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서울시무용단 창작 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고전인 '로마오와 줄리엣'을 한국적 춤사위를 바탕으로 웅장한 대형 창작무용극으로 만든 서울시무용단은 오는 11월 9일과 10일, 2일에 걸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400여 년간 전세계에서 사랑받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번 창작 무용극을 통해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이 아닌 한국무용으로 다시 태어난다. 50여 명의 무용수와 함께 역동적인 무대, 부제인 '블루 벨'을 살린 청동종 등이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날 제작발표회는 30분 가량 프롤로그와 1막 1장, 2막 5장을 시연한 뒤 안무 및 연출을 맡은 김충한 연출과 함께 극작의 이병준, 작곡의 김태근, 로미오 역 무용수 최태헌과 송원선, 줄리엣 역 무용수 박수정과 이기양이 자리해 궁금증을 풀었다.

시연 장면은 흑과 백을 중심으로 한 깔끔하고 심플한 비주얼, 거기에 어울리는 정적인 느낌의 안무가 합을 이뤘다.

거기에 프롤로그의 영혼결혼식에서는 대규모 인원이 보여줄 수 있는 스펙터클한 느낌이 동반됐고 파리스의 욕망이 드러나는 2막 5장에서는 앞서와 달리 매혹적인 무용수들의 춤사위가 눈길을 끌었다.

김충한 연출은 인사말로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양 작품을 창작 한국무용으로 바꾼다는 게 큰 요지다"라고 작품 컨셉트를 설명한 뒤 "최근 힘든 시기가 있지 않았나 싶고 절실함을 느낀 게 사랑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견고한 사랑을 다룬 작품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닐까 했다"라며 굳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지금까지 주로 국내 고전을 다뤘는데 서양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게 된 이유나 제작하며 어려운 점은?

ㄴ 김충한 연출: 사랑에 대한 작품을 많이 한 편이다. 아무래도 이번 작품도 사랑 이야기가 주된 테마라서 제가 사랑 전문은 아니지만, 관객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게 사랑이 아닐까 했다. 셰익스피어 작품이지만, 서양의 전통과 한국의 전통성을 가진 한국무용이 만났다. 오리지널과 오리지널이 만나는 것을 통해 새로운 면이 발견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국무용을 입히며 각색되거나 새로 추가된 장면은 많은지. 어떻게 각색했는지 궁금하다. 오늘 보여준 건 흰색 배경과 검은색 의상이다. 한국적인 색채라면 기존의 화려한 오방색 등도 있는데 어째서인지.

ㄴ 김충한 연출: 제일 처음 보신 장면 말씀이신 것 같다. 작품 프롤로그로 두 사람이 죽고난 뒤 올리는 영혼 결혼식 장면이라 흑백의 이미지를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다음 씬은 안 보여드렸는데 총천연색이다. 한국의 소스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의상들이 사용된다. 한국무용을 서양의 컨셉에 맞게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의 태평무 등 우리문화, 한국무용의 소스를 담아낼 것이다. 한국적인 이미지는 충분히 가져갈 것으로 생각된다.

ㄴ 이병준 작가: '로미오와 줄리엣'이 워낙 유명하고 무대화도 많이 됐다. 그래서 처음 이야기 들었을 때 어렵다고 했다. 연출께서 사랑을 테마로 한 서양의 오리지널과 우리의 오리지널이 만난다고 했는데 사실 전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웃음). 기존 텍스트가 있는 작품을 무대화하는 건 잘해야 본전이란 인식이 팽배하기에 망설이는데 제게 뭐라고 하셨냐면 첫 째 원작 그대로 가겠다. 둘 째 무조건 쉬워야 한다. 그럼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나 싶어서 책 자체를 그대로 무용대본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아니더라. 세 번째가 '무조건 한국적이어야 한다'였다. 그래서 고민이 시작됐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작을 비틀지 않으면서 쉬운 것 까진 가능했다. 근데 그러면서도 한국적인 건 해결하는 방법은 기존의 김충한 연출이 무대에 올린 작품들을 참조하는 것 밖에 답이 없었다. 과거 정동극장 작품 등을 보며 거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기본 줄기, 등장인물은 원작대로 간다. 나머지는 연출의 이전 작품 보신 분은 짐작하겠지만, 몽환적이며 설화적 성격도 보일 거다. 대본에서 포커스를 맞춘 게 기존에 있던 작품들을 머리에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기존 작품을 중간 결산하는 '김충한표 서사극'이 되지 않을까 싶다.

