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연극집단 공외에서 작, 연출, 연기를 하는  방혜영대표를 만났다.

[▶]을 누르면 방혜영 연출과의 인터뷰가 실린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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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극집단 공외의 창단배경과 뜻은?

ㄴ나는 서강대학교 00학번이다. 입학하고 신입생 환영공연을 봤는데 그때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작품을 ‘신방연극’ 팀에서 올렸다. ‘홍도야 우지마라’ 내용이었는데 너무 재밌게 봤다. 이후에 학교 내에서 거기 철수 역을 맡았던 배우와 마주쳤다. 내 옆을 지나가는데 내가 너무 빤히 쳐다봤다. 그러니까 그 남자도 무안해서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아뇨. 귀여워서요.”라고 대답했다. 그때 내 옆에 99학번 선배가 나에게 “너 왜 그래! 93학번이셔!” 하며 나무랐다. 그 93학번 선배는 바로 이화룡 배우였다. 난 그 공연에서 그분의 연기가 정말 좋았고 그 배우 때문에 ‘신방연극’에 덜컥 입단했다. 그런데 가입 이후 배우 캐스팅에서 자꾸 떨어졌다. 담배 피우는 역도 해보고 싶어서 일부러 피워봤는데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신방연극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며 방혜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없다면 직접 단체를 만들어 보라고 02학번 후배가 날 부추겼다.

그때가 2003년 23살이었다. 그래서 연극집단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이름으로 단체를 만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름이 기니까 연극집단 ‘공포’라고 불렀다. 공포 연극을 하는 극단으로 오해할까 봐 ‘공외’로 줄였다.

 

Q. 현재 하는 일이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가?

ㄴ 직장을 다닌 경험이 없이 졸업 이후 연극과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유지해왔다. 지난달까지는 시각장애인분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수업 강의를 나갔다. 글을 많이 쓰기보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자서전이나 유서 한 장 쓰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같은 시각장애인들이지만 연령대나 수준에 따라 수업을 따로 준비해야 해서 좀 힘들긴 하지만 보람을 느끼고 있다.

평일 오전 7시부터 11시 반까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승강장 안전요원 일을 한다. 아침 일찍 아르바이트해야 연극 연습하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일도 재밌게 하고 있다. 주말은 신촌 거리에서 헌혈의 집 캐릭터(나누미) 인형 탈을 쓰고 홍보활동을 한다. 그리고 연습 없는 날은 시각장애인 활동보조일을 한다. 함께 쇼핑도 하고 수영장도 같이 다닌다.

▲ 헌혈의 집 홍보활동 중

Q. 연출가로서 본인의 목표가 있다면.

ㄴ나는 직접 대본을 쓰는 연출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가 ‘그냥’이다. 그냥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힘들어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느낌만으로 알 수 있기를 바란다.

 

Q.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ㄴ 작업했던 배우들과 많이 얘기하고 연습이 없더라도 평소에 자주 만난다. 주위에 자주 작업하는 사람들이 10명 정도 된다. 난 여백이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일본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 작품을 좋아한다. 하지만 배우들이 이해해야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배우들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더욱이 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수자들이 많다. 그런 얘기를 할 때 당사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나기도 한다.

▲ 플스 83회 게스트. 연극집단 공외 방혜영 대표

 

Q. 연극단체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

ㄴ 사실 연극집단 ‘공외’는 고정멤버가 나 하나인 1인 극단이라고 할 수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공외’로 극단 이름 바꾸면서 빌 ‘공’자에 바깥 ‘외’, 즉 바깥이 비어있다고 의미를 정했다. 우리 사회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바깥이라는 구분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대부분의 사회적 갈등이 ‘타자화’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성매매 여성이 될 가능성이 있었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성 소수자들도 원래부터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것을 사회에서 경계를 나누다 보면 갈등이 계속 생겨나는 것 같다.

그냥 방혜영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지만, 단체의 이름을 쓰면 이렇게 단체가 추구하는 목표를 개인이 아닌 공동의 책임감과 목표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방혜영 개인 작품에 어떤 배우가 참여해서 함께하는 거랑 연극집단 ‘공외’라는 이름으로 같이 참여하는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Q. 이번 권리장전에 참여하게 된 작품의 소개

ㄴ‘찾아가는 대통령 : 우리 집에 문제인이 온다!’
배우 다섯 명이 지지고 볶으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권리장전 2017 국가본색 11번째 작품인데 연우소극장에서 10월 25일부터 29일까지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11월 1일부터 11월 5일까지 소극장 혜화당으로 극장을 옮겨서 제2회 단단페스티벌 참가작으로 공연한다. 단단페스티벌에서는 수목금은 밤 9시, 주말은 6시에 공연하기 때문에 일이 늦게 끝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을 것이다.

▲ 연극집단 공외

Q. 올해 권리장전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ㄴ이런 페스티벌을 작년에도 알았으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나는 십 년 넘게 연극을 해 왔는데 작년 권리장전 공연 라인업이 꾸려질 때 몰랐다는 게 좀 서글펐다. 내가 다른 극단 공연 보러 다니기만 했지 다른 극단과 교류가 거의 없었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뒤로는 연극집단 공외로 참가할 수 있는 페스티벌은 꼭 신청하자 생각했다.

 

Q. 작품에서 대통령 이름을 문제인이라고 했는데 의도적 오기인지.

ㄴ‘문제인’이라는 표기는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부르기도 했던 명칭이기도 해서 고민하긴 했다. 그런데 정말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은 문죄인이라고 부른다. 이 작품에서는 정말 대통령이 가정집에 찾아오는데 그로 인해 잠재되어 있던 문제가 드러나게 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문제인이라고 표기했다.

 

Q. 원래부터 정치극에 관심이 있었는가?

ㄴ 사실 이번 공연은 정치극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두 명 이상 모이면 그때부터 정치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라는 단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정치극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주제와 소재가 명확하다면 장르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평소에는 소수자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다.

Q. 정권에 따른 사회변화를 느끼나?

ㄴ 그렇다. 하지만 처음 취임 두 달의 감동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한다.

Q. 연극의 사회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는지.

ㄴ 연극을 하는 것도 타 직업군과 똑같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세상을 잘 돌아가게 하는 길이고 사회적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아르바이트도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기쁘게 일하고 있다. 그게 다 사회적 기능인 것이다. 어떤 분들은 문화예술이 사회를 선도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공연이라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을 단지 즐겁게 해줄 수만 있어도 충분하다. 관객들을 일깨워야 연극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오만한 생각인 것 같다. 관객들이 이전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주제나 소재를 던지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정도로 나의 연극 작업에 의미를 찾는다.

▲ 플스 83회 방송을 마치고.

 

 
[글]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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