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지현 기자] 불투명한 시장 속 성공 신화를 개척해나가는 스타트업 CEO들, 그들을 집중 취재하는 '라이징 스타트업' 코너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카메라 앱 '구닥’(Gudak)'을 출시한 스크루바(Screw Bar) 강상훈 대표를 인터뷰합니다. 불편해서 매력적인 필름카메라 앱 '구닥'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세계 16개 국가에서 애플 앱스토어 전체 카테고리 1위를 기록한, 구닥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나봅니다.

▶ 진 행 자 : 이우람 (문화뉴스 MHN 편집장·마포 FM 100.7MHz 이우람의 트렌드피디쇼 DJ)
▶ 패 널 : 안태양 (푸드컬쳐 디렉터·서울시스터즈 CEO)
▶ 게 스 트 : 강상훈 (스크루바 대표)

 

마포 FM 근처 홍대에는 자주 오시는지

ㄴ 그림 보는 걸 좋아해서 갤러리에 자주 왔다. 최근에는 거의 방문하지 못했다.

강상훈 대표가 미술을 배웠다고 들었다

ㄴ 전공이 미술이다. 지금도 작가 활동은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 근황은 어떠한가

ㄴ 구닥(Gudak) 버그를 수정하고,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학 전문 미술학원 경영자로서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구체적인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ㄴ 안녕하세요? '구닥'을 만든 스크루바 대표 강상훈이다. '구닥'은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모방한 앱이다.

▲ 스크루바 로고

스크루바(Screw Bar), 도대체 무슨 뜻인가

ㄴ 영어로 'Screw up'이라는 숙어가 있다. '~을 엉망으로 망치다, ~을 나사로 고정하다'는 뜻이다. 기존의 틀을 뒤흔들고, 다시 나사로 고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구닥 출시 후, 주변 반응은 어떠한가

ㄴ 그런 꿈이 있었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낯선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다. 솔직히, 아직 그 광경을 못 봤다.

안태양 디렉터, 구닥과 인연이 있다고?

ㄴ 안태양: 조경민 스크루바 마케팅 이사와 인연이 있다. 앱스토어 유료 앱 1위 부문을 석권을 축하드렸는데, 브랜딩 고민에 빠져계셨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구닥 및 스크루바의 장기적인 브랜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 중이셨다.

구닥을 브랜딩할 수 있을까

ㄴ 저희가 따로 브랜딩을 할 수는 없다. 제품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간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구닥 앱 스스로 문화를 형성했다. 앞으로 그 방향을 어떻게 확장해나갈지 고민 중이다.

▲ 멤버 회의 모습 ⓒ 스크루바 제공

스크루바, 총 4명의 남자들이 모여있다고?

ㄴ 마케팅을 담당하는 조경민 이사, 개발을 담당한 채정우 이사, 제조 및 유통을 책임지는 최정민 이사가 있다. 최정민 님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조경민 마케터는 제가 운영하는 학원 제자였다. 어느 순간 미술을 그만두고 마케팅을 열심히 하더라. 계속 연락하며 지내다 합류하게 됐다. 제자 중 프로그래머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소개받은 개발자가 채정우 님이다. 4명이 꾸려진 건 2년 정도 됐다.

네 분 모두 본업이 있으셨다고 들었다

ㄴ 예술 작가들이 모이면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림만 그리고 먹고 살 수 있으면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만 그리고 먹고 살려면, 대중 시선에 맞춰 그려야 한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보다 팔리는 그림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픈 아이템을 진행하려면, 창업에 올인해서는 안 된다.
ㄴ 안태양: 동감한다. 여유가 없으면, 보는 관점이 너무 좁아진다.

구닥, 만드는 데 어느 정도 걸렸나

ㄴ 1년 6개월 정도 걸렸다. 각자 본업이 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진행했다.

출시일이 늦어지면서,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와 맞물린 것 아닌가

ㄴ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된 것 같다. 최근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 책을 소개하면서 '구닥' 어플도 입소문이 났다. 원래 tvN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인기를 끌 때, 구닥을 출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업무가 끝나지 않았다. 시기는 늦어졌지만 끝을 보자는 마음에 출시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놀랐다. 대중이 아날로그 감성을 요구하던 타이밍과 잘 맞물린 것 같다.

▲ ⓒ 구닥 페이스북

구닥,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었다. 홍보 전략이 궁금하다

ㄴ 구닥은 불편하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됐다. 제가 유학 전문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니, 10명의 학생들에게 구닥을 테스트해봤다. 한 학생이 하루 만에 구닥 룰을 깨버렸다. '이거 날짜 조절하면, 바로 볼 수 있어요'라고 말하더라. 그때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많은 고민이 들었다. 고민하다가 학생에게, '(그럼 차라리) 구닥 룰을 깰 수 있는 방법을 블로그에 소개해달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입소문이 났다.

