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 공연메모
2017 제3회 서울시민연극제 서대문지부 극단 피앙세의 악극 모정의 세월
- 공연명 악극 모정의 세월
- 공연단체 서대문지부 극단 피앙세
- 작가 이상용
- 연출 이해옥
- 공연일 2017년 8월 30일
- 공연장소 노원문화예술회관
- 관람일시 8월 30일 오후 7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서대문지부(대표 윤여성) 극단 피앙세의 이상용 작, 이해옥 연출의 악극<모정의 세월>을 관람했다.

 

악극 <모정의 세월>은 영화감독 조문진이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두 형제>가 원작이다. 극단 미추의 각색 전문가 김지일이 <모정의 세월>로 제목을 바꾸어 각색을 했다. 뽀빠이 이상용이 악극단을 만들어 순회공연을 하면서 원작자 조문진과 각색자 김지일의 이름은 사라져버렸다.

조문진(1935~)은 제물포고, 건국대학교 정외과 출신이다.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침향』의 김수용, 『애』의 이두용 감독과 더불어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찿으며 분단의 아픔을 그린 『만날 때까지』로 원로감독으로 대접과 칭송을 받았다.

오락․흥행영화들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에서도 작가정신과 창작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그는 『만날 때 까지』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임권택 감독이 타인의 시나리오로 작품의 완성도를 가늠하고 있을 때, 조문진은 시나리오 창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70여 편의 시나리오, 다수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그의 작품들은 약 45편에 이른다. 이중 일부는 보관되어 있고 이미 필름의 존재조차 모르는 작품들도 있다.

제1회 도쿄 국제영화제는 12편의 초청작 중 하나로 그의 『언제나 타인』을 선정했다. 이작품은 비경쟁부문에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영화로 선정되었다. 이미 제6회 대종상에서 각본상을, 김지미․ 김희라가 신인상을 탄 동년, 『언제나 타인』으로 제6회 백상예술상 감독상에 빛나는 그는 충무로 도제 시스템의 전형적인 본보기로 기록된다.

『장군의 수염』으로 유명한 이성구 감독 밑에서 2년, 김수용 감독 밑에서 10년이란 긴 세월동안 조연출 생활을 한, 조 감독은 한국영화가 침체기에 접어들 1969년 딸의 留學病을 모티프로 한 『포옹』으로 데뷔, 69년에만 『젊은 여인들』,『새색시』,『명동나그네』,『죽어도 그대 품에』,『여자의 모든 것』,『언제나 타인』,『남편』을 내놓는 기염을 토하였다.

이후 70년에 『분노』,『여자이기 때문에』,『약속은 없었지만』, 71년에 『말썽 난 총각』,『내 아들아』, 『두 아들』,『내 아내여』,『두 딸의 어머니』,『처복』,『지금은 남이지만』의 소프트 멜로, 가족과 가정의 이면을 묘사하는 전형을 고수하고 있었다.

김수용 감독 밑에서 20여 편의 조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 임해온 그는 주로 자신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영화연출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러한 영화창작 관습은 영화 스승인 김수용 감독의 영향을 받은 바 크다. 그가 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회귀』가 당선된 것도 김수용 감독의 영화감독으로서 문학성 강조의 탓도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의 대표작은 신분상승을 꿈꾸며 여성을 유린하는 멜로 드라마 『언제나 타인 』(20회 에딘버러영화제에 출품) 판이한 생활공간을 가진 두 형제의 이해공간을 그린『두 아들』, 1920년대 충남 양반 가문의 비극을 그린 시대물 『古家』를 들 수 있다.

현역감독 중 40편이 넘게 자신의 창작 시나리오로 연출한 감독은 한국영화사에 거의 없다. 그만큼 문학성을 앞세우는 그가 작가다운 작가로 부상한 영화는 『만날 때 까지』이다.

90년대 들어 탄생한 『아들과 연인,92』과 『만날 때까지,99』는 비교적 안정되고 여유가 있는 가운데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환경 탓에 영화감독협회장과 공륜심의위원을 거친 그가 부르짖는 말은 영원한 현역이다.

