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허물' 중, 게이코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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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고나서 보니까, 그걸로 충분히 재밌었어!"

허물을 벗는 아버지가 있다. 실직에, 이혼에, 40대 아들은 위태롭기만 하고, 그런 아들의 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다. 이제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노쇠한 노인. 그가 여섯 번의 허물을 벗으며 점점 젊어진다. 40대의 아들이 마주한 젊어지는 아버지는 충격이었다. 아버지도 이런 고민을 하며 살아왔구나, 아버지도 나와 같은 한 삶의 주체였구나, 하는 새삼스런 깨달음이 밀려오는 것이다.

여섯 번의 허물을 벗는 아버지 외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람이 있다. 아버지와 수십 년을 동고동락했던 어머니다. 어머니 게이코는 젊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아들에게 고백한다. 남편과 살아가는 동안은 참 힘들었지만, "끝내고나서 보니까, 그걸로 충분히 재밌었다"고 말이다.

끝내고난 자의 여유랄까. 부러웠다. 한 사람과 열렬하고 치열했던 삶을 살아내고 난 게이코는 그 무겁고 힘겨웠던 시간들을 가볍게 내뱉는다. 시간은 계속 흐를 것이고, 우리들의 시절 또한 지나가고 말 것이다. 아무리 치열했던 순간도 지나고 보면 유쾌할 수 있듯이, 지나간 세월은 모든 무게를 가벼이 만든다. 무거움이 가벼워지는 순간을 바라는, 현재 모든 고단함을 치열하게 버텨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응원한다.

끝, 그 이후의 순간, 가벼이 고백합시다. "재밌었다"고.

  * 연극 정보
   - 연극제목 : 허물
   - 공연날짜 : 2015. 6. 2 ~ 14.
   - 공연장소 : 국립극단 소극장 판
   - 작가, 연출 : 츠쿠다 노리히코, 류주연
   - 출연배우 : 신용진, 김유진, 김애진, 이경미, 현은영, 임홍식, 정태화, 조영선, 신안진, 반인환, 조재원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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