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영화인' 대백과사전…송강호, 그리고 함께했던 감독들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사람들에게 송강호는 '송강호가 나오면 무조건 봐야 해'라고 하나의 절대공식처럼 생각했다. 그만큼, 송강호라는 배우 한 사람이 내뿜는 아우라와 상당했고, 그가 주연으로 끌고 가는 영화들은 명성 못지않게 작품성 혹은 재미가 보장되었다. 이 또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그의 30년 가까이 되는 커리어가 증명해왔고, 그의 신작 '택시운전사'도 이 예시 중 하나다.

그의 연기력과 작품 내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막강하므로 국내에 내로라하는 감독들 또한 새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항상 그를 리스트 상단에 올려둔다. 그래서 여기서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국민배우'로 불리고 있는 송강호는, 수많은 작품 중 얼마나 많은 거장과 함께 만들어왔는지 말이다. 그래서 준비해보았다. 송강호를 찾은 감독들 리스트다.

김지운 감독 : 총 5편('조용한 가족', '사랑의 힘',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 영화 '밀정' 스틸컷

송강호와 가장 많은 작업을 했던 사람은 바로 김지운 감독이었다. 김지운 감독은 그를 독보적인 영화 주연으로 올라서게 발판을 마련해준 장본인이었다. '조용한 가족'은 연극배우 출신으로만 알려진 송강호를 확실한 조연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1998년 단편인 '사랑의 힘'을 거친 후, 2000년 첫 단독주연 작인 '반칙왕'에서 코믹함과 넘치는 인간미를 앞세워 성공을 거두었다. 송강호 본인 또한 '반칙왕'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강했다.

여러 감독과 함께 작품을 하다,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김지운 감독과 다시 만난 송강호는 정우성과 이병헌이라는 굵직한 배우들과 환상의 조합을 선보이며 흥행 견인에 앞장섰다. 이후, 8년만인 2016년 다시 한 번 김지운 감독과 함께 '밀정'으로 만나 관객몰이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또한 '밀정'은 송강호에게 백상예술대상 이외에 또다른 기록을 선사했다. '밀정'을 기점으로 오직 주연작으로만 누적 관객수 1억 명을 돌파했다.

박찬욱 감독 : 총 4+α편('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 '청출어람'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

▲ 영화 '박쥐' 스틸컷

송강호에게 김지운 감독이 주연으로 올라설 발판을 마련해줬다면, '깐느 박' 박찬욱 감독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준 장본인이었다.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로 처음 인연을 맺었고, 송강호는 여기서 북한군 '오경필 중사' 역을 맡으며 열연했다. 여기에서 제대로 눈도장 받은 송강호는 곧바로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인 '복수' 시리즈의 첫 편인 '복수의 나의 것' 주연을 꿰찼다. '복수의 나의 것'에서 송강호는 죽은 딸의 복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아버지 '동진' 역으로 다시 한번 관객들의 주목을 받으며, '박찬욱의 남자'가 되었다.

그 후, 2005년 '친절한 금자씨'에서 우정 출연으로 한 번 모습을 드러냈고, 2009년 '박쥐'에서 김옥빈과 호흡을 맞췄다. 여기서 송강호는 파격적인 노출 및 연기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박쥐'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렸지만, 송강호의 연기력에는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후, 박찬욱 & 박찬경 형제의 단편영화였던 '청출어람'에도 의리로 출연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 : 총 3편('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 영화 '설국열차' 스틸컷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의 관계는 앞서 언급한 김지운·박찬욱 감독보다 더 각별한 사이로 잘 알려졌지만, 의외로 두 사람이 함께한 작품은 3개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케미가 유독 강렬하게 남았던 것은 세 작품 모두 한국영화계에 굵직한 획을 그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함께했던 '살인의 추억'은 현재 한국영화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여기서 송강호는 인생 애드리브를 비롯해 강렬한 인상으로 역대급 연기를 펼쳤다.

'살인의 추억'에 이어 '한국 괴수 영화의 레전드'로 불리는 '괴물'에서 송강호는 외동딸 '현서'를 구하기 위해 괴물에게 덤벼드는 부성애의 끝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옥타비아 스펜서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설국열차'에서도 송강호는 당당하게 주연의 한 쪽을 꿰차며 제 몫을 다했다. 현재 두 사람은 차기작 '기생충'으로 네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이창동 감독 : 총 2편('초록물고기', '밀양')

▲ 영화 '밀양' 스틸컷

만들었다하면,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이창동 감독과도 송강호는 두 편이나 함께 했다. 하나는 조연으로, 다른 하나는 주연으로서 만났다. 1997년 '초록물고기'에서 송강호는 야비한 깡패 '판수' 역을 맡았는데, 연기가 워낙 실감 나서 당시 영화를 본 관객들을 송강호를 진짜 깡패를 섭외했냐고 생각할 정도로 주연배우들과 맞먹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초록물고기'를 기점으로 송강호는 1990년대 다른 영화의 조연으로 연이어 등판하게 되었다.

10년이 지나 송강호는 이창동 감독과 재회했다. 재회한 작품은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극찬을 받기도 했다. 비록 전도연이 '칸의 여왕'으로 등극했지만, 송강호를 향한 찬사가 훨씬 더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창동 감독은 송강호를 "굉장히 머리가 좋고, 배려를 많이 하며 전체를 다 본다"고 극찬했고, 파트너였던 전도연은 "괴물"이라고 평가했다. 한두 명도 아닌 국내에 손꼽히는 거장 중 4명에게나 인정받았다.

장훈 감독 : 총 2편('의형제', '택시운전사')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이번 '택시운전사'로 함께한 장훈 감독은 송강호와 총 2개의 작품을 해왔다. '의형제'에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결과는 2010년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이었고, 7년이 지난 지금 '택시운전사'로 장훈 감독과 송강호가 만나 2017년 역대 최고 흥행작을 만들어나가면서 천만 관객을 향해 무한 질주 중이다. 장훈 감독은 촬영 중 송강호의 번뜩이는 천재성에 '연기천재'라고 극찬했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장훈 감독은 "'태술(유해진)'네 집에서 '재식(류준열)'이 노래 부를 때, 각본에 없는 춤추는 장면을 송강호가 만들어내 평화로운 집안과 광주의 비극을 대조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답했다. 그 외 '피터(토마스 크레취만)'가 과자통에 필름을 숨길 때, 리본이 잘 묶이는 데 도우며 서로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담아내는가 하면, '박 중사(엄태구)'에게 서울 번호판이 발견되는 장면에서도 색다른 감정으로 연기해 놀라게 했다고 한다.

그 외 송강호는 한재림 감독('우아한 세계', '관상'), 이준익 감독('사도'), 강제규 감독('쉬리'), 임필성 감독('남극일기') 송능한 감독('넘버 3') 등과도 함께 했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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