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인터뷰 ①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기대가 생기는 배우 전예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시골에서 온 코러스걸 페기 소여가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브로드웨이 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다른 작품에선 보기 힘든 시원한 탭댄스와 1930년대 브로드웨이를 즐길 수 있는 쇼뮤지컬이다. 김석훈, 이종혁, 최정원, 배해선, 전수경, 김경선, 오소연, 전예지, 에녹, 전재홍, 이호성 등이 출연한다. 오는 10월 9일 서울 공연의 막을 내리며 이후 10월 21, 22일 대구를 시작으로 대전, 부산, 진주, 청주, 여수까지 지방 공연이 예정됐다.

배우 전예지는 실제 페기 소여처럼 19살이란 나이에 오디션에 합격하며 바로 '브로드웨이 42번가' 주연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또 첫 데뷔부터 신인답지 않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이후 '인터뷰', '로미오와 줄리엣', '록키호러쇼' 등에서 계속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페기 소여 역시 데뷔 과정에서 공연의 꿈을 그만두려던 좌절을 겪었던 것처럼, 그녀에게도 빠른 데뷔만큼 뒤늦은 아픔이 있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서는 연습까지만 참여하고 아예 무대에 서지 못하기도 했고,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추가 투입됐다 조기 하차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랬던 그녀가 직전에 출연했던 '록키호러쇼'에서 원 캐스트 공연을 '인생캐릭터'란 평과 함께 성공적으로 마친 뒤 자신을 배우로 만들어준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약 중이다.

천진난만하면서도 자신의 꿈이 확고한 페기 소여를 세 번째 만나며 그간 쌓인 경험이 더해져 섬세하고 진지한 '전예지의 페기 소여'를 선보이고 있고, '천재'로 불리던 탭댄스 실력 역시 뉴 버전에 맞춰 더욱더 업그레이드했다.

성장통을 이겨내고 배우로서 활약 중인 그녀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세 번째로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ㄴ 20살, 21살 때 이 작품을 했고 24살이 돼서 또 하게 됐어요. 데뷔작인 만큼 제게 의미도 있고 이 작품처럼 무대 위에서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또 있을까 생각했는데 춤출 때만큼은 신나요. 제가 어디 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중앙에서 춤을 출 기회가 또 있겠어요. 선배님들 역시 너무 함께하고 싶은 분들이셔서 원서를 내고 오디션을 지원했어요.

배우 생활하며 쇼뮤지컬에 더 맞는 성격이라고 생각하게 된 건지.

ㄴ 아직 '내가 어디에 맞다'고 할 정도로 길게 활동한 것 같진 않아요. 쇼뮤지컬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좋고 한 번 더 하고 싶어서 하게 됐어요.

몇 년 만에 다시 한 탭댄스, 몸이 기억하고 있는지?

ㄴ 처음부터 탭을 잘하지 않았어요. 춤도 못 췄고요. 20살 때 오디션 합격하고 6개월을 연습했어요. 10to10(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 12시간 연습을 의미하는 용어)만 3개월 하고, 발레도 기본부터 배우고요. 지금 너무 잘 지내는 조안무 언니가 저를 울려가며 했었죠(웃음). 저도 다 까먹었을 줄 알았는데 노래가 나오니까 자연스럽게 춤출 수 있었죠. 그때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부담감을 갖고 더 많이 연습했어요.

이전 작인 '록키호러쇼'에서도 너무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무대 위에서 재밌게 노는 연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ㄴ 두 작품 다 쇼뮤지컬이긴 하네요. 무대에서 노는 거 정말 좋아해요. 물론 연기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아요.

페기 소여는 이미 시골에서 브로드웨이에 필요한 춤을 모두 배워온 캐릭터다. 내가 생각한 페기 소여의 과거는 어떨지.

