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한국메세나협회 A&B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현준 차장을 만났다. A&B팀은 Arts and Business의 약자로 기업과 예술단체를 매개하는 일을 주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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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메세나의 뜻과 메세나 협회의 연혁을 소개해 달라.
ㄴ 메세나의 어원은 고대 로마 시대 귀족이었던 마에케나스(Maecenas)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에케나스는 시인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등 예술가의 후원자로 유명했는데, 마에케나스의 프랑스식 표기가 ‘메센(Mecene)’이고 여기에 접미어가 붙은 단어가 mecenat(메세나)이다. 본격적인 유래는 미국 체이스맨해튼 은행 회장이었던 데이비드 록펠러가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 일부를 문화예술에 할당하자고 제안한 것을 계기로 1967년 미국에서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1994년 청와대의 전경련 회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제안으로 설립되었다. 이는 1990년 만들어진 일본기업메세나협의회를 벤치마킹한 것인데, 처음에는 경제 5단체 중심으로 구성, 운영되었고 사업이 본격적으로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故 박성용 명예회장님 때부터였다. 지금은 돌아가신 형님의 유지를 받들어 동생 되시는 박삼구 회장님께서 협회를 이끌고 있다. 이와 같은 메세나 관련 단체가 세계적으로 3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플스 80회 게스트. 한국메세나협회 박현준 차장

Q. 협회 및 A&B팀의 주요사업은?
ㄴ 협회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내가 속해 있는 A&B팀에서 추진하는 기업과 예술단체 간 매칭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과 협력하여 추진하는 문화사업팀 주관의 문화공헌사업이다. 문화공헌사업은 기업의 니즈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A&B팀 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 사업이다. 기업과 예술단체를 1:1로 맺어주는 프로그램인데, 크게 대기업 부문과 중소, 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예술지원 매칭펀드’로 나눌 수 있다. ‘예술지원 매칭펀드’는 대기업보다 자금 및 지원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사업으로 기업의 예술지원금액에 비례해서 국고지원금을 추가로 예술단체에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 사업을 통해 혜택을 입은 단체는 1,100개 정도 된다. 사업은 지난 11년간 시행했으니 연평균 100여 개 단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은 단체가 약 300개 정도고 중소, 중견기업의 매칭펀드를 통해 지원받은 단체가 약 800개다. 전체 지원금액은 지금까지 500억 원 이상이 된다. 평균적으로 연간 50억 원인 것이다. 단체 수로 따지면 대략 200개 이상의 단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혜택을 받고 있다.

 

Q. 외국과 비교했을 때 문화예술지원에 대한 국내 분위기는 어떠한가?

ㄴ 사실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예산은 외국 기업들과 비교해 적은 편이 아니다. 예를 들어 2016 전경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2조 9천억 원 수준인데 이는 기업의 세전 이익 대비 약 3.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본이 1.9%인 것에 비하면 1.7배가량 높은 것이다. 기업은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회적인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기업의 사회공헌금액 중에 문화예술 분야 후원금액이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통계가 없어 구체적으로 수치를 말하기는 힘들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해보면 기업의 전체 사회공헌비용 중 문화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3%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낮은 이유는 아직 문화예술을 여유 있는 사람들의 호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기업 또한 이런 눈치를 살피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Q. 문화예술단체가 기업후원에 대한 활동을 끌어내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ㄴ 우선 후원받고자 하는 기업의 성격, 관심 분야, 후원시스템 등에 대한 꼼꼼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단 문화예술에 지원했는지 과거의 실적을 알아봐야 한다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기업의 경우는 특정 예술 분야만 집중적으로 후원하는 경우가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클래식을 주로 지원하고 있고 크라운해태는 국악 분야, 교보는 문학 분야에 주로 지원하는 등 기업에 따라 장르 성격이 다르다. 또한, 기업이 어떤 목적으로 예술지원을 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순수한 사회공헌인지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마케팅 일환인지 임직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복지 차원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조금 더 들어가면 기업 대표의 취향도 알아두면 좋다.

