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언론인을 꿈꾸는 예비 후배들, 작문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2008년 11월부터 뒤늦게 이 일을 시작,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라운드에 나서면서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만나는 것은 늘 즐거웠습니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선수들의 웃고 우는 모습을 지켜봤고, 프로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을 털어 놓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이에 짧은 시간이나마 프로야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던 아마야구의 뒷이야기들, '김현희의 야구돌 시트콤'에서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2편은 '스스로 찾아 온 예비 후배들'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는 것이 선수들의 몫이라면, 이 친구들을 카메라에 담고 글로 표현하는 것은 저 같은 사람의 몫일 것입니다. 그러나 프로야구에 대한 많은 이야깃거리가 쏟아지는 현 시점에서 저는 어찌 보면 '마이너중의 마이너'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마이너에서 성장해 왔던 선수들이 메이저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느끼는 기쁨으로 지금 자리를 지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의 시즌 마지막은 '2차 신인 지명회의' 시점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만나는 유일한 접점에서 사회로 나가는 선수들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시즌을 마쳐야 한다는 서운함이 동시에 몰려 와 참으로 복잡한 느낌입니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닐 수 있는 이러한 장면에 동경을 느끼는 이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스스로 연락을 취해 오는 이들이 정말로 있을까요?
당돌한 예비 후배들에 대한 에피소드,
그리고 언론계를 선택하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조언
'기자님처럼 되고 싶습니다!'라는 연락을 취해 오는 이들이 없을 법 하지만, 실제로 있었습니다. 연락을 취해 오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기사 하단부에 명시된 이메일 주소를 통하여 자기 소개를 하는 경우도 있고, SNS 메신저를 통하여 당돌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의외였습니다. 저보다 더 훌륭하고, 더 인품이 깊으면서도 살아 있는 문장력을 갖춘 언론인들이 많은데, 굳이 마이너중의 마이너인 본인을 찾아오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미약한 본인의 힘이라도 '꿈'을 지닌 어린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같이 해 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지니게 됐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연락을 취해 오는 이들 중 정말로 아나운서나 기자 등 언론계 취업을 꿈꾸는 '예비 후배'들을 직접 불러 현장 체험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에게나 그러한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가장 중요한 것이 예절인 만큼, 기본을 잘 지키는지의 여부를 먼저 봅니다. 사실 이것은 저 스스로 초년 시절에 선배님들을 대하는 예절을 잘 몰라 결례를 범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러한 실례를 몸소 경험했기에, 예비 후배들만큼은 그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기도 했습니다. 최근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무런 인사도 없이 대뜸 '기자님! 저 질문 있어요!'라고 연락을 취해 오는 이들은 즉각 무대응으로 일관합니다. 이는 초, 중, 고등학교 때 '국민윤리'나 '도덕'을 배웠느냐 안 배웠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족한 공부 시간 속에서도 기본 예절은 오히려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이 더 잘 지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본을 잘 갖추지 못하는 친구들은 (굳이 언론계가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에서건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하는 것은 '조금 친해졌다고 해서 초심을 잃어버리는 경우'입니다. 본인의 멘토를 삼겠다고 결심한 경우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서건 기본 예절을 지켜야 합니다. 친해졌다고 해서 선/후배 사이에 인사를 하지 않는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본인의 의도를 했건 안 했건 간에 '친해지는 것'과 '버릇없이 행동 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애매하다 싶으면 무조건 '인사'부터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만약에 신인으로 처음 1군 그라운드에 오른 선수가 10년 이상 베테랑 선수를 만나도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그 앞을 지나가는 행위를 한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행여 본인도 '시나브로'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요? 물론 저도 현장에 갈 때마다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합니다. 그래서 아예 '인사'부터 하고 봅니다.
지금 학생 신분으로 내일의 기자/아나운서 및 PD 등을 꿈꾸는 예비 후배님들! 작문 연습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배운 내용을 실천에 옮기는 일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 다음 문제가 아닐까요?
eugenephil@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