘 안 보이는데도 계속 울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처음 봤다. 컷 사인이 이미 났음에도 출연자들이 계속 울고 있어 깜짝 놀랐다.

똑같이 같은 장면을 한 번 더 가는 데, 전 촬영분에서 다른 배우들이 슬프게 우는 모습이 나까지 자극해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 정도로 슬퍼졌다. 감독님과 "딱 두 번만 눈물 흘리자. 사형장 들어가기 전에는 안 울겠다"고 조율했다. 그런데 배우들을 보자마자 통곡하는 수준으로 눈물 흘려서 감독님이 당황하셨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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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김창수'를 포함해 올해 본인이 출연한 작품들이 유독 많이 개봉했고, 지금도 촬영 중인 영화까지 소화하다보면 바쁠 것 같다.
└ 이제는 바쁘지 않다. 지금은 작업 하나만 몰두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하다. 재작년 '해빙'부터 이상하게 시기가 몰려서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그 작품들이 하나하나 전부 공개되어 지금은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현재 나와 같이 작업하는 동료 배우들 중 일부가 지난해 내 모습과 같다. (웃음) 여러 작품 시사회 등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다른 거 찍으러 간다고? 열심히 해라" 식으로 놀리기도 한다. (웃음)

그러고보니 지난 '보안관' 언론시사회 때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야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현실이 되었다. 근데 재밌게도 극 중에서처럼 NC 다이노스와 맞붙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떤가? (웃음)
└ 정신없이 살았는데, 어느새 자이언츠가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내심으로는 '이번엔 우승할 차례인가?' 생각하기까지 했다. 다이노스와 작년 상대전적에서 겨우 1승밖에 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9승 7패로 앞섰다는 것에 기뻤다. 그동안 동생을 키워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웃음)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졌을 때, 이별 통보를 받은 기분이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더라. (웃음) 그래도 현재 1승 1패이기에, 남은 경기 다 이겼으면 좋겠다. (편집자 주 : 이 인터뷰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직후에 이뤄졌다. 그 이후, 롯데 자이언츠는 2승 3패로 NC 다이노스에게 준플레이오프에서 석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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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조진웅에게 '대장 김창수'는 어떤 영화인가?
└ 지금 생각해보니 '대장 김창수'가 야구로 치면 '9회말 투아웃' 같다. 자이언츠가 올해 후반기에 상승세를 탔던 이유가 역전승을 많이 거두었기 때문이다. 김창수도 9회말 투아웃과 비슷한 처지였다.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있다는 게 인생이 끝났다는 의미인데, 감옥에서 거짓말처럼 김창수의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지 않았느냐. (웃음) 그래서 야구팬들 사이에서 말하는 대사인 "야구, 진짜 몰라요"가 아니라 인생은 진짜 모른다.

이 이야기를 관객에 선보이는데, 관객들이 '대장 김창수'를 많이 보러 오는 게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존재했던 이야기를 다루었고, 나를 비롯한 참여자들이 의식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후대를 위해 김구 선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있고, 이를 다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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