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전경 ⓒ 클리브랜드 미술관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클리브랜드 미술관이 '책거리: 한국 채색 병풍에 펼쳐진 소유의 즐거움' 전에서 한국 고유의 정물화인 책거리 그림을 선보인다.

책거리는 '책과 물건들'을 뜻하며, 문방용품, 고급 골동품, 향기로운 꽃 그리고 진귀한 과일들이 책꽂이에 아름답게 진열된 그림이다. 책거리 병풍은 정조 (1776-1800) 연간 궁중에서 처음 발전하였고,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조선의 양반과 관료들 사이에서 널리 향유되었다. 1800년대 말에 이르러서, 책거리 병풍들은 지방의 학자와 양반들의 서재, 그리고 더 나아가 중인들의 집을 꾸미게 됐다.

▲ 전시 전경 ⓒ 클리브랜드 미술관

'책거리: 한국 채색 병풍에 펼쳐진 소유의 즐거움' 전에서는 용인 민속촌, 성옥 기념관,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개인 소장가들로부터 대여받은, 19세기에서 20세기에 초 걸쳐 제작된 9개의 대형 병풍 작품들과 홍경택 작가의 유화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도록에는 클리브랜드 미술관이 2011년 소장하게 된 10폭 병풍 '책가도(冊架圖)'를 그린 화가를 밝힌 논문도 수록되어 있다.

▲ 책거리 ⓒ 클리브랜드 미술관

이번 클리브랜드 미술관의 전시에서는 병풍들과 함께 특별히 선별된 중국 미술품들도 선보이는데, 책거리 중 책가도(책과 물건들이 책장에 진열된 책거리 그림)의 전범이 되었던, 중국 청대 (1644-1911) 다보격이라는 진열장을 모델로 삼아 도자기와 문방류등의 작품들을 진열했다. 책거리 병풍들은 조선시대(1392-1910)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하고 다양한 계층에서 사랑받던 화제 중 하나였는데, 특히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시각적 환영을 구현하기 위하여 유럽의 회화 기법인 트롱프뢰유(trompe-l’œil)와 명암법 (chiaroscuro)가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던 한국 미술의 드문 예이기도 하다.

▲ 전시 전경 ⓒ 클리브랜드 미술관

책거리 그림의 주된 주제는 책으로, 전통적으로 한국의 지식인층에 의해 학식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의미했다. 18세기 후반부터 발전하여 궁중과 양반 지식인층에게 선호되었던 책거리의 한 갈래였던, 책가도는 책 뿐만이 아닌, 문방사우를 중심으로 수집한 다양한 물건들을 통해, 지식인들의 고아한 미적 안목을 과시했다. 책과 필기구, 고급 골동품, 진귀한 꽃과 과일들을 수집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갈망은 물질문화에 매혹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으며, 이는 한국의 사회, 문화적으로 중요한 변화의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책거리: 한국 채색 병풍에 나타난 소유의 즐거움' 전은 한국인들이 열정적인 수집 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소비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매우 흥미로운 시기를 책거리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 전시 전경 ⓒ 클리브랜드 미술관

클리브랜드 미술관 관장인 윌리엄 그리스월드는 "책거리는 한국에서 200년 이상 많은 사랑을 받은 회화 주제로, 우리는 이 특별한 한국의 정물화 전통을 우리 미술관의 방문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말했다. 그는 "이번에 출품된 중 많은 병풍 작품들은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거나 연구된 작품들로, 이번 전시를 통해 동아시아 미술사의 중요한 연구가 이루어졌다"면서 "한국의 국외소재 문화재재단의 서헌강 사진작가의 도움으로 클리브랜드 미술관의 책거리 병풍이 19세기 한국의 유명한 궁중 화가였던 이택균의 작품임을 밝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갤러리 현대가 공동 주최한 '책거리: 한국 채색 병풍에 펼쳐진 소유의 즐거움' 전은 미술관 내의 줄리아 & 래리 폴락 포커스 갤러리에서 2017년 8월5일부터 11월5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이 미국 순회 전시는 2016년에는 뉴욕 주립 스토니 브룩 대학교의 챨스 B. 왕 센터와 캔사스 주립 대학교의 스펜서 미술관에서 개최되었고, 클리브랜드 미술관이 미국 순회전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 전시 전경 ⓒ 클리브랜드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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