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예술의전당 제작 테네시 윌리엄스 작 문삼화 번역 연출의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 공연명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 공연단체 예술의전당
-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
- 번역 연출 문삼화
- 공연기간 2017년 10월 18일~11월 5일
- 공연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 관람일시 10월 18일 오후 7시 45분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테네시 윌리엄스(1911~1983) 작, 문삼화 번역 연출의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를 관람했다.

1960년대 흑백영화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1932~2011), 폴 뉴면(Paul Newman, 1925~2008), 벌 아이브스(Burl Ives, 1909~1995)가 주연하고, 리처드 브룩스(Richard Brooks, 1912~1992)가 감독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를 관람한 이후 연극으로는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제작, 문삼화 번역 연출의 공연이 처음이다.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1911~1983)는 미국의 극작가다. 아이오와 주립 대학에서 극작을 공부하고, 그 후 희곡·시·단편 등을 썼다. 그의 작품의 무대는 그가 태어난 남부 지방이 대부분이며 그 곳에서 과거의 생활을 그리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슬픔을 시적으로 표현하였다.

대표작으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 <여름과 연기>(1948) <장미의 문신>(1951)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1955) <하늘에서 내려온 오르페우스>(1957) <청춘의 달콤한 새>(1959) <이구아나의 밤>(1962) 등이 있고, 양상과 형태가 다른 작품으로는 <카미노 레알>(1953) <지난 여름 갑자기>(1958) <밀크 열차는 이제 이곳에 서지 않는다> <작은 배의 위험신호>(1972) 등이 있다.

문삼화는 2003년 연극 <사마귀>로 공식 데뷔하여 10년 넘게 연출가로 살아온 베테랑이며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연출작품은 <잘자요 엄마> <뽕짝> <바람직한 청소년> <뮤지컬 균> <세자매> <일곱집매> <언니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너 때문에 산다> <쿠킹 위드 엘비스> <백중사 이야기> <Getting Out> <라이방> <사마귀>를 연출했다.

2003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베스트3, 2004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제3회 젊은 연출가전 최우수작품, 2005 서울연극제 연기상, 신인연기상, 2006 거창 국제공연 예술제 남자연기상, 2008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Nart)선정, 2008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09대한민국연극대상희곡상, 2013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여자연기상, 2013한국연극BEST7, 2013제1회 이 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최우수상, 2013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14제16회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의 배경은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한 집에 모인 떠들썩한 가족의 모습이다. 형 내외인 구퍼와 메이는 다섯 아이를 대동하고 곧 여섯째가 될 아이를 임신했다.

반면 동생 내외인 마거리트와 브릭은 학생시절부터 연애를 했고,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장 결혼한 젊은 부부다. 브릭은 한때 잘나가던 축구 선수였지만, 지금은 부상을 입은 채 스포츠 중계일도 그만둔 상태. 마거리트는 여전히 아름답고 조금은 앙큼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상냥하고 좋은 아내. 하지만 브릭과 마거리트는 아직 아이가 없다.

자수성가를 해 부자가 된 아버지의 65세 생일. 경사스럽고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는 은밀한 긴장감이 흐른다. 사실은 오늘이 아마도 아버지의 ‘마지막’ 생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는 그냥 경련증이라고 말해 두었지만 사실 말기 암을 앓고 있다.

따라서 이번 생일파티는 어쩌면 마지막으로 모든 가족이 모이는 자리가 될 것이고, 이 집안의 두 며느리인 메이와 마거리트는 아버지의 유산을 두고 사나운 고양이처럼 신경전을 펼친다. 메이는 자기네들은 아이가 많으니 농장을 물려 달라고 할 셈이다. 반면 마거리트는 아직 아이는 없지만 충분히 아이를 가질 수 있고, 또 아버님이 자신의 남편인 둘째 아들 브릭을 편애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연극의 주인공은 브릭과 마거리트다. 그런데 이 부부는 왜 아이가 없을까? 브릭에게는 학창시절부터 친구였고 같은 풋볼클럽에서 환상의 콤비로 활약했었던 ‘스키퍼’라는 친구가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한 친구사이가 아니라는 점.

그렇다고 해서 흔히들 상상하는 동성애 관계도 아니었다. 오히려 문제는 브릭이 너무도 진실하고 순결하게, 스키퍼와 우정을 나누었다는 데 있다. 그는 아내 마거리트와의 사랑보다 스키퍼와의 우정이 소중했다고 고백한다.

마거리트 또한 남편과 스키퍼의 관계를 잘 알고 있다. 브릭과의 말다툼 중, 마거리트는 무서운 사실을 고백한다. 자신보다 남편과 스키퍼와의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친밀한 관계에 견디다 못한 자신이 축구 시즌 중에 스키퍼에게 접근해서 다음과 같은 위험한 말을 했노라고. “세상 사람들이 말하듯 당신과 브릭이 그렇고 그런 관계가 아닌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와 동침해요.”

문제의 그 밤 이후, 스키퍼는 이 사실을 브릭에게 고백하고 결국 자살하고 만다. 브릭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로 마거리트와 동침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지막 생신과 유산 분배의 신경전을 펼치는 와중에, 마거리트는 브릭에게 외친다.

그때 자신과 스키퍼는 “우리 둘은 서로 상대방을 당신-브릭-이라고 생각하고 잤다”고 말이다. 이제 죽은 스키퍼를 제발 잊고, 늘 스키퍼와의 관계가 오해받지 않도록 방패용으로 내세웠던 살아있는 고양이 매기-자기-를 좀 봐달라고. 우리는 유산을 위해 지금이라도 아이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호소한다.

