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자간담회

 

[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이하 SPAF)이 다음 달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서 개최된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17회의 역사를 이어온 SPAF는 한 달 동안 서울 대학로에서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순수공연예술 축제이다. 

올해 주목할 작품은 SPAF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가와 공동 제작한 '위대한 조련사', SPAF가 기획한 1인극 '하얀 토끼 빨간 토끼'이다. 더불어 루마니아 연출가 실비우 푸카레트의 개막작 '줄리어스 시저'를 비롯해 영국 현대무용의 선구자 아크람 칸의 '언틸 더 라이언즈', 2018 평창동계올림픽 문화예술축제 초청지원작 '추억에 살다' 등 세계적 명성의 작품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국내 극단과 무용단의 작품은 올해 총 9편이 공연된다.

올해 주제는 '과거에서 묻다(Circle of Human…Bring the Past)'이다. 축제 측은 "집단 우울증에 빠진 것 같은 우리 사회, 2017년의 지구는 참된 인간성을 회복해야 할 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닌지"라는 문제의식을 던진다. 

이날 간담회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김선영 대표, 2017 SPAF 무용 프로그램 디렉터 오선명, 연극 프로그램 디렉터 이병훈, 배우 손숙, 김소희, 하성광, 손상규,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연출가, 극단 하땅세의 윤시중 연출가, 극단 유랑선의 송선호 연출가, 열혈청년예술단의 윤서비 연출가, 뭎의 조형준 안무가, 컴퍼니제이의 정현진 안무가 등이 참석했다.

2017 SPAF는 다음달 15일 오후 7시 개막식에 이어, 오후 8시 개막작 '줄리어스 시저' 첫 무대를 올리며 시작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김선영 대표

올해 축제 소개

└ 김선영(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작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올해 17회째를 맞는 SPAF와 서울아트마켓을 함께 진행함으로써 축제와 마켓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에든버러나 아비뇽 보면 축제 자체가 아트 마켓 자체를 감당하며 규모와 위상을 키워왔다. 

이번 축제는 SPAF와 서울아트마켓, 그리고 대학로를 접목해 세계적 축제로 거듭나는 비전을 실천하는 첫 회로 삼고자 한다. 올해 SPAF는 '과거에서 묻다'라는 주제로 총 7개국 17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 이병훈(SPAF 연극 프로그램 디렉터) : '과거에서 묻다'라는 주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사실 국내도 해외도 과거에는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내일 당장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이럴수록 과거를 반추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며 주제를 정했다. 

 

개막작 '줄리어스 시저' 소개

└ 이병훈 : 루마니아의 클루지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헝가리 극단 '헝가리안 씨어터'의 작품이다. 루마니아서 가장 좋은 배우들이 모여 있는 극단으로 정평 나 있다. 굉장한 시각적 스펙터클 만들어낸다. 시저의 죽음 이후 피가 억수 같이 쏟아지고 큰 개가 등장한다. 개 출연에 돈이 많이 들었다. 호텔을 따로 잡아주기도 했다(웃음). 

셰익스피어는 굉장한 통찰력을 지닌 것 같다. 이번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정치 드라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시저가 마이크를 뺏는 행동은 권력의 이양을 상징한다. 굉장히 힘 있는 정치 메타포가 될 것 같다.

 

'추억에 살다' 소개

└ 오선명(SPAF 무용 프로그램 디렉터) : SPAF는 실내 공연이 많지만 '추억에 살다'는 야외 공연이다.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 큐브를 설치한 후 4시간의 러닝타임동안 쉬지 않고 공연이 진행된다. 사람들이 보든 안 보든, 인간의 인내력과 한계성에 도전한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과 함께하는 문화축제 지원작이다.

 

(왼쪽부터) 김소희, 손숙 배우

'위대한 조련사' 소개

└ 이병훈 : '위대한 조련사'는 올해 하이라이트 공연이다. 예매율이 굉장하다. 지난해부터 1순위로 초청하고픈 해외 작품이 디미트리스의 작품이었다. '위대한 조련사'는 올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제일 좋은 평가 받았다. '순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과거를 탐색하며, 나아가 인간의 근원이 어딘지 찾는 공연이다. 파격적이며 실험적인 작품이다.

└ 오선명 : 올해 우리와 공동창작 하게 된 '위대한 조련사'는 상당히 절제된 작품이다. 연극도 무용도 아닌, 그야말로 SPAF에 적합한 작품이다. 

 

'언틸 더 라이언즈' 소개

└ 오선명 : 아크람 칸의 '언틸 더 라이언즈'에는 원형 무대가 필요하다. 그런 무대를 찾아봤으나 결국 찾지 못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원형 무대를 따로 만들었다. 1시간동안 엄청난 집중력을 쏟아내는 작품이다. 폐막작으로 손색없다.