각색을 한 김지일은 서울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문과대학 출신으로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전 작품을 각색하고, 국립극장 선전기획실장, 마당세실극장 극장장을 거쳐 극단 현대극장 행정감독, 서울시립극단 기획실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공문화산업연구소 소장이자, 방송작가 겸 마당놀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무용극 《춘향전》, 《황진이》 등, 마당놀이 《허생전》, 《별주부전》, 《이춘풍전》, 《심청전》 뮤지컬 《화랑 원술》, 《장보고》 등 다수 있다. 마당놀이, 무용극, 악극 관련 저서와 봉산탈춤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연출을 한 이해옥은 경원대학교 응용미술학과, 동일 마이센 과정, 일본 포슬린 과정을 수료했다. 그동안 개인전 7회, 해외전시 4회, 단체전 28회 출품한 작가다.

이태리 꼬모 11회 convention Azzura 이물부문 대상, 환경미술대전 평론가상, DAF 구상대전 장려상, 경향미술대전, 행주공예대전 수상 작가다.

미술작업과 함께 서대문지부 극단 로열씨어터에서 연극 활동을 벌이며, 배우, 연출, 의상, 미술을 담당하고 있는 미모의 만능 여성예술가다.

악극 <모정의 세월>은 60~70년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주인공 천안댁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모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내용의 정통 악극으로 가족애를 되새기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편을 잃고 미옥과 태호, 어린 두 남매를 데리고 힘겹게 살아가던 천안댁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어린 딸 미옥을 서울로 보내게 된다.

이일 저 일을 하며 전전하던 미옥은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고, 동생 태호가 대학에 입학을 하면서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하자 사채까지 써서 동생학비를 도와준다. 그러나 사채를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에 의해 술집 여자로 전락하여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공장에서 인연을 맺은 동욱은 미옥을 술집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지만, 사채업자 마동팔은 또 다시 미옥을 찾아가 괴롭히다가 동욱과 결투를 하게 되고, 결국 동욱과 함께 죽음에 이르고 만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잣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태호! 동욱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미옥! 설상가상으로 시댁에서의 박대와 냉대로 인한 충격으로 세상을 마감하는 천안댁!

대단원에서 미옥과 태호는 천안댁의 시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하다가 출연자들과 함께 모정의 세월을 합창한다.

 

동지섯달 긴긴밤이 짧기만한것은

근심으로 지세우는 어머님 마음

흰머리 잔주름이 늘어만 가시는데

한없이 이어지는 모정의 세월

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듯

어머님 가슴에는 물결만 높네

길고긴 여름날이 짧기만 한 것은

언제나 분주한 어머님 마음

정성으로 기른 자식 모두들 가버려도

근심으로 얼룩지는 모정의 세월

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듯

어머님 가슴에는 물결만 높네.

 

박영갑이 해설자 겸 천안댁을 유혹하는 바람둥이 이웃 남자로 출연해 호연과 열창으로 갈채를 받는다. 차영숙이 주인공 천안댁으로 출연해 성격설정에서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으로 역시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공선신이 딸로 출연해 호연과 열창으로 갈채를 받는다, 이명수가 아들로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마동팔 역의 여성출연자는 성격설정에서부터 의상이 배역과 어우러져 관객의 시선을 끌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주재완, 정호정, 설용수, 장근춘 옹은 86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꽹과리 연주로 노익장을 과시한다. 백순자, 박금옥, 정화자, 윤현정, 이중식, 김형진, 손정희 여사의 춤사위는 일품으로 기억되고, 정옥화, 심행희, 정진자, 김성재, 김말순, 강점분 김정숙 등의 호연과 열창은 관객의 폭소를 유발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악극의 도입에 해설을 한 이해옥은 연기력은 물론 화가, 분장가 무대장치 등 다재다능한 재예와 미모를 겸비한 극단 로얄씨어터의 보석 같은 여성단원이다.

 

작품지도 유준기, 음악감독 한 철, 분장 강대영, 무대 의상 이해옥 등 스텝 진의 노력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서대문지부 극단 피앙세의 조문진 원작, 김지일 각색, 이해옥 연출의 악극 <모정의 세월>을 친 대중적이면서 흥겹고 감동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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