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인터뷰 ②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문화 人] 전예지 "남자친구는 빌리, 줄리안은 동경일 뿐"에서 이어집니다.

배우 전예지와 페기 소여 두 사람은 닮은 면이 많다. 실제의 나와 페기를 비교한다면?

ㄴ 저랑 연기하는 페기니까 저와 많이 닮지 않을까요? 전 사실 제가 왜 애늙은이라 불리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렇다고 제가 정말 취향이 독특한 것 같지도 않고요. 페기도 겉으론 밝아 보이지만, 속에는 여러 생각이 있겠죠. 어떻게 그런 생각 없이 혼자 뉴욕까지 왔겠어요. 페기는 저의 밝고, 데뷔에 성공했던 장면을 따서 만든 느낌이에요. 제 일부분이랄까요. 페기의 이후는 '프리티레이디'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얼마나 힘들지는 모르잖아요. 도로시처럼 될 수도 있고요. 저도 그 길을 걷는 중인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큰 작품으로 데뷔했지만, 험난한 일을 많이 겪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고요.

 

건강 문제 등으로 작품에서 하차한 적이 있다. '록키호러쇼'를 원 캐스트로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이제 그런 문제는 없는지.

ㄴ 저는 제가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체력이 안 되면 오기로 버틸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요. 사실 공연을 하다 중간에 그만 두는 것은 언제나 여러 가지 이유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알려지는 과정에서 제 건강에 대한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구구절절 사정을 이야기할 수도 없는 거고요. 지금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체력 좋고 힘 좋아요(웃음).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엔 더 어린 핏덩이여서 여기 저기 치이고, 많이 힘들었거든요. 큰 성장통을 겪은 것 같아요.

 

'록키호러쇼'에서 '인생캐'란 평을 듣기도 했는데 '콜롬비아'와 잘 맞았는지.

ㄴ 어디서나 그렇지만, 같이 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한 번 정도는 그럴 만도 한데 얼굴 붉힐 일 하나 없을 정도였어요. 정말 훌륭한 언니 오빠들, 멋진 창작진 보며 많이 배웠어요. 제가 잘 보이도록 만들어주신 거지 특별히 여기서 뭘 더하거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어한 건 아니었어요. 늘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오랜 시간 작품과 함께하며 여러 배역을 맡은 전수경, 최정원 배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배우 전예지도 페기가 아닌 다른 역이 탐난다면?

ㄴ 전 사실 줄리안 마쉬가 탐나요(웃음). 정말 매력적인 역인 것 같아요. 나이로만 따지자면, 제가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정말 많죠. 앞으로 애니, 메기, 도로시 모두 할 수 있으니까요. 기회가 닿는다면 선배님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서 저도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20년 동안 잘 버티고, 성장해야겠죠.

뮤지컬 배우를 꿈꾼 계기가 있다면?

ㄴ 잘 모르겠어요. 자연스럽게 그런 것 같은데 뮤지컬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것 같아요. 그것도 뮤지컬을 직접 본 게 아니라 '레미제라블' 10주년 영상과 '캣츠'의 오리지널 공연 영상을 봤는데 노래가 좋아서 그걸 따라하게 됐어요. 중간에 부모님이 공부를 하라며 반대하신 적도 있지만요(웃음). 예고가 아니라 일반 여중, 여고를 나왔거든요.

 

그렇지만, 13살 때 뮤지컬 '애니' 주인공으로 아역 데뷔를 했는데 일반 고등학교를 나오다니 의외다.

ㄴ 어릴 때는 외국에 살다가 한국에 왔어요. 내성적이고 한국말도 잘 못하니까 어머니가 절 연기학원에 보내셨어요. 그 덕분에 아역 배우로 뮤지컬까지 하게 됐죠. 그러다 중학생이 되자 공부를 하라고 하셔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뭔가 심심하고, 공부하고 싶지 않았어요(웃음). 그래서 이걸 계속 해야겠다 생각해서 연기 공부하고, 대학 준비를 했는데 '브로드웨이 42번가' 오디션에 합격하며 지금까지 오게 됐죠. 쉽게 갈 수 없는 자리에 쉽게 갔으니 데뷔 후에 힘든 과정을 겪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데뷔했거든요.

