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지현 기자] 불투명한 시장 속 성공 신화를 개척해나가는 스타트업 CEO들, 그들을 집중 취재하는 '라이징 스타트업' 코너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스마트 화분부터 스마트 팜까지, 똑똑하고 간편한 농사를 지향하는 팜테크 스타트업입니다. 모든 사람을 농부로 만드는 회사, '엔씽' 김혜연 대표를 인터뷰합니다.

▶ 진 행 자 : 이우람 (문화뉴스 MHN 편집장·마포 FM 100.7MHz 이우람의 트렌드피디쇼 DJ)
▶ 패 널 : 안태양 (푸드컬쳐 디렉터·서울시스터즈 CEO)
▶ 게 스 트 : 김혜연 (엔씽 대표)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ㄴ 안녕하세요? 농장을 배달하는 회사, 엔씽 대표 김혜연입니다.

마포 FM 근처 홍대에는 자주 오시는지

ㄴ 이사 전, 집이 연희동이라 자주 방문했다.

최근 근황은 어떠한가

ㄴ 바빴다. 농장을 만드는 공장들이 경기도 근처에 있다. 엔씽이 실제 운영하는 농장도 있어서, 농장-회사 간을 오갔다.

 

'엔씽'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린다

ㄴ 팜테크 스타트업 '엔씽'은 모든 사람이 농부가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러 기술·제품들을 개발한다. 구매자분들이 복잡하지 않게 기술을 누렸으면 좋겠다. 스마트팜(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농장) 시설과 센서 등을 만드는데, 이런 용어까지 공부하면서 물건을 사면 복잡하지 않은가. 테크놀로지는 엔씽이 꽉 채워놓을 테니, 구매자분들은 편하게 이용하셨으면 좋겠다.

공동 창업자가 있나. 역할은 어떻게 나뉘어 있나

ㄴ 제가 대표다. 허드렛일을 맡고 있다(웃음). 개발 총괄하는 CTO(최고기술경영자)님과, 디자이너 친구가 있다. 다들 능력이 출중하다.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했는데 그때 경험과 유사하다. 건반·기타 등 각각의 역할이 있고, 본인의 실력을 키워놔야 밴드도 성장한다. 그러나 멤버들은 하나의 노래를 연주한다. 스타트업이나 회사도 비슷하다. 우선, 함께 꾸려가는 게 즐거워야 한다. 저도 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 정말 즐겁다.

▲ ⓒ 엔씽

회사 이름이 왜 '엔씽(nthing)'인가

ㄴ n개의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새로운 것(new thing)'으로 만들자는 의미였다. 이름을 짓기 전 원칙이 두 가지 있었다. 두 글자여야 하고, '엔(n)'으로 시작하길 바랐다. IT·인터넷 기업 쪽 속설이 상표명이 '엔(n)'으로 시작해야 흥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넥슨, NHN, 엔씨소프트 등… 그래서 '엔' 자를 선택했다.

학창 시절은 어떻게 보냈나

ㄴ 학창시절부터 친구들 모아 일 벌이는 걸 좋아했다. 스티븐 호킹이 내한 강연을 열었을 때, 선생님을 설득해 학교 친구들과 들으러 가기도 했다. 대회·행사·이벤트 주최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는 홈페이지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네 가게 홈페이지를 만들어 용돈 벌이를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을 안 가고, 창업하고 싶었다.

그러다 어느 날 청소년벤처인연합회가 서울에서 출범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천에서 살고 있던 저는 행사에 참여하려고 서울로 올라왔다. 문화 충격을 받았다. 저는 동네에서 소소하게 홈페이지 외주나 받는 정도였는데, 제 또래 친구들이 대표 이사 직함을 달고 사업체를 운영했다. 집에 와서 그때 받은 명함 홈페이지를 다 들어가 봤다. 나도 할 수 있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3 때 열심히 해서 한양대 전자공학과 04학번으로 입학했다.

▲ ⓒ 엔씽

대학 진학을 선택한 결정적 계기는?

ㄴ 대학을 가면, 실력도 높아지고 더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학교 때는 창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기보단, 하고 싶은 활동을 다 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컴퓨터 수리 가게에서 일했다. 지인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다 작은 연예 매니지먼트(엔터테인먼트) 회사 홈페이지도 만들게 됐다. 방송 쪽에 관심이 많았다.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연예인 매니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이후 SK텔레콤에서 트렌드 보고서 작성 보조 일을 했다. 관련 자료가 모두 영어라서,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당시 2008년이었다. 트렌드 보고서 작성을 도우면서, 세상이 변해가는 과정을 읽고 예측할 수 있었다. 당시 이미 사물인터넷(IoT; the lnternet of Thing), 3D 프린터 등의 기술을 논의하고 있었다.