ㄴ 어떻게 보면 페기 소여는 생각 없이 사고를 일으키지만, 길에서 캐스팅되고, 또 주연이 다치며운 좋게 스타가 된 캐릭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도 조금 더 캐릭터를 살아있게 만들기 위해선 전사가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귀엽기만 한 아이는 아니에요. 더 귀엽게, 더 발랄하게, 너무 어른스러워 보여'같은 코멘트도 들었지만, 밝게만 표현하려 하면 페기가 너무 1차원적인 인물로 보일 수도 있고, 나름의 꿈과 생각이 있으니 브로드웨이로 왔을 테니까요. 발랄한 모습은 노래나 춤을 통해 보일 수 있으니 그 안에서도 나만의 길을 보여주자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인 페기 소여의 '길'이 있다면?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ㄴ 줄리안 마쉬도, 도로시 브룩도 어떤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지에 따라 같은 대사를 하더라도 캐릭터가 다르잖아요. 페기가 귀엽기만 하면 멍청해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스폰서가 뭐에요? 아빠요?' 이런 대사를 너무 해맑게 하면 그렇잖아요(웃음). 아무리 시골 소녀라고 해도 22살인데. 그렇다고 해서 또 너무 22살에만 맞추면 실수도 있겠다 싶어요. 저는 이제 24살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더 순진했지만, 22살의 저는 엄청난 고민과 나름의 심오함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귀여움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한 성인으로서의 모습에 집중해서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페기 소여를 보면 시골에서 살다 브로드웨이의 꿈을 안고 가방 하나 들고 올라온다. 본인의 데뷔 시절이 생각날 것 같다.

ㄴ 정말 생각 많이 나요. 정말 진지했어요. 19살 때였는데 오디션을 처음 보니까 원서에 써진 대로 레오타드를 준비하고 머리를 묶고 화장도 안 하고 책가방을 메고 갔어요. 갔는데 분위기가 뭔가 제 생각과 달라서 무척 당혹스러웠어요. 오디션장에 가니까 배우들끼리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하는 거 보며 '전에 무슨 오디션이 또 있었나?' 싶었죠. 오디션장에 들어가니까 심사위원이나 연출님도 막 웃으셔서 놀림 받은 줄 알고 오디션 끝나고 막 울었어요.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노래 배운 적 있니?' 하시니까 무슨 뜻인가 싶어서 막 혼자 진지해지고요(웃음). 그 시절의 저를 생각하면 페기는 얼마나 진지하고, 당황할까 싶어요. 그 때의 저를 귀엽다고 추억하기엔 사실 아직도 부끄럽고 창피해요(웃음).

이번 시즌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 번의 공연을 통해 변화를 몸으로 체험했을 텐데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ㄴ 비주얼 등의 부분에서 바뀌었다기 보다는 더 좋아진 거잖아요. 없던 장면도 생겼고요. 그런 장면을 직접 해보고 싶어서 오디션을 지원한 것도 있거든요. 피아노나 계단씬을 유튜브로 보며 '내가 저기 서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잘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어렵더라고요. 쉬운 건 없어요. 쉬운 건. 피아노 위에서 조명을 받으면 앞이 보이지 않아요. 꿈을 꾸곤 해요. 풀백을 하다 피아노 위에서 사라지는 거에요. 그럼 다시 기어 올라와야 하나? 싶고요(웃음). '록키호러쇼'도 원 캐스트라서 연습 시간이 부족했어요. 머리로는 엄청난 춤을 선보일 수 있을 거 같은데 막상 오빠들이 절 들어서 피아노에 올려주면 어깨도 긴장돼서 잔뜩 움츠려 들고, 호흡도 떠있고요(웃음). 덕분에 첫 1주일 정도는 '떨어지지 말자, 다치지 말자'만 신경 썼어요.

 

그럼 연습하다 다치거나 한 적은 없는지. 위험해 보이는 장면도 있는데.

