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보다 3~4년 이후를 바라 본 지명권 행사

▲ 지명 이후 사진 촬영에 임하는 두산의 루키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불룸에서는 내년 시즌 신인으로 활약하게 될 선수들을 뽑는, '2018 제2차 신인지명 회의(이하 드래프트)'가 열렸다. 늘 그렇듯, 드래프트 현장은 어떠한 구단이 어떠한 선수를 뽑을지 알 수 없는, 상당히 역동적인 현장이다. 특히, 1라운드에서 다수의 즉시 전력감 선수들이 호명되면서 지난해 우승팀 두산은 전 라운드 마지막 지명권을 행사해야 하는 터라 더욱 더 집중력을 가져야 했다.

이러한 역동적인 공간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0번 지명권을 보유한 두산 베어스는 경기고 투수 박신지를 시작으로 투수 6명과 내야수 2명, 포수 1명 등 주로 투수를 지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5라운드 이후부터는 철저하게 3~4년 이후를 본, 전략적인 지명을 행사했다는 평가다.

두산 베어스의 드래프트 키워드, '포텐셜' 

지명 이후 두산 베어스 이복근 팀장은 "투수를 보강하겠다는 당초의 목표를 성취했다. 특히, 우리처럼 지명 순위가 낮으면 그에 맞게 지명 전략을 짜면 된다."라며, 지명의 변을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현재가 아닌 미래를 봤다는 점에서 올해 두산 드래프트의 키워드는 '잠재력' 하나로 정리해도 좋을 듯 싶다.

두산이 2차 1라운드에서 지명권을 행사한 이는 경기고 투수 박신지였다. 이미 지난해부터 150km의 속구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고, 올해에는 일찌감치 서울 지역 1차 지명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팀 전력이 썩 좋지 않아 올해 내내 고전하다가 봉황대기에 들어서야 8강전에서 덕수고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동문 선배인 이동현(LG) 못지 않은 빠른 볼을 선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도 '리틀 이동현/로켓 신지'다. 다만, 프로에서도 꾸준히 150km를 던지기 위해서는 하체를 조금 더 단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두산이 이번 드래프트에서 거둔 또 하나의 성과는 2, 3라운드에서 정철원과 김민규를 뽑았다는 것이다. 안산공고에서 김도규와 함께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정철원은 좋은 체격 조건에서 비롯된 빠른 볼이 일품인 유망주다. 특히, '꽃미남'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어 실력만 늘게 된다면, 두산 여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정철원 본인은 "인기는 조금 없어도 좋으니, 프로에서 야구 실력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라며, 당찬 각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파이팅이 좋아 본인이 던지지 않는 날에는 더그아웃에서 응원단장을 자처하기도 한다.

휘문고에서 안우진-이정원과 함께 '안심히 트리오(우리만 나오면 안심해도 된다는 뜻의 휘문고 에이스 3인방)'를 형성했던 김민규도 날카로운 볼이 일품인 유망주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기회를 부여 받으면서 144~145km의 빠른 볼을 던졌다. 임찬규의 휘문고 시절과 유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도 '리틀 임찬규'다.

5라운드에서 두산의 간택을 받은 경북고 좌완 배창현은 빠른 볼 구속보다 제구력이 강점인 투수. 커멘드 역시 빼어나 긴 이닝을 부상 없이 소화했다는 점도 주목해 볼 만하다. 다만, 프로에서는 힘을 길러야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 지난해 대구상원고를 이끈 에이스, 신준영(성균관대)과 비슷한 투구 스타일을 선보였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7라운드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은 인하대 투수 박성모는 일찌감치 한양대 좌완 최채흥(삼성 1차 지명)과 함께 대학 좌완 듀오로 유명세를 탔던 유망주다. 의외로 지명 순번이 밀려 두산에게 기회가 온 것이 행운이었을 정도. 힘 있는 투구를 할 줄 안다는 평가다. 8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대전고 신현수는 올해 내내 모교를 이끈 에이스 중의 에이스. '리틀 조상우(넥센)'라는 별명에 맞게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구가 일품이다. 다만, 조무근(kt)이 상원고-성균관대 시절에 그러했던 것처럼, 신현수 역시 빠른 볼 구속에 있어서는 크게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프로다운 육성만 받는다면, 향후 장민익과 함께 두산 좌-우 트윈 타워를 형성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9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신일고 투수 정우석은 철저하게 미래를 보고 뽑은 인재. 3~4년 이후에 완성형의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지녔다.

투수 7명에게 지명권을 행사한 두산은 4라운드와 10라운드에서 고졸 내야수를 뽑은 데 이어 6라운드에서 대졸 포수를 뽑았다. 야수 가운데 가장 먼저 호명된 대전고 유격수 전민재는 배지환(애틀랜타), 최준우(SK 지명), 정은원(한화), 한경빈(동산고) 등과 함께 올해 고교 유격수 톱클래스로 꾸준히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대전고 공격 첨병으로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으며, 내야 수비 역시 꽤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동국대 포수 이승민은 좋은 체격 조건에서 비롯된 장래성이 기대되며, 강릉고 내야수 권민석 역시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수비력이 일품이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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