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국 앱 콘텐츠 1위 석권한 비결은?

[문화뉴스 MHN 전서현 기자] 구닥다리의 사전적 의미는 여려 해 묵어, 낡고 뒤떨어진 사람, 사물, 생각 따위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의미가 첨단 기술력과 만나 한국을 비롯 홍콩, 브루네이, 대만 등 총 9개 국가 앱스토어 전체 카테고리 1위를 기록, 고유 사용자 42만 5천 명으로 집계된 핫 아이템을 탄생시켰다. 바로 지난 7월 출시된 아날로그 사진 앱 '구닥'이 주인공이다.

▲ 아날로그 감성으로 느림, 기다림의 미학을 IT 기술력에 접목, 취향 저격 사진 앱을 탄생시킨 스크루바의 '구닥'

4차 산업 시대에 놓인 현대인의 고독, 아날로그 감성이 정답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로 상징화된 4차 산업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고독하다. 인터넷을 통해 가상의 신체 확장은 비대해지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감성적 기반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첨단 사회의 풍요 속에 정신적 빈곤이 문제시되는 현대인에게 '구닥'은 그 이름만으로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현대인들의 심연 깊은 곳을 아날로그 언어로 노크를 한 순간이다.

사진 앱 '구닥'이 지닌 아날로그적 따듯한 감성은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과정에서도 켜켜이 쌓여있다. 구닥은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오마주한 아이템으로 한 번에 딱 24컷만 찍을 수 있다. 다시 사진을 찍으려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는 사진을 너무 쉽게 찍고 쉽게 버리는 것에서 탈피, 피사체를 발견하고 담는 과정의 가치를 살리려는 정신이 기반이 됐다.

인화하는 시간도 꼬박 3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지루함도 과거 사진관에서 필름을 인화하면 딱 3일이 걸린다는 것에 착안했다. 가족, 혹은 친구들과 즐거웠던 순간을 찍고, 필름을 사진관에 맡긴 후, 비로소 72시간이 지난 후에야 찾을 수 있는 그 시간 내내 사람들은 즐거웠던 순간들이 어떻게 사진에 담겨졌을 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렜다.

이 기대감과 설레임을 고스란히 '구닥'에 담아내고자 했던 제작진의 의도는 정확히 성공, 현대인의 취향 저격 사진 앱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사진 인화 시간을 3일로 정한 데에는 숨은 의도가 한 가지 더 있다. 작심 3일이라는 말도 있듯, 3일이라는 시간은 망각의 시간이다. 3일이 지나면 많은 기억이 잊히는데 그 전에 한 번 반복하면 장기 기억으로 저장이 된다. 이 이론은 이미 영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 사이에 적용, 단어 암기 시 3일이 지나기 전에 반복해주어 암기력을 올리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추억의 행복한 기억도 학습력을 통해 오래오래 기억하게 하려는 '구닥' 제작진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소소한 일상을 텍스트가 아닌 사진으로 기록... 현대인의  IT  일기장 '구닥'

현재 아날로그 사진 앱 사용자들의 SNS 후기를 살펴보면 "울 코봉이 순구. 구닥으로 찍었더니 완전 코봉이네요 ㅋㅋ 언능 이쁜곳 데려가서 찍어주고 싶어요!!"

"필름카메라 느낌이 충만한 구닥캠이 요즘 아이폰 앱스토어 최고매출을 달리고 있는 어플입니다 사진... 아이러니한 구닥 어플입니다 ㅎㅎㅎ 은근 느낌 있는 아이폰 사진"

"아이폰에 있는 유료어플 구닥 이에요 ! 순위차트에 1위라서 궁금했는데 연예인분들이나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사봤어요 !! 막찍어도 예쁘답니다 "

"구닥 첫롤 첫롤이라 그냥저냥 그렇네요 ㅋㅋ 익숙해지면 이쁘게 찍을라나 동네 걸어다니며 찍었어요. 필름 감기는 소리가 듣기 좋네요“

"필름카메라처럼 사진 한 롤을 찍고2-3일 지나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구닥카메라 어플! 요즘 감성사진으로 꽤 인기있는구닥카메라로 저희 매장"셰에라자드&q..."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아날로그  사진 앱 구닥이 일상을 기록하는 일종에 일기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의 순간 포착과 산책을 하며 소소한 경치를 담아내고, 셀카 등 생활의 필수품처럼 활용되고 있다.

또, 첨단 기술력으로 점 하나까지 세세하게 보이는 디지털 사진 보다 오히려 빛바랜 사진처럼 연출되는 것 또한 아날로그 사진 앱 구닥이 가지고 있는 매력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구닥이 거리의 미학에서도 성공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작품과 독자가 너무 가까우면 오독을 할 수 있으며 인간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가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구닥은 보이지 않는 세세한 잔주름까지 확인하며 지나치게 선명한 사진을 보는 것 보다, 빛번짐으로 인해 적당히 흐릿한 모습을 연출, 마치 신기한 옛날이야기로 들어가는 듯한 판타지를 자아낸다.

▲ 스크루바 강상훈 대표는 오는 24일 오후 7시 문화뉴스MHN 이우람 편집장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우람의트렌드피디쇼 - 라이징스타트업' 코너에 출연 프리토킹 형식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별별 이야기가 만들어낸 별난 아이템 '구닥'

대만, 태국, 마카오, 필리핀, 싱가폴, 말레이시아, 홍콩, 브루네이 그리고 한국을 비롯 총 9개 국가에서 앱스토어 전체 카테고리 1위를 석권하고 있는 아날로그 사진 앱 구닥의 탄생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고급 책상과 첨단기술력이 탑재된 노트북 그리고 각종 도표와 그래프가 인쇄된 기획안 등이 연상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마저 구닥은 피해 가는 반전을 보였다.

4명의 평범한 남자들이 주 1회, 카페나 식당에서 만나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구닥이다. 아이디어 회의라고는 하나 반절 이상은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소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더군다나 스크루바라는 단체명을 가진 이들은 각자 본업이 따로 있는 상태다.

대표로 있는 강상훈 씨는 압구정에서 국내 규모 기준 가장 큰 유학미술 학원을 경영하고 있다. 나머지 일원들은 강 대표의 동기 혹은 제자로 구성된 팀이다.

이들은 앞서 밝혔듯이 주 1회 우리가 목격되는 흔한 장소인 카페, 식당에서 만나 별별이야기를 나누는 수다를 떨고 그 속에서 번뜩이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발굴해내며 지난 시간을 통과해 냈다.

그 성실한 시간은 현대인들에게 색다른 과거의 향수를 운반하며 느림, 기다림, 정지의 미학을 선물하였고 벌써부터 이후 콘텐츠를 기대하게 하는 설레임은 일종에 사은품과도 같다.

지난 7월 출시 이후, 빠른 성장을 보인 구닥 열풍이 어디까지 성공 가도를 달릴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대인들은 구닥을 통해 일상을 포착하며 찰나의 순간에서 오는 행복감을 영원으로 간직하려는 희망을 열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로서 이보다 더한 미덕이 있을까?  이쯤 되면 앱 개발자로 조금은 생소했던 순수 미술학도였던 강 대표의 직업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아울러 이들이 만들어 낼 제2, 제3의 구닥이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한편, 강상훈 대표는 오는 24일 오후 7시 FM 100.7Mhz 마포FM에서 방송되는 '#이우람의트렌드피디쇼 - 라이징스타트업'에 출연, 구닥의 탄생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진솔하게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 방송은 푸드컬처디렉터 안태양(서울시스터즈 대표)이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다.  

jun0206@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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