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나 그 아일 살려냈어요. 난 그 아이를 사랑했어요"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영국 출신 작가 리즈 젠슨의 심리 소설 '비밀 규칙'(원제: The ninth life of Louis Drax)을 원작으로 한 심령 스릴러 영화 '나인스 라이프'(감독 알렉산드로 아야)가 2016년 미국 개봉에 이어 7일 국내 개봉했다.

주인공 '루이 드랙스'(에이든 롱워스)는 제왕절개로 힘겹게 태어난 후 끊이지 않는 사고로 인해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다. 생후 16개월 땐 갈비뼈가 전부 부러지고, 전기 감전이 되는가 하면, 살모넬라균 감염 등 다양한 세균에 의한 식중독에 걸리기까지. 한치도 앞을 알 수 없는 9살 소년 루이는 9번째 생일, 자신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숨긴 채 바다 절벽에서 떨어지며 또다시 죽음에서 살아나게 된다. 완벽하게 아름답고 가녀린 엄마 '나탈리'(사라 가돈)와 그녀에게 푹 빠져 결혼했지만 '루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받고 사라져버린 아빠 '피터 드랙스'(아론 폴). 혼수상태가 된 '루이'의 담당 의사 '앨런 파스칼'(제이미 도넌)은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결정적인 매개체 역할을 한다.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의 내면세계와 심리 현상으로 인한 왜곡과 비극은 영화 속 반전으로 충격을 안겨준다. 

 
 

* 영화 '나인스 라이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신데렐라 컴플렉스 (Cinderella complex)

신데렐라처럼 자신을 변화시켜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여성의 심리 현상으로 남성에게 의탁하여 안정된 삶을 살아가려는 심리를 일컫는다. 영화 '나인스 라이프'는 소설 '비밀규칙'을 원작으로 하지만 흐름은 약간 다르다. 소설에서 '나탈리'는 '루이'를 임신하게 된 계기가 강간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옭아매려는 수단으로 나온다. '피터'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나머지 아들 '루이'에게 헌신적인 엄마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 강해서였을까? 결국엔 환심을 사고 싶은 여자의 비틀린 마음이었을 뿐.

 

2. 구세주 컴플렉스 (Messiah Syndrome)

사람을 돕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심리를 나타내는 용어로 예를 들어 강한 여자보다 약한 여자에게 더 끌리는 증상이다. 자신이 불행하다는 감정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반대로 남을 도우며 자신은 행복하다는 강박적인 믿음이 발생하는 것이다. '루이 드랙스'는 자신이 겪는 사고들과 그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춰주는 감정을 나타낸다. 다른 의미로는 신에게 의지하며 신탁에 의해 결정된다는 광신적인 모습의 '메시아 신드롬'이라고도 불리우는 '구세주 컴플렉스'는 집단이나 구성, 혹은 연애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심리현상이다.

 

3. 뮌하우젠 증후군 (Münchausen syndrome)

타인에게 사랑, 관심, 동정심 등을 유발하기 위해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여 얘기하거나 행동하는 것으로 허언증 중의 하나이다.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자신을 자해하거나 병명을 꾸며내려하고 이러한 병명은 실제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영화 '나인스 라이프'의 '나탈리'가 겪는 뮌하우젠 증후군의 유형은 헌신적인 부모라는 말을 듣고 싶고 아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자신의 아이를 돌보면서 다른 사람들 몰래 학대하는 경우이다. '뮌하우젠 증후군'은 18세기 독일 낭만주의에 물들어있던 전형적인 한량 '카를 프리드리히 뮌하우젠'(Karl Friedrich Münchausen) 백작이 주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해보지 않은 무용담을 꾸며내는 것을 보고 루돌프 라스페(Rudolf Raspe)가 출판한 '허풍선이 뮌하우젠 남작의 놀라운 모험'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고 영국의 의사였던 리처드 애셔(Richard Asher)가 이 증상에 대해 명명하였다. 

영화 '혼스'(2014)와 '피라냐'(2010), 조 힐의 베스트셀러 소설 '뿔'이 원작인 '매니악: 슬픈 살인의 기록'(2012) 등을 연출한 프랑스 출신 알렉산드로 아야 감독의 색깔이 입혀진 '나인스 라이프'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오가는 미스터리 스토리를 신선하게 담아낸다. 관계의 무의식을 그려내는 영화로 미스터리 스릴러보다는 미스터리 드라마라는 장르가 더 맞을듯. 상영시간 108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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