 

Q. 기업들은 문화예술지원을 통해 어떤 효과를 얻길 바라는가? 그리고 특별히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ㄴ 기업마다 사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를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기업들이 예술지원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대략 말하면 금융권이나 유통업 등 소비자들과의 대면접촉이 많은 기업은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문화예술의 주 소비계층이 여성과 아동이기 때문이다. 또 지방에 사업장이나 공장을 가진 기업들은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공헌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 주로 중화학 분야의 기업들인데 지역사회에서 평판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트렌드는 기업이 문화재단을 직접 만들어서 지원 활동을 하는 것이다. 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서 사업 성격을 파악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Q. 외국과 비교했을 때 기업이 문화예술을 후원했을 때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어떤 것이 있는가?
ㄴ 우리나라는 문화예술을 비롯하여 복지, 장학, 의료, 스포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기부금에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공헌비용을 기업의 지출비용으로 인정하고 있고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분야 기부실적이 부진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국가 중 문화예술 분야 기부에 대해 가장 높은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나라가 프랑스이다. 프랑스는 문화예술 분야 기부액에 대해 40%를 환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즉 1억 원을 기부하면 4천만 원을 다시 국가에서 기업에 돌려주는 것이다. 이것을 ‘세액공제방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문화예술 분야의 기업지원이 높지 않으니 이런 방식을 도입하자고 건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정부 정책이나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 2016 기업과 예술의 만남 결연식_한국메세나협회

Q 기업후원을 잘 받는 팁에 대해.
ㄴ 후원결과와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작품은 잘 만들지만, 그 결과물이나 성과를 잘 포장해서 보고하는 능력은 떨어진다고 본다. 단순히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는 식의 평가보다는 후원기업에서 한눈에 효과를 파악할 수 있게 수치화해서 제시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Q 기업에서 문화예술 분야의 마인드를 기업경영이나 직원교육 등에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가?
ㄴ 최근 기업경영에 있어 창의성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많은 기업이 문화예술을 활용해 직원들의 창의력을 증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기업문화가 수직적이고 권위적이지만 예술가들은 자유롭고 창의적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경영에 도입해 부드러운 회사 분위기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며 예술계 입장에서는 이런 분야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문화예술을 도입해 기업교육프로그램으로 응용하는 기업의 노력을 예술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여러 프로그램을 제안한다면 문화예술 분야의 새로운 수익창출모델이 될 것이다.

 
[글]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MC.

 

 

 

 

 

 

 

 

 

Q 기업을 바라보는 예술단체들의 자세에 대해 언급한다면.
ㄴ 우선 문화예술에 대한 공공지원과 민간지원의 차이점에 대해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공공지원은 일단 배정된 예산을 어떤 식으로든 소진돼야만 한다. 반면 민간지원(기업지원)은 성격이 다르다. 기업으로서는 예술계를 반드시 지원할 의무가 없으며 지원을 한다 해도 꼭 문화예술에 지원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예술단체는 기업이 반드시 우리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고생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었으니 기업은 당연히 여기에 후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오히려 기업의 후원 의지를 감소시키는 부작용만 생기게 될 것이다. 사실 요즘은 그런 마인드를 가진 문화예술단체가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기업이 지원할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인지 기업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Q. 기업의 문화예술후원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가?
ㄴ 우리 협회에서 매년 우리나라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후원 현황조사를 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작년도 우리 기업들의 문화예술 분야 후원금액은 약 2천억 원 정도로 파악된다.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이 수치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늘어나는 비용 대부분이 기업들이 자체 설립한 인프라(공연장, 미술관 등) 운영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를 제외한 외부예술단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액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06년에는 외부단체에 대한 지원 금액 약 1,400억 원이었는데 반해 2015년 850억 원으로 감소했다. 줄어든 금액은 자체 문화예술 인프라 투자에 투입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기에 문화예술계도 전략을 바꿔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기업지원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하드웨어를 이용하거나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한 프로그램, 직원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 그것이다. 또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기업 후원 분야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명도가 높지 않은 군소 예술단체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플스 80회 방송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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