'애니웨어' 소개

└ 이병훈 : '애니웨어'는 인형극이다. SPAF에서 '연극 장르의 확장'이란 기획으로 매년 인형이나 오브제 연극을 공연했다. 작년 벨기에 복화술사의 공연이 반응이 좋았다. 올해도 작지만 아주 진주 같은 작품을 올리게 됐다. 

'애니웨어'에 등장하는 인형은 얼음이다. 이 얼음이 점점 녹아서 물이 되고 나중에는 기체가 된다. 이 과정과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를 맞물려, 인간의 삶 자체를 돌아본다. 처음에는 고체로 시작해 액체가 되고 공기처럼 사라져가는 인생의 은유를 나타낸다. 인형은 얼음이기 때문에 매 공연마다 새로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해놓다가 무대에 등장시킨다. 

 

 

극단 하땅세 윤시중 연출가

국내작 소개

└ 이병훈 : 올해 국내작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극단 하땅세와 연희단거리패, 해외 번역극을 국내 초연하는 극단 유랑선, 그리고 열혈청년예술단까지 4팀이다.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젊은 극단들도 SPAF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즉흥극 '하얀 토끼 빨간 토끼'는 알다시피 연습도, 연출도 없는 공연이다. 무대나 조명 같은 장치도 없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무대에는 테이블, 의자, 사다리만 있다. 배우는 공연 직전에 관객들 앞에 봉인돼 있던 봉투를 뜯어야 처음으로 대본을 만날 수 있다. 다만 배우들은 공연 시작 8시간 전에 어떤 지시를 전달받는다. 어떤 동물 하나를 몸짓으로 준비하라는 것이다. 공연의 상태는 그날 배우와 관객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관객과 배우 간 교류가 중요하다. 

이 대본의 작가는 낫심 술리만푸어라는 이란 작가다. 그는 전쟁에 반대해 군대에 가지 않았고, 그에 따라 여권 발급이 불가한 상태다. 그는 아무 데도 못가고 이란에 갇혀 있다. 다양한 곳에서 연극하고픈 마음을 담아, 그는 자신의 대본을 전 세계로 퍼뜨린다. 자신의 상상으로 전 세계에 다니고 있다. 연극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고 한다.

 

 

(왼쪽부터) 손상규, 하성광, 김소희, 손숙 배우

즉흥극 '하얀 토끼 빨간 토끼' 출연 배우 소감

└ 손숙 :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섭외에 응했는데, 날짜가 다가오니 걱정이 된다. 관객들이 도와줄 거라 생각하며 공연하겠다. 

└ 김소희 : SPAF 협력 작품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공연 일정 때문에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됐다. 24일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오후 5시 공연을 올려놓고 7시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으로 간다. 마지막 공연을 맡다 보니 다른 분들의 공연을 볼 수 없다고 하더라. 이 대단한 다섯 배우의 에너지를 볼 수 없으니 관객의 입장으로서 정말 안타깝다. 관객들과 만나는 방식이 6명의 배우 모두 다르게 표현되지 않을까 한다. 관객들에게 즐거운 체험이 될 것 같다

└ 하성광 : 닥치는 대로 하겠다. 

└ 손상규 : 리허설 없이 하는 공연이라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같이 하는 배우 분들이 워낙 색깔이 저마다 다르다 보니 그분들의 공연도 정말 궁금해진다. 토요일 6시 공연을 맡았다. 마침 '여직공'의 마지막 공연일이다. 그래서 아쉽게도 전날 하는 공연들 보지 못하고 공연을 연이어 하게 된다. 그래도 될까 싶었지만 이병훈 선생님께서 그래도 된다고 하더라

국내작 연출가들 한 마디

└ 윤서비 연출(열혈청년예술단) : '로봇을 이겨라 3' 무대를 SPAF에 올리게 됐다. '로봇을 이겨라'는 1편, 2편, 3편까지 연작으로 진행된다. 2014년에 1편, 2015년에 2편이 공연됐고,  올해 3편을 올린다. 

1편은 '연기', 2편은 '정의', 3편은 '사랑'으로 주제를 잡았다. 공연은 이 주제로 로봇과 인간을 비교하며 대결시키는 구조를 취한다. 대본이 명확히 구성된 상태에서 하는 공연은 아니다. 배우들과 8주에서 12주 정도 워크숍하면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이 워크숍에는 로봇과 미디어아트 전문가들도 함께한다. 이 공연에는 무용도 연극도 모두 들어가 있다. 내 전공이 연극이라 '연극'이라는 장르로 소개하고 있다.

└ 김재승 안무가(마홀라컴퍼니) : 이번 공연 '모래의 여자'는 아베 코보의 동명 원작 소설에 영감 받아 구성됐다. 영국에서는 많이 올라간 작품으로 알고 있다. 모래에 사는 사람들 속에서 자유와 규제를 몸짓,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 정현진(컴퍼니제이) : 6년 만에 처음으로 SPAF에 초대받았다. 그동안 계속 서류 냈지만 한 번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의미 있는 무대로 잘 해내야겠다는 부담감과 설레임으로 준비하고 있다. 