ㄴ 사실 무대에 있을 때는 다쳐도 잘 몰라요. 씻고 집에 가서 보면 그제서야 '뭐지?' 하죠. 무대 위에선 긴장을 풀 수 없어요. 탭댄스를 많이 하니까 다친다기보단 몸이 상하고요. 앙상블 분들이 정말 훨씬 더 힘드실 거에요. 제가 제 발을 치거나 밟았을 땐 누굴 원망할 수도 없고요.

그렇다면 어떤 장면을 했을 때 가장 뿌듯한지.

ㄴ 아무래도 계단 장면인 것 같아요. 거기선 다 같이 누구 하나 실수가 없어야 하니까요. 나 혼자 잘했을 때보다 모두 함께 뿌듯함을 느끼는 게 좋아요. 또 계단이 겉으론 안 보여도 사실 많이 흔들리는데 뒤에서 스태프들이 직접 붙잡고 있는 거에요. 춤추는 우리는 그 흔들림을 느끼죠. 끝나고 나면 배우와 스태프 모두 뿌듯한 장면이에요.

 

백스테이지 투어를 보니 정말 한 편의 뮤지컬이 올라가는데 많은 이의 힘이 필요하다. 작품 속 페기처럼 배우 전예지도 함께 성숙해질 것 같은데.

ㄴ 20살 때부터 애늙은이 같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웃음). 정말 많은 스태프 분들과 함께 공연을 하는데 그분들께 정말 잘해야 하고, 또 믿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설사 무대에서 실수하고, 피아노 위에서 떨어지더라도 나를 안전하게 받아주겠지? 생각하죠. 백스테이지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조명을 받다 뒤로 가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뛰어 다녀야 해요. 그럼 스태프 분이 제 손을 잡고 함께 뛰어주시죠. 거기서도 다시 의상과 헤어를 손봐주고 다시 뛰어서 무대로 내보내죠. 안에는 전쟁터에요. 의상 퀵체인지 등이 무척 많거든요. 그렇기에 그분들이 저를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고 싶게끔 평소에 잘해드리려고 해요.

페기 소여와 줄리안 마쉬 사이에 애정전선은 없는지?

ㄴ 저도 궁금해요. 제 남자친구는 어쨌든 빌리거든요. 저는 줄리안 마쉬를 동경하는 마음이 커요. 많이 의지하고요. 남자로서 좋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대본에도 명확히 세 사람의 관계 설정은 없어요. 자칫하면 페기가 남자를 이용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는데(웃음) 저는 빌리를 남자친구로 생각하고 있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노래가 적은데 본인의 노래를 좀 더 보여주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은 없는지.

ㄴ 노래를 좋아하고, 항상 고민이 있어요. 시간이 나면 늘 연습실에서 노래해요. 노래를 좋아하고, 그만큼 욕심도 생기고요. 여기서는 탭댄스 컨셉트고, '록키호러쇼'에서도 노래보단 조미료처럼 톡톡 튀는 역이었으니까 노래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어요. 연기도 마찬가지고요. 예전에 '인터뷰'라는 작품을 한 적 있어요. 거기서도 극을 끌고 가는 역할은 아니지만 연기할 수 있는 모습이 많았거든요. 저는 그런 기회가 온다면 더 하고 싶어요. 연극도요. 많이 깨지겠지만, 한시라도 빨리 깨지는 게 좋지 않을까요(웃음). 또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작품에선 지금 할 수 있는 걸 잘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도 더 잘 보여주고 싶은 연기나 노래가 있다면.

ㄴ 페기 소여가 첫 등장해서 빌리를 만나고, 줄리안과 부딪치며 나가는 장면을 좋아해요. 엄청 의미 있는 장면이 아닐 수도 있지만, 첫 등장에서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첫 장면을 잘 만들고 나면 이후의 장면이 더 잘 굴러갈 수도 있고요. 그게 잘 안 되면 만회하고 싶어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요. 극 속에서 인물들과 첫 관계를 맺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문화 人] 전예지 "목표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some@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