배우 전예지 역시 페기처럼 꿈꾸는 목표가 있다면.

ㄴ 정말 목표가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저도 '성공할 거야, 스타가 될 거야' 이런 꿈을 꿨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크게 보자면 이 일을 오래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채워야 할 것들을 채워야 하고요. 잠깐 뜨는 사람들은 많지만, 지금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함께하는 선배님들처럼 꾸준히 오랜 시간 존경 받고 사랑 받는 배우들은 많지 않잖아요. 결론적으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과연 '애늙은이'란 이야기를 들을만하다(웃음).

ㄴ 저보다 어린 사람을 이번 작품에서 처음 봤어요. 스태프 포함 총 막내였는데 앙상블에 장보람이란 배우가 있죠(웃음).

그럼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조금 아픔이 있는 배역에 마음이 가요. 더 섬세한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고요. 그래서 연기를 하고 싶을 수도 있어요. '록키호러쇼'나 '브로드웨이 42번가'처럼 큰 에너지를 쓰는 작품도 좋지만, 아주 작고 섬세한 연기를요. 대극장에서도 하려고 하지만, 모니터를 해보니까 연기가 아니라 얼굴도 잘 안 보이더라고요(웃음).

모니터할 때 느낀 자신과 오소연 배우와의 차이가 있다면.

ㄴ 그런 생각은 있었어요. 저는 페기와 비슷한 나이니까 일부러 어려 보이거나, 귀여워 보이려고 하기보단 페기의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언니의 페기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거에요. 공연을 보니까 모든 내용과 대사를 다 알고 있는데도 언니를 보면 웃음이 나왔어요. 저렇게 조금은 귀엽고 예쁘게 해도 사랑스럽지 않을까 싶었어요.

 

의상이 화려하고 예쁜 작품이다. 가장 좋아하는 의상이 있다면?

ㄴ 전 피아노 장면 때 입는 빨간 반짝이 드레스요. 나머지는 너무 타이트해요. 숨쉴 수 없어요(웃음). 사실 대부분 의상이 입기 무척 힘들어요. 실제 제 옷 위에 스타킹이나 마이크를 잡기 위한 옷 등을 합치면 다섯 벌 정도를 껴입고 있거든요. 다들 그냥 제가 하체비만인 줄 아실까 걱정이에요(웃음).

최근 꽂힌 취미나 쉴 때 하는 나만의 취미가 있다면?

ㄴ 저는 요즘 스트레스 푸는 방법, 저만의 취미를 찾고 있어요. 스트레스 받을 때 술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이 먹어서 살 찌면 다시 그게 스트레스로 이어지게 되잖아요(웃음). 다치면 안 되니까 어디 나가서 놀지도 못하고요. 물건이나 옷에 대한 욕심도 없어요. 액세서리를 안 하니까 귀도 안 뚫었어요. 요즘에는 스도쿠나 루믹스큐브를 해요. 다른 생각을 멈추게 해주더라고요.

 

향후 차기작 계획이 있다면?

ㄴ 올해는 거의 '브로드웨이 42번가' 지방 투어가 예정이에요. 내년 계획은 아직 없고 아마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아니라면 영화를 보거나 연습실에 갈 것 같아요. 작품이 없다면요(웃음). 일부러 쉬고 싶진 않아요.

마지막으로 '브로드웨이 42번가' 관객이나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ㄴ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정말 밝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어떤 준비 없이 편하게 오셔도 좋은 에너지를 받고 가실 수 있어요. 준비하는 저희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여드리는 작품이에요. 밝은 내용과 화려한 볼거리가 있죠. 그러니 즐거운 에너지 받아가시면 좋겠어요. 팬들께는 걱정 끼칠 일 없게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활동할 예정이니 잘 봐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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