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the hell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스페인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고야상'을 총 12번 수상한 감독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의 영화 '어 퍼펙트 데이'가 2015년 8월 스페인에서 개봉에 이어 21일 국내 개봉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 포스터는 시원한 듯 밝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완벽한 하루'라는 뜻의 '어 퍼펙트 데이'라는 제목에는 현진건의 고전소설 '운수 좋은 날'과 같은 반어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1995년 발칸반도에서 보스니아 내전 후, 여전히 전쟁의 후유증으로 가득한 시골 마을에 NGO 구호단체 요원인 '맘브루'(베니치오 델 토로)와 그의 든든한 조력자 'B'(팀 로빈스) 등 최정예 요원들이 투입된다. 언제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휴전 상황 속에서 마을의 유일한 식수 공급원인 우물은 거구의 시체로 인해 오염되어버린다. '맘브루'가 시체를 끌어올리려 하지만 밧줄로는 역부족, UN에 지원요청을 하지만 원칙이 우선이라며 황당한 이유로 거절당한 그들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밧줄을 구하러 나선다. 마을 사람들과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임무는 진행도 안 되고, 지뢰밭까지,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 속에서 그들은 팀으로서 어떻게든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생각하면 어떠할까? 밧줄을 구하기까지 그들이 겪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흐름으로 영화의 스토리는 진행된다. 

 
 

'B'는 극한 상황 속에서 유머러스하게 풍자와 허를 찌르는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겁 많은 신참 '소피'(멜라니 티에리)에 꼬마 '니콜라'(엘다 레지도빅)까지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웃음을 자아내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영화 '어 퍼펙트 데이'는 전쟁을 배경으로 어둡고 우울한 모습보다는 서로를 생각하고 힘을 합쳐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인간적이기도 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완벽한 하루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지기도 한다.

'어 퍼펙트 데이'는 단순히 반어적인 의미가 아닌, 긍정적인 마음으로 웃기도 하고 희망을 품고 끝까지 가다 보면 언젠가는 '화'가 아닌 '복'이 될지도 모르겠다. 러닝타임 106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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