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불룸에서는 내년 시즌 신인으로 활약하게 될 선수들을 뽑는, '2018 제2차 신인지명 회의(이하 드래프트)'가 열렸다. 늘 그렇듯, 드래프트 현장은 어떠한 구단이 어떠한 선수를 뽑을지 알 수 없는, 상당히 역동적인 현장이다. 그 현장에서 어느 팀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지명권을 행사하느냐의 여부가 드래프트가 지닌 매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동적인 공간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4번 지명권을 보유한 한화 이글스는 야탑고의 에이스 겸 외야수 이승관을 시작으로 투수 4명과 포수 1명, 내/외야수 4명 등 투수와 타자를 5:5의 비율로 지명했다. 10명 모두 고졸 예정 선수로 뽑았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팀 사정을 감안하여 한 살이라도 어린 선수들을 지명하여 육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화 이글스 드래프트 키워드, '고졸, 그리고 리빌딩' 

드래프트 직후 이정훈 팀장을 포함한 한화 스카우트 팀은 "대만족이다. 사실, 북일고 감독 할 때 이후로 드래프트 현장을 처음 경험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지명 소감을 밝혔다. 또한, "1라운드 이후 순서대로 뽑아놓을 선수들을 리스트에 올려놓은 뒤 앞에서 타 구단이 뽑을 때마다 하나씩 지워나갔다."라며, 허심탄회하게 지명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화가 2차 전체 4번으로 선택한 유망주, 야탑고 좌완 이승관은 사실 투-타 모두에 재능을 보였던 인재였다. 선발보다 주로 마무리 투수로 나오면서 147km에 이르는 빠른 볼을 던지며넛 주목을 받았다. 일찍이 SK 와이번스 1차 우선지명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타자로도 나서면서 타율 0.280에 홈런포까지 가동한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지만 일단 한화에서는 좌완 투수로 지명했다. 좌완 투수들 중에는 가장 먼저 호명된 셈.

2라운드에서도 좌완 투수 선택은 이어졌다. 광주일고 투수 박주홍이 그 주인공. 1, 2라운드에 걸쳐 이승관과 박주홍을 무조건 뽑겠다는 이정훈 팀장의 의지가 그대로 맞아 떨어진 세이었다. 1학년 때부터 실전에 투입,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1~2학년 때에는 구속에서 크게 합격점을 받지 못했지만, 3학년 진학 이후 147km에 이르는 속구를 던지면서 주가가 올랐다. 이승관-박주홍 듀오 모두 한화 마운드 사정상 의외로 빨리 실전에 투입시킬 수 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한화가 5라운드에서 선택한 군산상고 투수 임지훈은 이승관과 마찬가지로 올라운더형 스타일의 선수다. 투수로 최고 142~3km의 빠른 볼을 던지기도 하지만, 타자로도 빼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모교 군산상고의 선전을 이끈 바 있다. 시즌 초반에는 재활로 인하여 긴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시즌 중반으로 갈수록 커멘드도 상승하면서 이닝 소화력도 상승했다. 경기 초반에 3루수로 투입되다가 중반에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등장하는 장면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8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순천효천고 투수 양경민은 올시즌 팀 성적 부진으로 크게 부각이 되지는 않았으나, 187cm, 88kg에 이르는 하드웨어가 보여주는 포텐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유신고의 속구 투수 김진욱을 지명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행운이 따라 준 결과였다. 지난해 가벼운 부상을 당하면서 주위의 우려를 자아냈으나, 이를 극복하고 올해 145km를 전후한 속구를 자주 뿌렸기 때문이었다. 김민(kt 1차 지명)과 함께 올해 유신고 마운드를 이끈 주역이며, 담력이 좋아 위기 상황에서도 자기 볼을 던질 줄 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몸집을 키운다면, 충분히 한화 마운드에 힘을 보탤 수 있다.

투수 지명 강세인 올해 드래프트에서 한화는 의외로 야수 지명 비율도 높였다. 가장 먼저 지명권을 행사한 인천고 유격수 정은원이나 충암고 외야수 이원석 모두 올시즌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던 인재들이었다. 인천고에서 리드 오프로 활약했던 정은원은 스카우트 팀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유망주로 향후 2~3년간 꾸준히 퓨쳐스리그에서 육성한다면 송광민 이후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외야수 이원석 역시 충암고 봉황대기 준우승의 주역인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 둘 모두 발 빠르고, 출루율이 높다는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

장안고를 이끈 포수 이성원은 사실 지난 시즌, 월드 파워 쇼케이스 참가로 큰 유명세를 탔던 유망주였다. 장타력은 이미 합격점을 받은지 오래다. 포수로서의 재능은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문제지만, 이정훈 팀장은 "타격 쪽 재능을 더 높게 보고 선택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단, 포수가 부족한 한화의 팀 사정상 대타로 기회를 부여받다가 주전 포수들의 상태에 따라서 백업으로 충분히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덕수고에서 리드 오프 겸 2루수로 활약했던 김민기는 좋은 손목 힘과 빼어난 주루 센스를 두루 갖춘 유망주다. 플레이 스타일은 정근우 판박이. 그러한 점 때문에 정근우 이후를 감안한 선택이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물론, 아직 고교생이기에 2~3년 정도 육성은 불가피하다. 9라운드에서 선택을 받은 서울고 외야수 정문근은 유정민 감독이 올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꺼낸 카드. 장타력도 일품이지만, 수비력 역시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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