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3일 오후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레오타드 안나수이)'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전막시연과 함께 간단한 기자간담회, 포토타임으로 구성된 이번 프레스콜은 13일 개막해 오는 28일까지 공연될 연극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연극 '레오타드 안나수이'는 2015년 ASAC B성년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성청제성, 빈부격차 등으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초상을 그렸다. 두산아트센터와 안산문화재단, 극단 돌파구가 공동제작했고 박찬규가 작을 맡고 전인철이 연출을 맡았다. 최요한, 안병식, 백성철, 김민하, 윤미경, 하현지, 유동훈이 출연한다.

이야기는 왕따 당하는 체육교육학과 지망생 희주가 여성용 레오타드를 입는 걸로 불안과 초조함을 해소하는 준호의 비밀을 알게되고, 그를 협박해 함께 체육 수행평가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그 속에서 등장하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컴플렉스, 입시의 압박감 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서로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한 것을 상징하듯 무대는 정사각형의 구역으로 나뉘어진 채 서로의 영역을 표시한다. 아이들은 결코 남의 영역으로 쉽사리 넘어가지 못하거나, 넘어간 속에서도 저마다 다른 감정을 품는다.

결국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는 극의 결말은, 성장이 곧 사건의 해결로 귀결되는 여느 청소년극과 다른 모습을 보임으로써 청소년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아야 할 화두를 던지기 위해 노력한다.

전막시연이 끝난 후 안병식, 백성철, 윤미경 배우와 전인철 연출이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좌측부터 안병식, 유동훈, 백성철, 윤미경, 김민하, 하현지 배우.

무대 디자인이 독특한데 의도와 활용 과정이 궁금하다.

ㄴ 전인철 연출: 철봉이 꼭 필요해서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다.
구조를 세워서 차갑고 외로운 듯한 느낌까지 철봉의 기능적인 면과 개별화되고 차가운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존재들을 무대 위에 세울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처음 수행평가 팀을 이뤘을 때 둘의 마음가짐이 어땠을까?

ㄴ 백성철: 제가 생각한 주노 입장에선 이런 똥을 밟다니 같은 느낌이었다. 수행평가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이 두 사람이 무언가 관계에서 발전이 됐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다. 그 순간의 짜릿함은 있었겠지만, 어찌보면 주노같은 경우엔 판교로 이사를 가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그래도 조금은 용기를 갖고 살아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ㄴ 윤미경: 희주는 아무도 자기와 하려 하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계기는 아니었지만 수행평가 자체가 희주에게 엄청 중요한 것이라서 짝이 생겨서 큰 수확이었다. 그런데 연습을 해보니까 외로운 희주에겐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 수 있는 친구가 생겼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청소년 극은 열린결말이나 밝은 면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청소년의 차가운 현실을 결말로 보여준 것 같다.

ㄴ 전인철 연출: 청소년들이 사실 별 생각 없이 학창시절을 보내는 것 같지만 대화해보면 세상을 차갑게 느낀다. 학생들도 세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해서 일반적인 드라마의 해피엔딩으로 가지 않았다. 또 하나는 연출자로서 주제와 연관이 있을 텐데 작년에 인공지능과 이세돌의 대결이 있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근미래가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느꼈다. 제가 생각해봐도 지금 중고등학생이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이 20년전 30년전에 배운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살아갈 시기는 우리와 전혀 달라질텐데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삶을 준비해야 하고 학생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모두가 크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저희는 거기까지 가진 못했지만 자기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소년을 그리고 싶었다.

▲ 전인철 연출.

청소년들이 아직은 레오타드를 입은(나와 다른) 친구들을 어려워할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ㄴ 백성철: 레오타드라는 걸 이번에 처음 봤다. 게다가 여성용을 입었는데 연습실에서 그걸 입고 나오는 순간 팀 분위기가 많이 경악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게 참 묘한게 입으면 입을수록 살과 하나가된, 편안한 일체감이 있다. 안산에서 공연했을 때 중학생 친구들이 처음에 제가 레오타드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객석이 들썩거릴 정도로 야유와 조롱이 터져나왔다. 저도 처음엔 기분이 무척 안 좋았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를 질문하신 것 같은데 그런 과정인 것 같다. 제가 제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가 익숙해지고, 어린 친구들도 공연을 보면서 경악했지만 그중에서 어떤 한명은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준호를 생각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 커밍아웃 하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그냥 탈의하고 나가면 됐을텐데. 그런 결심을 굳히는 부분이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ㄴ 전인철 연출: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웃음).

극중에서 엄청나게 운동해야하는데 실제로 훈련했는지.

ㄴ 윤미경: 공연 한 달 전부터 철봉 매달리고 그러긴 했다. 운동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거랑 이거는 다르더라. 실제로 집앞 놀이터에서 철봉 매달리며 시계 재보고 그랬다. 3년 전 초연 때는 사실 이정도로 못 매달렸다. 매년 체력이 점점 늘고 체중도 감량했다(웃음). 

 

레오타드를 처음에 입는다고 했을때 그거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

ㄴ 백성철: 작가 박찬규 씨가 저랑 동갑 친구다. 멱살을 잡았다(웃음). 연습때까지만 해도 사실 좀 장난스럽게 우리끼리니까 하고 했는데 실제로 관객을 만나니까 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더라.

안산에서 올리고 세월호 관련돼서 여러 작업한 것 같은데 연출가로서 사건 이후 느낀 변화가 있었다거나.

ㄴ 전인철 연출: 광화문에서 세월호 관련 농성이 있었고 거기 갔을 때 그 자리에서 한홍구 선생님을 만났고 거기서 노란봉투가 의미하는 손배가압류, 비정규직에 관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제게는 세월호사건과 노란봉투가 뗄 수 없는 순간에 저를 찾아온 것 들이다. 죽은 아이들의 부모가 대부분 안산공단에서 일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돼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된 것 같다. 저도 그 이후 청소년들에 대해서 여러가지 관심을 갖게 됐다.

 

문제의식이 있는 작품에 주로 출연하는 것 같은데 배우로서 작품 선택의 기준이 혹시 있는지.

ㄴ 안병식: 제가 굳이 문제의식이 있는 작품에 골라서 참여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된 것 같다. 선생님보단 젊은 친구들을 좋아하고 번역극보단 창작극을 좋아하고 상업극도 해봣는데 배우로서 좀 허하더라.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마무리 멘트 부탁한다.

ㄴ 전인철 연출: 이 작품이 관객이 많이 와도 돈을 벌 수 있는 공연은 아니다. 그저 많은 관객이 이 공연을 알고 공연장을 이번에 못 찾더라도 이 희곡이 널리 퍼지고, 청소년들이 이 연극을 공연하길 바란다. 학생들이 더 많이 이 작품에 대해 알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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