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2일 유명 영화 원작의 주목받는 두 작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와 연극 '라빠르트망'의 제작발표회가 나란히 열렸다.

혹독한 연습을 겪은 '빌리' 다섯 명과 함께 7년 만에 돌아오는 '빌리 엘리어트'와 오지호, 김주원의 첫 연극 데뷔작이자 고선웅 연출을 비롯한 최고의 제작진이 준비한 '라빠르트망'은 올 하반기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대작들이다.

 

우선 오전 더 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작발표회를 연 '빌리 엘리어트'는 박명성 대표가 '2000년대 이후 최고의 작품'이라고 자신하는 대작 뮤지컬이다. 아카데미상 후보까지 오른 동명의 원작 영화를 토대로 영화 연출 스테판 달드리, 토니상 수상자이자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는 엘튼 존과 영국 최고의 안무가 피터 달링 등이 참여해 우리나라에는 로맨스 영화의 강자로 알려진 '워킹타이틀'이 제작을 주도했다. 2005년 초연 이후 영국에서 525만 명, 호주, 브로드웨이, 한국 등 5개 대륙에서 1,10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5개의 올리비에상, 10개의 토니상 등을 타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다.

한국에서는 비 영어권 최초로 2010년 초연을 올렸고 2년 가까운 아역배우 훈련 시스템 '빌리 스쿨'을 거친 다섯 명의 새로운 소년들과 함께 7년 만에 돌아오게 됐다.

 

1984~85년 영국 북부에서 일어난 탄광촌 파업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파업 시위에 열성인 아버지와 형, 치매 증세가 있는 할머니와 함께사는 소년 '빌리'가 아버지에 의해 억지로 권투 수업을 받게 되지만, 우연한 기회로 발레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한 아이의 이야기를 토대로 가정, 나아가 시대상까지 담아낸 '빌리 엘리어트'에 대해 해외 협력 연출 사이먼 폴라드는 "한 아이에 대한 공연이기도 하지만 가족, 공동체의 공연이기도 하다. 우리에겐 특별한 가족같은 공연이다. 관객 여러분도 공연을 보시면 가족이 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담고 있는 가치를 말했다.

 

이러한 가치는 성인 32명, 아역 27명 총 59명의 배우들에게도 잘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빌리에게 발레를 가르치게 되는 미세스 윌킨슨 역을 맡은 최정원은 "영국에서 직접 이 작품의 초연 프리뷰를 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 할 정도로 정말 감동받았었다. 이 작품을 하기 위해 10년 넘게 기다렸는데 저도 빌리처럼 꿈이 이뤄졌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박정자 배우 역시 "저도 살짝 오디션 봐서 뽑혔다"고 밝히며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빌리의 할머니 역을 꼭 하고 싶었다"며 '빌리 엘리어트'에 참여한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1년여에 걸친 3번의 오디션, 최종 선발 이후 7개월 가량 하루 6시간씩 발레, 탭,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스트릿, 보컬 등을 배우며 작품 속 빌리처럼 꿈을 향한 열망을 현실로 만든 다섯 명의 빌리(천우진,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 에릭 테일러) 역시 'Electricity' 넘버를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선보였다.

분명 아직은 조금 앳된 티가 나고 '멋진' 빌리보다는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빌리들이었지만, "지금 연습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열심히 두 배로 노력해서 형들과 같이 공연에 올라가서 최고로 멋진 무대 보여드리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에릭 테일러'의 말처럼 성장하고 싶은 목표를 지닌 소년들에게 3개월이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을 담은 시간인지는 11월 28일 시작하는 공연 때 증명될 것으로 보인다.

▲ 좌측부터 고선웅 연출, 장소영 음악감독. 배우 김소진, 김주원, 오지호, 조영규.

한편, 상대적으로 조용히 엘지아트센터 객석 1층 로비에서 제작발표회를 연 연극 '라빠르트망'은 원석같은 소년들을 찾아내 다듬는 '빌리 엘리어트'와는 달리 이미 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인물들이 모였다.

엘지아트센터와 극공작소 마방진이 공동제작한 '라빠르트망'은 연극계를 강타했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뮤지컬 '아리랑' 등을 통해 우뚝선 연출가 고선웅의 지휘 아래 각색을 도운 대학로의 블루칩 오세혁, 작곡 및 음악감독에 '라카지', '그날들'의 장소영,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 이원호 영상 디자이너, 류백희 조명 디자이너, 최인숙 의상 디자이너, 홍세정 안무가, 소품과 분장의 장경숙 등이 모였다.

