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브이아이피'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담배를 찾게 만드는 영화였다. 흡연하는 장면이 유독 많이 등장했던 것도 있지만(극 중에서 김명민이 연기한 '채이도'는 총 15회가량 흡연 장면이 나왔다), 비흡연자조차 담배가 생각날 정도로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채이도의 흡연 장면을 통해 '브이아이피'를 재구성했다.

처음 그가 흡연하는 모습은 프롤로그부터 쓸데없이 잔인무도하게 설정된 여성 대상 성도착 연쇄살인 사건이 연이어 선보인 것을 본 관객들의 어이없는 반응을 상징했다. 뒤이어 채이도가 국과수 앞에서 팀원들에게 윽박지르면서 흡연할 때는 어떻게든 이 '브이아이피'를 살려보겠다고 무작정 끌고 가려는 박훈정 감독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후, 채이도의 흡연 장면이 늘어날수록 강간과 살인 등으로 희생되어가고 있는 여성들의 도구화에 대한 짜증과 불편함, 그리고 해탈로 승화되고 있었다.

결국, 채이도의 마지막 흡연 장면은 "에라, 나도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로 들렸을 정도. '브이아이피'는 앞서 개봉한 '더 킹', '프리즌', '불한당'으로 남성중심 느와르에 질려있는 관객들이 더이상 찾지 않도록 쐐기를 박는 데 일조했다.

syrano@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