 

ㄴ 김충한 연출: 무용이 타장르에 비해 대중화되기 어렵다. 그래서 너무 차별을 두고 덤비면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 조금 더 쉽게 만들고 소통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게 주된 요지였다.

이번 작품에 세종이 가지고 있는 파이프오르간이 등장한다. 북이나 한국적인 소스와 함께 대비, 긴장감을 준다고 했는데 작품 전반적인 음악이나 소감을 말씀해달라.

ㄴ 김태근 작곡가: 일단 이 작품은 음악을 만들 때 보통 무용 음악을 작곡할 때 곡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 춤을 만들었는데 이번엔 반대다. 타악기를 기준으로 안무를 먼저 연출한다. 제가 그 안무된 동작을 보며 곡을 붙이고 있다. 진행 방법이 좀 다르다 보니 처음 시작 때 로미오와 줄리엣을 어떻게 가자고 여러 논의를 했다. 작업하다 보니 막상 안무에 음악을 넣다 보니까 할 수 있는 재밌는 게 많아졌다. 이렇게 저렇게 채워가며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느 부분은 조금 더 서양적으로 갈까. 조금씩 결론이 나온 게 어떻게 보면 서양음악 같은데 어떻게 보면 한국음악 같은 스타일을 만들고 있다. 굿거리 등 한국 전통음악에 나오는 장단을 쓰고 있고, 거기에 서양의 오케스트레이션 등을 합쳐 좀 더 풍성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잡아주고 필요한 부분에선 한국적으로 다가가서 어떻게 보면 정말 재밌는 작품이 하나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번 로미오 역을 맡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최태헌 표 로미오'는?

ㄴ 최태헌: 작년과 재작년에 악역을 맡았는데 그 때는 선이 굵고 투박하고 거친 남자를 표현했다면 이번 로미오는 정반대되는 캐릭터다. 10대 소년의 감성으로 더욱 풋풋하고 어른이 흉내내는 게 아니라 맑은 영혼을 가지고 순수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

 

2010년 '백조의 호수' 주역 발탁 이후 많은 작품을 했다. '황진이'나 '백조의 호수'에서 팜므파탈을 잘 소화했다는 평이 있다. 이번 줄리엣은 어떻게 참여했는지.

ㄴ 박수정: '로미오와 줄리엣'은 익히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젊음과 사랑. 이별과 죽음이 다 담긴 작품이다. 그런 이야기와 모습이 결국 춤으로 보여진다. 말씀대로 기존의 작품에서 어떻게 했냐보단 다양한 모습을 보였기에 신중하게 접근 중이고 최태헌 무용수도 말했지만, 순수한 사랑이 가장 중요한 표현이 될 것 같다. 이 이야기의 시발점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에서부터다. 거기서 대립도 비극도 생기기에 사랑을 잘 표현하는데 포커스가 맞춰질 것 같다. 저희가 좋은 연출가를 모시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국무용으로 초연하기에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다. 또 단장님이 없는 시기에 정기공연을 올리는 거기에 무용단원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오랜만에 이기양 배우와 다시 만났는데 소감이 어떤가.

ㄴ 송원선: 사실 이기양 배우와 고향도 같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동문이다. 그래서 같이 작업하진 않았어도 고향에 온 기분이고 배려심 있는 파트너라 5년 만에 파트너하는데도 어제 같이 춘 것처럼 편안하다. 성격도 잘 맞고 춤도 발전하며 케미를 맞춰갈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서 행복한 작업을 하고 있다.

유일한 객원 주역이다. 서울시무용단과 첫 작업인지. 서울시무용단 간판 박수정과의 대결이 기대되는데.

ㄴ 이기양: 첫 작업은 아니고 '경성1930' 할 때 처음 객원으로 와서 두 번째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땐 제가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서 코러스 객원이었는데 이번에는 황송하게도 줄리엣을 맡게 돼 뜻깊고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저 혼자 객원이라 많은 부담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좋은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같은 역을 맡았지만 무용수는 각자가 해석, 표현이 다르기에 같은 역이어도 결과물이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은 만드는 중이라 차별점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9일이든 10일이든 양쪽 다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의 부제가 '블루 벨'이다. 작품 내에 어떻게 표현되는지? 또 요즘 무용극 신작이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서양 고전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워낙 많아서 '로미오와 줄리엣'만의 차별점,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짚어달라.