뜨거운 양철 지붕이란, 마거리트가 겪고 있는 현재 상황이다. 브릭을 사랑하고 있는 마음은 어찌할 수 없는데 정작 브릭은 자신을 돌아봐 주지도 않는 매정함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 마치 뜨거운 양철 지붕위에 올라앉은 고양이 같다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연극은 대단원에서 이 가정에 찾아온 극적반전에서 전환점을 이룬다. 이 연극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거짓과 허위의 또 다른 등장이다. 마거리트는 시아버지 앞에서 자신이 브릭의 아들을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대토지를 상속받게 되고, 잃었던 자신의 삶을 되찾게 되는 희망을 얻는다. 아버지로부터 아들의 2세를 축복받게 되는 것은 물론, 그동안 멀게만 있었던 남편의 사랑에 희미한 불빛이 다시 피어오른다.

 

연극은 도입에 마거리트가 아래층을 향해 소리치듯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되고 발과 발바닥을 붕대로 감고 지팡이를 짚은 남편 브릭이 등장한다. 그런데 아내를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얼음 보다 차갑게 느껴진다.

차례로 어머니와 형제부부 그리고 어린 손자손녀들이 등장하고, 가장의 65세 생일잔치를 준비한다. 불치병의 가장과 머지않아 죽게 될 가장인 아버지의 재산상속과 관련해 가족 간의 갈등이 부각되지만, 정작 브릭은 음주에만 몰두할 뿐 상속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니, 마거리트가 브릭 역할까지 대신 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가족과 가까운 목사와 주치의가 생일잔치에 참석차 방문한 상태이고, 드디어 가장인 아버지가 등장한다. 가장은 자신의 불치병을 모르는 듯싶다. 그러나 대화도중 복통으로 얼굴을 심하게 찌푸리는 것으로 병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브릭의 형은 여러 명의 자식이 있으니 당연히 자신이 재산상속자임을 주장하고, 어머니는 아버지 유고시 자신이 재산관리자임을 적극 강조하기도 한다.

철모르는 손자손녀의 재롱이 펼쳐지고,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켜면서 잔치는 겉으로는 절정에 이른다. 아버지가 시끄럽다며 가족을 아래층으로 보낸 뒤 아버지는 브릭과 대화를 한다. 부자의 대화를 다른 가족이 몰래 엿듣는 광경이 연출된다. 부자간의 대화로 아버지의 브릭에 대한 편애가 드러난다.

그러나 브릭이 자식이 없는 점이 상속에 걸림돌이 되는 듯싶다. 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가족과 목사 그리고 주치의가 다시 등장을 하고, 형은 문서까지 작성을 해 가지고 와 대를 이은 자식까지 있으니 자신이 확실한 승계자임을 강조한다. 마거리트가 돌연 다가와 상속관련서류를 발기발기 찢는다. 대 소란이 벌어지고, 아버지가 다시 등장을 한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이 불치병 환자이고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러한 소동이 펼쳐졌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신은 죽지 않는 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러자 마거리트가 아버지 앞에 다가가 자신의 임신사실을 알린다. 가족들은 놀라고 아버지는 기뻐한다.

그리고 브릭 부부에게 대토지를 물려주기로 약속한다. 아내 마거리트의 거짓말로 재산상속을 받게 된 브릭은 아내의 지극정성과 열정을 비로소 알게 되고, 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단절했던 아내와의 동침을 다시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아내에게 손을 길게 내미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마거리트와 브릭이 거주하는 대저택의 2층이다. 마치 방 귀퉁이에서 무대전체를 바라보는 형국으로 조성이 되었다. 객석으로 방 귀퉁이가 삐죽 나오고 천정은 반대로 배경 쪽으로 삐죽 나가있다. 방의 반대편 귀퉁이에 괘종(掛鐘)시계를 세워 두었다.

시계 오른쪽에 전등 스탠드가 보이고, 왼쪽은 방의 출입문이다. 침대가 사선으로 놓이고, 안락의자는 객석을 향해 놓여있다. 화장대, 책상 의자가 배치되고, 축음기도 보인다. 방 오른편에 술병 여러 개를 올려놓은 책상이 있고 전등 스탠드도 세워지고 책상 뒤로 복도에 의자가 놓여있다. 방모서리 양쪽 벽에 아치형의 커다란 창문이 각 두 개씩 있고 이방의 전체 벽면은 보이지 않는다.

배경 쪽으로 베란다 난간과 하늘이 보인다. 하늘에는 낮에 나온 달과 구름 그리고 극 전개에 따라 천둥번개가 치고, 불꽃놀이 축포가 터지는 것으로 설정된다.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출연자가 오르내리며 연기를 하지만 아래층은 무대 왼쪽에 계단만 있고 보이지를 않는다.

이호재가 아버지, 이정미가 어머니, 오민석이 형, 김지원이 형수, 이승주가 브릭, 우정원이 마거리트, 김재건이 주치의, 문병주가 목사, 어린이 강현중, 강두현, 최예린, 이나윤이 손자 손녀 역으로 출연해 열정과 기량을 다한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 박동우, 조명 정태진, 의상 장혜숙, 분장 이동민, 소품 송미영, 조연출 노준영, 음악감독 최인양, 사진 디자인 김 솔, 조연출 윤창재 등 스탭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드러나,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 제작,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원작, 문삼화 번역 연출의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를 연출가와 출연자 그리고 스텝진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우수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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