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슬픈 사람들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야"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JPM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받은 영화 '시인의 사랑'(감독 김양희)이 14일 개봉했다.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디스커버리 섹션에 초청받아 상영된 이 영화는 김양희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영화 '똥파리'에서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었던 배우 양익준은 순박한 시인 '현택기'로 등장한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그는 마흔 살 나이의 시인이지만, 시를 쓰는 재능도 없는데 먹고 살 돈도 없고 정자 감소증까지 걸린다. 그런 그를 구박하는 아내 '강순'(전혜진)은 그럼에도 그만을 사랑하고 바라보며 살아간다. 무기력한 삶, 라면이나 먹으며 멍하니 있던 '택기'에게 '강순'은 한 도넛을 준다.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달콤함에 푹 빠진 그는 그 도넛 가게에 틈만 나면 가게 되고 시 구절도 줄줄 떠올린다. 새롭게 자극이 된 도넛처럼 그 앞에 나타난 아르바이트 생 '세윤'(정가람)은 그를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만든다.

제주도에서 찍은 영화라고는 하지만 일상의 모습을 담아내기에 특별한 제주의 맛을 보기는 힘들다. 말 그대로 사람이 살아가는 삶을 그린 것. 아마도 그렇기에 인물들의 감성이 더 돋보인다. 주로 건달 역으로 나온 배우 양익준이 헝클어진 머리칼과 더부룩한 수염, 뿔테 안경을 끼고 연기하는 무기력함, 순수함, 열정이 새로울 뿐이다. 맛깔나는 연기력으로 사랑스러운 아내 역을 맡은 전혜진도, 이들의 평범한 이상을 뒤흔드는 질풍노도 시기의 소년 역의 신예 정가람도 영화 '시인의 사랑'에 매력을 더해 넣는다. 

 
 

예고편부터 '퀴어 영화'로 알려졌던 '시인의 사랑'은 막상 퀴어적인 요소나 단정 지을만한 부분은 등장하지 않는다. 동성애라고 단정 짓기엔 그의 소년을 향한 사랑은 진짜 사랑이었을지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무기력하게 늘 같은 일상 속에서 살아가던 그에게 도넛 같은 달콤함과 신선함을 준 존재였기에 일탈하고 싶은 그들에게 있어 하나의 자극이었던 것은 아닐지. 그 또한 사랑의 종류 중 하나라면 '퀴어영화'라고 단언할 수는 있겠다. 어느 인물에 감정 이입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듯. 러닝타임 109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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