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틀빅픽쳐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오 나의 할머니, 나문희 선생님" ① 에서 이어집니다.

※ 인터뷰 내용 중 일부 부분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박열'과도 그렇고, 이번 '아이 캔 스피크'에서도 그렇고 주연임에도 다른 배우와 조화를 잘 이룬다는 인상을 받았다.
└ 연기하면서 배우들 간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배우들과 연기를 통해 새로운 순간을 찾으면서, 만약 그들이 방향을 잡지 못할 때 내가 뭔가 같이 걸을 수 있게끔 만드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같이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작업이 매우 좋다. 그게 되어야 영화가 풍성하게 만들어지고, 주·조연을 떠나 누군가가 나를 통해 돋보일 수 있고, 누군가를 통해 내가 돋보이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화를 이루는 데 많은 생각을 한다.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

현장에서 여유가 많이 생겼다는 말이 듣고 있는데, 그렇게 된 계기는?
└ 군 제대 후 '시그널'에 참여했을 당시, 진웅이 형과 혜수 선배님이 스태프들과 어우러진 모습을 봤다. 주연배우로서 연기를 잘하는 것은 당연하며, 같이 단결해 이끌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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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주연 배우에게 기대하는 바에 맞춰 배우로서 할 일만 하는 것을 넘어, 같이 영화나 드라마의 작은 부분에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스스로 '이것이 내 작품이야'라는 의식을 갖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책임 의식 이외 같이 만드는 연대의식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경험해나가면서 유연해지고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

이전에 "작품을 선보일 때, 누군가의 해답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데, '박열'과 '아이 캔 스피크'를 보고 나니 이미 해답을 찾은 것 같다.
└ 영화를 보는 데 있어 사람들이 극장에 왔을 때 돈이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되어야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하지만 최근 작품들을 통해 영화가 만들어지는 의의나, 담긴 사회적인 메시지, 시간이 지나고도 이 영화가 좋았다고 언급되면서 많은 이들이 계속 자신의 이야기처럼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들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배우로서 할 일이 있을 텐데, 차별했었다는 자체가 굉장히 감사하다. 시사회에서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많은 생각을 들었던 게 나문희 선생님께 매우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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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과 '아이 캔 스피크'라는 사회적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연달아 하면서 사회적인 관심도 많아진 것 같다.
└ 하나둘 나이를 먹어가면서 작품 선택하는 데 있어 폭이 넓어졌다. 영화를 보는 재미가 일차적인 목표가 되겠지만, 의미 있는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역시 배우로서 자긍심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극 중에서 이제훈이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 전 부치는 장면이다. '옥분'이나 '민재'와 영재' 형제도 가족이 없기에, 세 사람이 만나는 게 마치 대안 가족처럼 느껴졌다. 옥분이 영어를 배우게 되는 사연 또한 영재의 질문을 통해 알게 되고, 마당에서 소원 빌고 하는 장면의 연결고리 역할이기도 하다. 또한, 할머니를 통해 동생에게 해주지 못했던 따뜻한 마음이나 가족이라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그 장면이었다.

사실 대본에는 동생을 바라보는 뭉클한 마음이 언급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감독님이 그런 감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셨다. 나도 동의했고, 그 장면에서 "너도 이제 초딩 입맛 졸업한 거야" 말하면서 옥분을 바라보는 마음 또한 뭉클했다. 그 외 옥분을 향해 "아~" 하는 것과 민재를 향한 옥분의 대답 또한 애드리브다. (웃음) 대본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감정의 순간들을 감독님이 끄집어내 주셔서 좋았다.

▲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컷

그 외 옥분이 산소에서 엄마 이야기할 때도 못 참겠더라. 오랜 세월을 지내오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가족에게마저도 외면받아왔던 옥분이, 청문회에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엄마 산소 앞에서 넋두리하는 게 매우 인상 깊었다.

'못 참겠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눈물을 뜻하는 건가?
└ 눈물일 수도 있다. 나문희 선생님은 그동안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의 모습으로 친숙하다. 하지만 선생님에게도 어머니가 있었을 것이고, 그런 표현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봤다. 가슴 아픈 이야기라서 찡했다.

언론시사회 당시, 상당수의 기자들이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렸고, 끝나고 박수까지 나왔다. 그만큼 눈물샘을 자극했었는데, 당신도 영화를 보고 울었는지?
└ 울진 않았고, 뭉클했던 순간이 있었다. 청문회 장면에서 그랬다. 그 장면에서 "하우 알 유?"라는 대사 굉장히 중요했고, 내가 워싱턴까지 촬영하러 간 이유가 그 대사 하나 때문에 갔다. (웃음) 영화 보면서 내가 내 목소리를 듣는데 짜릿함을 처음 느꼈다.

▲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컷

내 목소리가 들어간 "하우 알 유?"를 3번 듣고, 옥분이 힘을 얻고 미 하원들 상대로 이야기하는 게 귀에 하나하나 박히는 데 그 때 눈물이 났고, 이를 연기하는 선생님이 훌륭해보였다. 그 후 옥분이 감정을 추스르는 와중 일본 관계자들이 항의할 때, 일본어로 윽박지르면서 가운데 손가락 날리려고 하는 데 또 웃겼다. 곧바로 옥분이 자신의 동생 만나는 장면에서 쓰러질 것 같더라.

갑자기 떠오른 것인데, 극 중 '아영'의 고백을 민재는 받아주는 것인가? (웃음)
└ (웃음) 일방적이었던 게 재밌었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연기하는데, 현장에서도 많이 웃었다. (웃음)

'아이 캔 스피크'를 연출한 김현석 감독님은 어떤 분이신가?
└ 이준익 감독님 못지않게 많은 작품을 만든 감독님이다. 연출에 경험이 많으시고, 그 전에는 대본을 많이 쓰셨기에 영화의 골격이나 소재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분위기를 잘 조절하셨던 것 같다. 또한, 감독님만의 유머코드가 적재적소에서 환기하고 집중하는데,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못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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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 김현석 감독님 작품에 처음 출연하게 되었는데, 촬영하면서 퍼즐처럼 잘 맞아떨어졌다. 이런 행복을 진정성 있게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정이 증폭되어 촬영현장에서 신난다는 기분을 느끼는 경험도 해봤다.

영화관람 후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배우들의 분위기나 연기, 배우들 간 조합, 촬영기법, 편집, 음악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논하고 그런 걸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상하게 '아이 캔 스피크'는 이 작품만이 가진 진정성을 관통해서 따로 논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 매우 감사한 일이다.

지난번 '박열'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이번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 특별한 애정을 남긴다면?
└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화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획기적인 제품을 보고 놀라운 순간도 있지만, 우리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숙제에 이런 영화가 뭔가 강요하는 게 아닌 진심으로 느끼고 우러나와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거로 채워줄 수 있어 그 감정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가족애 영화를 했는데 촬영하면서 느낀 점?
└ 나 또한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힐링했고, 영화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섰으면 한다. 요즘 현대인들이 누구를 챙기기 힘들 정도로 살아가기 각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생존하고 계신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35분 남으셨는데, 이 영화 통해 위로받으셨으면 좋겠다. 그 외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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