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퇴역 장군에다 온갖 인종적 편견을 다 보여주며 자기 고집 속에 살아가는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야기를 다룬 '그랜 토리노'가 9일 오후 10시 55분 EBS1에서 방영된다.

젊은 시절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포드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다 이제는 은퇴한 노년의 '월트 코왈스키'는 세상만사에 심드렁하고 웬만하면 모든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가 유일하게 애정을 주고 아끼는 대상은 1972년에 포드사가 생산한 자동차 '그랜 토리노' 뿐이다. 단종되고 한때 잘 나가던 시절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현재 잘 나가는 일본과 독일산 자동차와 비교되는 그야말로 과거의 유산 같은 것이다. '월트' 또한 이제는 별 볼 일 없어진 과거에서 온 사람이자 과거에 발이 묶여 있는 사람이다.

그가 지향했던 '미국적인 가치들'은 이제 아득하게 사라져버린 뒤며, 동네는 슬럼화 돼 사람들이 떠나간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언제나 수다스러운 몽족 출신의 미국 이민자 가족들이다. 그들은 자꾸 '월트'를 귀찮게 구는데 어느새 그들 사이에 은근슬쩍 우정이라는 게 자리 잡는다. 하지만 그들을 노리는 갱단이 등장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밀리언달러 베이비' 이후 다시 한번 연출과 주연을 겸한 작품인 '그랜 토리노'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리는 '미국적'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말수는 적지만 굳건하고 단단한 바위 같은 얼굴에 무표정이 '월트'라는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영화가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이제는 다 지나가버린 '미국적'인 것들을 지키려는 노쇠한, 그러나 고집스러운 노인의 얼굴이 보인다.

특히 '월트'가 이웃집으로 이사 온 몽족 가족 중 한 명인 16세 소년 '타오'와 맺게 되는 관계는 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타오'는 할머니, 엄마, 누나와 살고 있다. '타오'에게 '남자'는 없다. 그런 '타오'가 '월트'를 일종의 롤모델로, 멘토로 삼고자 한다. 어느새 '월트'는 '타오'에게 당당한 '남자'로서 행동하고 생각하는 법과 자기 길을 개척하는 방편을 가르쳐주면서 자신의 쓸모를 자각하기에 이른다.

 

'월트'에게 죽은 아내와는 더 이상 만날 수 없고 자식들은 심리적으로 한참 멀다. 그런 그에게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자신 곁에 가까이 있어주는 이는 '타오'다. 이들 사이에 이상한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된 우정을 지켜보는 게 이 영화에서는 상당히 중요하다. 이는 많은 관객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생 영화로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종종 노골적으로 때론 은밀하게 미국이 타 민족, 인종, 종교를 향해 갖는 차별의 시선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복잡한 윤리적 문제를 건드리는 방식의 연출을 선보인다. 현대 미국 사회의 폭력에 대한 차가운 통찰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형식의 미학보다는 스토리텔링 속에서 인물들이 저절로 살아 움직이게 하는 방식으로서의 영화에 있어서는 이스트우드는 분명 놀라운 재능을 지닌 작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현재 2015년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리스트 공격을 다룬 '더 15:17 투 파리'를 준비 중이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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