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영화 '크림슨 피크'(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가 23일 오후 10시 채널 CGV에서 방영된다.

'크림슨 피크'는 사랑하는 남편 '토마스'(톰 히들스턴)를 따라 대저택 '알러데일 홀'로 들어간 '이디스'(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악몽 같은 환영을 겪으면서 저택의 주인 '토마스'와 그의 누이 '루실'(제시카 차스테인), 그리고 저택의 모든 것에 의문을 품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요정과 난쟁이, 거인 같은 초자연적 인물들이 나오는 동화와 로맨스가 담긴 고딕 소설에 공포라는 장르까지 잘 녹아 들어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에서 출발한 '크림슨 피크'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어릴 적 읽었던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과 셰리단 레파뉴의 고딕 소설 '사일러스 아저씨'의 스토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여기에 기존 델 토로 감독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에로틱함을 가미, 19세기를 무대로 한 고딕풍 판타지 스릴러로 틀을 잡았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판타지적인 세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감독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상상력의 실현이었다. 이를 위해 감독은 꼬박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나리오를 다듬고 세트와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거듭했다. 자신의 상상력을 단순히 CG로 만들어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딕 양식의 건축물과 빅토리아 시대의 미술, 로마네스크 양식을 구현해냄과 동시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괴하고도 음산한 '크림슨 피크'만의 세계를 창조해 낼 수 있었다. 

 

톰 히들스턴은 감독의 정교한 각본과 캐릭터의 '도덕적 모호함'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길예르모 감독이야말로 판타지 장르를 가장 잘 창조해내고 해석해 낼 수 있는 감독일 뿐 아니라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루는 가장 뛰어난 연출가"라고 밝혔다. 여기에 사려 깊고 과묵하며 세심하고 지적인 캐릭터이자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 해설자 역할을 맡은 찰리 허냄 역시 '퍼시픽 림' 이후 감독과의 두 번째 호흡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크림슨 피크'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생존과 더 나아가 사랑을 위해 싸우는 강한 여성들로 각각 빛과 어둠, 나비와 나방이라는 대조되는 특징을 잘 담아낸 미아 와시코브스카와 제시카 차스테인이다. 두 배우 모두 배역의 난이도에 관계없이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하며 스타덤에 올랐고 팀 버튼, 크리스토퍼 놀란, 리들리 스콧 등 언제나 거장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실제로 제작자 캘럼 그린은 '크림슨 피크'의 첫 리허설 현장에서 이들을 봤던 때를 떠올리며 "그녀들은 장면에 뭔가를 더하면서 연기했고, 우리를 놀라게 했으며, 캐릭터에 완벽하게 공감하고자 하는 열망이 그 자리에서 온전하게 느껴졌다"고 전한다. 

극 중 '이디스'를 연기한 미아 와시코브스카는 한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에서는 톰 히들스턴과 나와의 러브씬이 있었고, 그 장면의 촬영에서 감독은 연기자인 나보다도 오히려 더 긴장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러브씬을 더 무서워하는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톰 히들스턴, 미아 와시코브스카, 제시카 차스테인이 맡은 캐릭터들은 복잡한 심리를 가진 인물들이라 연기하기 제법 까다로웠지만, '디테일의 대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만의 '캐릭터 전기(Character Biography)'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연기가 수월했다고 입을 모았다. '캐릭터 전기'는 델 토로 감독과 작업하는 모든 배우에게 주어지는 선물이기도 한데, 여기에는 캐릭터의 탄생 시점부터 시작해 캐릭터의 별자리,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냄새, 옷차림은 물론 심지어 혼자 있는 시간에 어떤 음악을 듣는지까지 상세하게 담겨 있다고 한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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