ㄴ 김충한 연출: 재해석에 대한 부분은 일부러 자제하면서 절제했다. 원작에 충실하려고 하니 또 우리나라 정서와 안 맞는 부분도 있어서 지금은 한국무용 위주로, 또 작품 내에 있는 소스들은 서양 작품이지만, 한국적으로 넣고 있기에 어떻게 다르다기 보다는 서양 작품 전체를 한국무용으로 바꿨다는 게 초연의 의의가 아닐까 싶다. '블루 벨'은 작품을 그냥 끌고 가기보단 어떤 매개체가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블루 벨(청동종)' 자체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거나 평화와 화합, 희망을 담은 이야기인데 그게 로미오와 줄리엣의 코드와 맞지 않을까 싶어서 담았다. 블루 벨 자체도 작품 안에 나온다. 무대에서 가장 큰 상징이나 특징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과 서양의 스타일을 어떻게 조절하며 음악을 만들었는지?

ㄴ 김태근 작곡: 저도 그 부분이 참 신기하다. 음악 없이 안무를 하셔서 보여주시는데 연출님과 여러번 호흡을 맞췄기에 좀 더 수월했을 수도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무슨 생각으로 동작을 만들고 연출하시는지 사전에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연습 전에 많은 대화가 필요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모여서 회의도 많이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음악 없이 안무가 나오는데 그때 보면 우리가 회의한대로 디벨롭이 돼있다. 그래서 노래 넣고 다시 한번 해본다. 디벨롭 과정을 살짝 설명해드리자면 예를 들어 특정 부분에서 북을 쓸지 팀파니를 쓸지 멜로디 라인에 바이올린을 쓸지 해금을 쓸지. 이런 식이다. 그래서 무용수 분들께는 죄송하게도 작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웃음). 하지만 만든 뒤 보면 무척 보람되고 즐거운 작업이다.

ㄴ 김충한 연출: 김태근 감독과는 20년 정도 됐다. 제가 시간이 긴 작품을 하며 작곡자를 바꾼 적이 없다. 그래서 서로 눈빛만 봐도 어떻게 해야겠다는 게 있고 회의를 잠깐만 해도 좋은 게 나온다. 또 여기서 음악이 들어올 부분이다 싶으면 음악이 들어와주고, 그래서 이런 소통과 호흡이 저희의 장점인 것 같다.

 

대략적인 시놉시스가 궁금하다.

ㄴ 이병준: 원작이 5일 밤 동안 일어난 사건을 5막으로 구성한다. 그래서 처음 제시한 대본도 5막 그대로 짰다. 지금은 2막으로 끝나고 등장인물도 대폭 줄었다. 크게 보면 로미오와 줄리엣 파비스, 세 사람이 이끌어간다. 원작처럼 만나는 과정보단 스포일러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기존 로미오와 줄리엣 작품들보다 파격적인 이야기가 될 거다. 가문 대 가문의 투쟁이라기보단 로미오와 파리스, 인물들을 콕 집어서 썼다.

ㄴ 김충한 연출: 가문 대 가문보단 인간 대 인간을 강조했다. 무용이니 설명보단 감정적인 부분을 보일 수 있게끔 했다.

최근 창작 무용극이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게 많은데 어떤 반면교사를 구한 것이 있나.

ㄴ 김충한 연출: 한국무용을 하면서도 이국적인 춤을 추는 걸 많이 봤다. 정동극장에서 한 작품도 지금보다 더 한국적이고 무용적으로 만들고 싶은데 저는 한국적인 것을 자꾸 빼기보단 덧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융합이다 콜라보다 이런게 너무 많아져서 좀 안타깝게 생각한다. 좀 더 한국적인 모습이 발전하면 좋겠다 싶다. 그게 오히려 관객들이 알아듣기 쉬울 텐데 자꾸 외국 걸 넣으려는 정서가 있다. 서양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 무척 한국적인 면모를 담아볼 생각이다.

관객 입장에선 제목만 보고 가면 당황할 수도 있겠다.

ㄴ 김충한 연출: 그래서 홍보가 나가야겠지만(웃음). '로미오와 줄리엣'이 한국무용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봐주시면 좋겠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우리 것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 싶게 만들고 싶다.

 

some@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