작업 시작할 때 나와 미술 감독, 프로듀서, 작곡가가 모여 '지금 어떤 것이 가장 문제될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기분장애'를 찾았고, 기분장애의 원인이 외부보다 가족에 기인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이해'를 찾게 됐다. 그래서 '이해(understand)'를 제목으로 삼았다. '언더(under)'와 '스탠드(stand)'가 합쳐진 이 단어는 '상대방의 아래에 있으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을 가지기도 했다. 모두 서로 이해하며 치유될 수 있는 작품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 조형준(뭎) : '데카당스 시스템'은 말 그대로다. 특별한 메시지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공연은 아니다. 그저 '데카당스'에 대한 내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 공연을 통해 '상대적으로 어떤 게 데카당스일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무대에서는 두 가지의 상반된 것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반드시 반대에 있는 건가', 혹은 '동시에 같이 있을 수 있는 건가' 하는 질문들을 던질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각기 다른 두 판이 다다르게 느껴질 거다. 우리가 제시하는 두 판은 상호보완적이다. 감각을 열어두고 편하게 보셨으면 좋겠다. 참고로 처음에 우리 공연 보신 분들은 '재밌었다'고 하더라(웃음).

 

이윤택 연출가

└ 윤시중 연출(극단 하땅세) : '위대한 놀이'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메타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슬라보예 지첵이라는 핫한 철학가가 이 사람의 소설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하더라. 우리는 이 소설을 가지고 '위대한 놀이'라는 메타 연극을 만들었다. 나름 메타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쉽게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 송선호 연출(극단 유람선) : 욘 포세는 국내에 소개는 됐지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노르웨이 사람인 이 작가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이 올라가고 있다. 문학계는 이 사람이 쓰는 언어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극단은 '나는 바람'이라는 비교적 최근작을 가지고 연극한다. 욘 포세의 특징들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연극은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없게 한다. 명확한 시공간 구분도 어렵다. 찰나에 일어나는 인생에 대한 착각, 그에 대한 사유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70분동안 공연된다. 언어 이면에 있는 것들이 훨씬 중요하게 여겨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 이윤택 연출(연희단거리패) : 평소 SPAF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SPAF의 큰 콘셉트가 해외 작품 소개, 국내 동시대 무용·연극 공연 소개이다. 그런데 한국연극에는 동시대의 연극만이 속한 것이 아니다. 올해 SPAF에 나오려고 의도한 게 아니라,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10년 만에 다시 하게 돼, 창작산실에 지원했는데 선정됐더라. 이후 SPAF에서 노개런티로 협력 작품을 하게 해달라고 말하더라. 

SPAF는 왜 한국연극을 안 보여주느냐. 너무 한국적인 것만 보이라는 게 아니고, 세계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한국 연극 문법으로 어떻게 수용하는가가 중요하지 않나 싶다. SPAF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다. 현재 이 축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자면, 어느 나라에서 봐도 무방한 연극제가 아닌가 한다. 세계식민주의처럼. 한국연극의 정체성은 어디 있는가, 하는 가혹한 비판과 함께 SPAF가 한국의 연극제인 이유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하얀 토끼 빨간 토끼' 배우 6인 선정 이유가 궁금하다.

└ 이병훈 :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다. 처음에는 젊은 배우들이 하는 게 좋은가, 경험 많은 배우들이 하는 게 좋은가, 에 대해 고민했다.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함과 동시에 남녀 비율도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동안 대학로에서 열심히 해오며 관심을 많이 받았던 배우들 중심으로 선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팀이 SPAF에 참가하게 됐다.

└ 윤시중 : 사실 2년간 여러 생각이 있었다. 이 작품을 하게 된 계기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결국 우리는 '경계'라는 것을 나눈다. 어느 관점에서 바라 본 '어떤 사람'은 '이상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우리는 블랙리스트 같은 것들 덕분에 '위대한 놀이'를 만들게 됐다. 

그러나 시국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우리 공연이 여전히 유효한가, 스스로 물어본다. 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정권이 교체되고 그동안과는 다른 시기가 온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는 계속 긴장해야 한다.

'나는 바람'이라는 작품 선정 이유

└ 송선호 : 욘 포세가 가지고 있는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큰 특징 중 하나가 독백의 형식이다. '나는 바람'에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보는 사람에 따라 한 사람의 분열 아닌가 하는 감상도 있다. 

내면의 독백을 무대화시킨 언어가 중요하다. 문제는 이 언어를 어떻게 무대에 올리느냐 하는 것이다. 욘 포세는 언어에 인생을 다 담아낼 수 없다고 한다. 끊임없이 포즈(pause), 머뭇거림 등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본질이 있다고 한다. 우리도 무대 위에 본질만 남기고자 한다. 본질만을 무대 위에 올리며 70분을 채워나간다. 

key000@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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