그렇게 한국 앱스토어 1위에 짧게 올랐다. 요즘 동남아시아 등에서 한류가 열풍이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해외 팬들이, '이거 한국에서 인기 있대'라며 구닥을 소개해주셨다. 그 분들은 SNS 네트워킹이 잘 돼 있다. SNS를 통해, 해외 유저들이 구닥을 접하게 됐다.

해외 열풍은 기자분들의 역할이 컸다. 처음 한 매체에 우연히 구닥이 소개됐다. 그러면서 하입비스트, 엔가젯 등 유명 매체들이 구닥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BBC에서도 영상 인터뷰를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연락만 왔고, 아직 인터뷰를 해보진 못했다(웃음).

1년 6개월, 준비 기간이 예상보다 길었나

ㄴ 저희가 예상한 기간보다 2배 길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이 낭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러가지 생각이 모아지며, 아이디어가 산으로 가기도 했다. 결국 다 정리하고, 오리지널만 남기자고 합의했다. 그런 합의 덕분에, 현재 구닥 서비스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원래는 8~9개월 정도 생각했다.

어려운 점은 없나

ㄴ 사용자분들이 많다보니 오류 보고도 다양하게 들어온다. 그런데 팀 인원이 적어서 고객 응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약간 죄인 된 기분이 들었다. 인력 보충을 하면서 차차 개선해나가려고 한다.

그래도 앱 리뷰를 살펴보면 칭찬이 압도적으로 많다

ㄴ 그런 리뷰들을 보면서, 세상과 소통한다는 기분이 든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리뷰 댓글을 통해 대화하는 것 같다.

▲ 스크루바 제공

구닥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나

ㄴ 원래 아이디어가 많은 타입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주변에 얘기하고 다녔다. 친구들이 "아이디어보다 실행이 중요하다"고 답하더라. 오기가 발동했다. '그럼 (실행하는 걸) 보여줄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아이디어를 세상에 보여주고, 이 아이디어가 먹히는지 증명하고 싶었다.

학창시절엔 어땠나

ㄴ 창업을 꿈꾸진 않았다. 작품 생각만 했다. 저는 제가 만드는 서비스가 이윤도 중요하지만,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닥도 일종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ㄴ 안태양: '~스럽다'를 만드는 게 참 어렵다. '애플스럽다' 등, 브랜드가 자기만의 분위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강상훈 대표가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철학이 구닥에 녹아든 것 같다.

구닥의 엄청난 인기, 부담스럽진 않나

ㄴ 스크루바 차기작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다.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부담감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애쓴다. 원래 SNS를 개발하고 있었다. 개발자와 SNS를 만들다가, 투자 이야기가 나왔다. 투자를 받으려면 적어도 어떤 경험이 있어야 했다. '어플을 만들어 출시해본 경험이 있다'는 걸 내세우기 위해 구닥을 출시했다. IR을 위해 구닥을 만들었는데, 구닥이 더 커져 버린 케이스다.

인원 충원 계획이 있나

ㄴ 구닥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고, SNS 개발도 지속할 예정이다. 그때는 인력을 충원할 것 같다.

▲ 인터뷰 녹음 중인 강상훈 대표

학원 운영과 병행할 수 있을까

ㄴ 학원 운영과 스크루바 활동이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이 커지면 인큐베이터 센터가 생긴다. 인력 확보를 위해서다. 저는 큰 그림에서, 제 학원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학생 시절부터 봐온 친구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옥석을 제대로 가릴 수 있다.

도대체 왜 '구닥'이었나

ㄴ 불편함은 보통 꺼리는 것이다.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는 불편함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한다. 내가 불편해지고 내가 희생해야만 나아지는 부분도 틀림없이 있다. 결과물을 기다려야 하는 카메라 앱, 설레지 않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엄청 찍지만, 오히려 그 데이터가 정리가 안 돼 부담스럽다. 카메라 어플 옵션도 너무 많다.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 부담을 줄여드리고 싶었다.

안드로이드 유저는 언제 구닥을 사용할 수 있나

ㄴ 한 달 후를 예상 중이다.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들에게 팁을 준다면?

ㄴ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러려면, 생계가 걸려 있으면 안 된다. 상품에 명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돈만 목표로 한다면 누구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세상에 없던 걸 만들고 싶다거나, 사람들의 편의를 만족하고 싶다거나, 이런 명분이 있어야 세상이 편이 되어준다.

▲ ⓒ 비캔버스 페이스북

최근 인상 깊은 스타트업 회사가 있다면?

ㄴ 비캔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시리스 시스템즈'를 주목하고 있다. 제가 비캔버스 유저다. 구글 드라이브의 시각화 버전이다. 스크루바 및 학원 학생들도 모두 이 툴을 통해 소통한다. 솔직히 저만 알고 싶은 협업 툴이다.

마무리 인사 부탁드린다

ㄴ 어렸을 때 별명이 '거북이'였다. 거북이처럼, 꾸준히 신념을 이뤄나갔으면 좋겠다. 겁주는 주변인을 멀리하라. 실패도 못 하게 하는 사람이다. 

jhle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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