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배쓰맨'은 맛있는 부대찌개가 될 수 있을까?

부대찌개는 햄과 소시지, 김치 등을 다양하게 섞어 끓인 퓨전요리이자 매운 맛이 주된 한국 고유의 요리다. 쉬운 음식 같아보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밸런스가 중요하다. 뮤지컬 '배쓰맨'은 부대찌개 같은 작품이다. 한국의 독특한 '세신' 문화를 외국에서 건너왔지만 지금은 한국적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란 형식에 얹었다.

주된 시놉시스는 최신식 대형 찜질방 스파피아가 들어서며 점점 쇠락해가는 목욕탕인 백설탕에 새로운 신입 세신사 줄리오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백설탕의 뉴페이스 줄리오 역에 김지철, 한선천, 서동진, 20년 경력의 선임 세신사 최장남 역에 이시후, 김주호, 서승원, 강원도 출신 괴력 세신사 정귀현 역에 유은, 최석진, 백설탕의 3대 사장 민정기와 김상협, 비너스 역에 최미소와 전태경이 출연한다.

뮤지컬 '배쓰맨'은 우선 좋은 배우들이 눈에 띈다. 대학로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젊은 배우인 김지철을 비롯해 수준급의 무용 실력을 바탕으로 주연까지 진출한 한선천과 이시후, 김주호, 서승원 등의 베테랑이 고르게 분포됐다.

'세신(때밀이)' 역시 좋은 소재다. 목욕 문화는 여러 나라에서 제각기 형태로 발전해왔고 가까운 일본 역시 유명하지만, 한국의 세신 문화는 분명히 좋은 아이디어다. 아기자기하지만, 목욕탕 느낌이 확실히 나게끔 디테일을 챙긴 무대도 충분히 좋은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에서도 매력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심장에서 먼 곳부터 때를 밀어야 하고, 상체는 팔, 배, 가슴 순서로 미는 등 실제 세신에 대해 관객에게 유용한 팁도 전하며, 가벼운 코미디도 담기고, 차별과 편견을 이야기하는 점에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진 '배쓰맨'의 진국이 우러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좋은 재료들이 따로 노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이야기들이 하나로 얽히면서 기름칠이 덜 됐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각 장면 사이의 개연성을 희생한 느낌이 강하다. 특히 생활의 고수 방송부터는 앞과 다른 별개의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초반과 후반의 흐름이 달라지는 점은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초반 웃음, 후반 눈물'의 방식이다. 그러나 '배쓰맨'은 코드를 넘어서서 '하고 싶은 이야기' 자체가 달라진다.

초반에는 '웰컴 투 더 남탕'이라며 남탕의 비밀스러움을 엿보는 컨셉트를 유지하지만, 이는 곧 세신사의 직업적인 자존심 등과 엮여 의미를 잃는다. 자연스럽게 '남탕' 컨셉이 사라진 뒤 남은 건 '목욕탕' 이야기인데 '여자 세신사'는 다뤄지지 않는 PC(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함이 부족해지는 결과만 남는다.

게다가 줄리오에게 집중된 시나리오에서 '자존심만 남은' 최장남의 이야기, 정귀현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맛이 진해지기보다는 맑게 희석된 느낌이 강하다.

좋은 아이디어들이 하나로 모였을 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흔한 일이다. '배쓰맨' 역시 아직 덜 다듬어진 창작 초연 뮤지컬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 자체가 익숙치 않았던 점을 다룬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이 거짓을 말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있어 보이려고' 꾸미지 않은 솔직함은 극 중 대사만큼이나 작품이 가진 장점이다.

부대찌개는 본디 명품, 고급이기보다는 늘 우리의 곁에 함께한 음식이다. '배쓰맨'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한 쇼뮤지컬을 즐기고자 한다면 관객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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