▲ 김혜연 대표 ⓒ 엔씽

엔씽이 첫 번째 창업인가

ㄴ 두 번째 창업이다. SK텔레콤에서 트렌드 보고서 작성 보조 일을 하고, 2009년 영국 어학연수를 결심했다. 영어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에는 아이폰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영국 런던에서는 아이폰을 쓸 수 있었다. 온라인 통로가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바뀌는 와중이었다. 어차피 사람들이 좋아하고 요구하는 것은 비슷한데, 플랫폼이 전환됐다.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외삼촌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됐다. 친척분이 경기도 포천에서 농자재 업체를 운영하신다. 일 배우러 포천에 갔다. 소위 막노동이라 불리는 자재 나르기부터 엑셀 작업까지 별별 일을 다 했다. 우즈베키스탄에 토마토 농장을 짓기도 했다. 외삼촌 회사와 우즈베키스탄 회사가 '조인트 벤처' 형태로 합작 법인을 설립해야 했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코트라 등을 쫓아다니며 관련 내용을 배웠다.

이 일을 하고 나서 사업 자신감이 생겼다. 2011년 친척 회사를 나와 제 창업에 도전했다. 그때는 무조건, 사업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네가 가진 물건들이 너 자신을 설명해준다"는 문장에 꽂혀, 관련 앱을 개발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들을 기록하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관계망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친구 두 명과 '사업자등록'을 했는데, 갑자기 세상이 무겁게 느껴졌다. 1년 3개월간 운영한 첫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자취방 전세금만 날리고 접어야 했다.

그 이후 어떻게 했나

ㄴ 첫 사업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어떤 멘토가 조언하길 "너는 다 좋은데 인간적 매력이 없다"고 하셨다. 첫 사업 실패 이후, 학교로 돌아갔다. 공대생들은 개인주의가 강한 편이다. 일부러 팀플이 있는 과목만 골라 했다. 전공이 아닌, 디자인·광고·경영 등 다양한 과목을 수강했다. 다른 과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대표의 역량은 좋은 사람들을 찾고, 그들이 잘 일할 수 있게 돕는 것 같다.

▲ ⓒ 엔씽

팀플 하며 공동 창업자들을 구성했나

ㄴ 그건 아니다. 현재 CTO 님은 학교 연구소 내에서 일하던 분이었다. 디자이너님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재밌다. 학교 디자인과 회장을 찾아가, 인재를 소개해달라 부탁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상을 받은 분이다. 처음 만났을 때, 상을 받으러 독일에 가야 하는데 체류비나 항공권 등이 부담돼 아르바이트를 고민하고 계셨다. 그래서 제가 '그거 내가 결제할 테니 함께 일하자'고 제의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 KBS스페셜 ⓒ KBS

'엔씽'은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

ㄴ 첫번째 창업 이후, 한국전자부품연구원에서 위촉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IoT(사물인터넷) 관련 플랫폼을 만들고 연구원이 보유한 각종 관련 기술을 서비스화했다. 이런 것들이 밑거름이 됐다. 13년 6월쯤 '엔씽' 초기 멤버가 모였다. 첫 창업의 아픔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플랜티'라는 스마트 화분을 아이디어로 내세웠다. 일종의 '식물판 다마고치'로, 온도·습도 등을 자동으로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주인에게 요청하는 화분이다. 관련 보고서를 구글과 미래부과 주관한 '글로벌 K 스타트업'에 제출했는데, 구글 Top 5 및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업자도 없었던 때였다. 100일 정도 프로토타입 개발을 했고, 그 상금으로 14년 1월에 회사를 정식 설립했다.

▲ KBS스페셜 ⓒ KBS

회사가 잘 성장한 이유를 꼽자면?

ㄴ 기회와 인연이 좋았다. 14년에는 IoT(사물인터넷) 화제가 지금만큼 활발하지 않았다. 14년 1월에, 구글이 네스트라는 회사를 3조 원에 샀다. 네스트는 IoT 관련 회사인데,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IoT 내용이 큰 화제가 됐다. 사물인터넷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랜티' 화분은 희소성이 있었다. 투자를 받는 데 도움이 됐다. 그렇게 만난 투자자분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투자받은 금액이 큰 편이다

ㄴ 성장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다.

회사 직원은 몇 명 정도인가

ㄴ 10명 정도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고 멀티 플레이어가 될 필요는 없다. 자기 분야를 명확히 이해하고, 타 분야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으면 다. 그런 사람들을 찾는 게 대표 임무인 것 같다.

▲ ⓒ 엔씽

엔씽 조직만의 특징이 있다면?

ㄴ 친구들이 잘 논다. 매너도 좋다. 해외 박람회를 가면 '직원들이 다들 어떻게 자기 회사처럼 열심히 하죠?'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게 정말 기분 좋다. 누군가 '회사 직원 몇 명이에요?'라고 물으면 '저희 회사는 직원이 없다'고 답한다. 우리는 모두 동료라고 생각한다.

마무리 인사 부탁드린다

ㄴ '엔씽'은 결국, 사람들이 먹는 '먹거리'를 다룬다. 전 세계적으로 농업 종사자들이 고생이 많다. 맛있는 먹거리를 먹는 것도 좋지만, 그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고생하는 분들을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먹거리가 생산되는 우리 지구에 대해서도 고민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 ⓒ 엔씽

안태양 디렉터, 한마디 첨언하자면?

ㄴ 안태양: 김혜연 대표가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정말 인상 깊다. '우리 회사는 직원이 없다'는 말을, 스타트업 대표들이 되새겨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jhle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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