▲ 진행을 맡은 루시앙 역 조영규 배우.

배우들도 화려하다. 배우 오지호와 무용수 김주원이 뱅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가 맡았던 '막스'와 '리자' 역을 맡아 데뷔 이후 첫 연극에 도전한다. 최근 '더 킹' 등에서도 활약하며 연극, 영화를 모두 아우르는 실력파 배우 김소진이 '앨리스'를, 장소연이 '뮤리엘'을, 조영규가 '루시앙'을, 이정훈이 '다니엘'을 맡고 조영선, 배보람, 김용래도 함께 호흡을 맞춰 연극 '라빠르트망'의 앙상블을 이룬다.

고선웅 연출은 "90년대 중반에 봤을 땐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였는데 다시 보니 무대에서 너무 매력적인 작품이 될 것 같고 20년이 지났는데도 의미있는 이 시대의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며 영화 '라빠르망'을 연극 '라빠르트망'으로 새롭게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 고선웅 연출.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직접 프랑스까지 날아가 원작자 질 미무니 감독을 만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몽마르뜨 언덕 밑에 맛있는 핫코초 집을 갔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며 당시를 회상한 고선웅 연출은 "사슴같은" 질 미무니 감독이 원작을 지키길 바란 부분 등은 전혀 없었다며 "쉽지 않을텐데 잘 해보라"고 격려 받은 일화를 꺼내기도 했다.

 

또 영화와 달리 공간과 시간의 한계가 있는 연극으로 만들며 변한 점을 묻는 질문에는 "연극은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영화는 필름에 담기에 플래시백 등이 자유롭고 씬을 붙여가며 밀도를 높이고 박진감 있게 시간을 넘기게 된다. 연극은 회상으로 가면 쭉 가야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연극은 멀티비전처럼 동시대에 다른 공간의 여러 사람의 생각과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정서를 볼 수 있어서 그 장점을 잘 활용하면 '라빠르망'이 가진 시간적인 개념을 동시성을 갖고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걸 꼭 한번 하면 매력적이지 않을까 했다"며 구체적인 지점을 제시했다.

배우들 역시 이러한 고선웅 연출과의 작업을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리딩하러 가는 것조차 즐겁다는 오지호는 "연출님께 20대 초반에 처음 연기할 때 배운 발성을 다시 배우고 있다. 무척 즐겁다. 제 문제를 딱딱 짚어주시니 거기에서 쾌감이 있다. 빨리 '막스'가 돼서 연기 잘하는 오지호로 거듭나겠다"며 기대감을 전했고, 김주원은 "저희 캐릭터가 영화에서 본 것과 사뭇 다른 느낌과 외모를 가졌지는데도 캐스팅 하신 것에는 어떤 철학이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해서 연출님이 원하는 바를 잘 들어서 표현하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대에 들어갔을 땐 완벽하게 연출님이 원하는 '리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다려진다"며 무용계의 베테랑답게 여유로운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충무로에서 '여자 송강호'로 불린다는 김소진 역시 "어제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정말 좋더라"며 "잘 이해되지 않았던 감정들을 많이 도움 받을 수 있고 연출님의 디렉션이 제가 생각치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해주셔서 그런 걸 많이 맡기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며 고선웅 연출을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고선웅 연출 역시 배우들의 장점을 잘 활용할 것임을 밝혔는데 단적인 예로 '리자'가 원작에서는 춤추는 장면이 한 장면이었지만, 연극에서는 '리자' 외의 배우들도 춤을 출 것이고 김주원의 '리자'에 대해 "춤추는 장면이 아주 많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나온 음악적인 부분도 빼놓을 순 없었다. "처음 극음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다시 음악을 다잡는 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힌 장소영 음악감독은 "때론 아주 담담하게 소심하게 때론 의외성을 가지고 진행하려고 작업했다. 앞으로도 많은 대화를 통해, 연습을 지켜보며 수정하려고 한다. 관객들이 라빠르트망을 보고 정말 독특한데 음악극을 본듯한, 노래가 없는 뮤지컬을 본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됐으면 하고 오래 여운이 남았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며 이번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 장소영 음악감독.

'시라노', '벤허', '나폴레옹' 등이 뜨겁게 달군 2017년 여름을 지나 이번 가을 관객과 만나는 두 작품이 어떠한 모양새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11월 28일부터 2018년 5월 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연극 '라빠르트망'은 10월 18일부터 11월 5일까지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some@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