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mpetition_컴피티션'의 한 장면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처음 단어를 선택할 때 말들이 많았다. VR이 과연 적절할까부터 시작해서, 최초 'VR 퍼포먼스다'라고 하면 제일 먼저 고글을 쓰고 보는 건지를 묻는 분도 계셨다." - 최종찬 연출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국내 최초로 VR 퍼포먼스 'Competition_컴피티션'이 열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CKL스테이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인간의 일생은 '경쟁의 연속이다'라는 포괄적인 전제를 보여준다. 마치 장자의 '호접몽'처럼 한 조각의 꿈인 듯 시작된다. 그리고 인간이 태어나기 직전의 과정인 수정을 위한 정자들의 경쟁에서부터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는 다양하고 수많은 경쟁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짜임새 있는 구성의 대본을 바탕으로 극단 유목민의 이승현, 극단 행의 유우람, 다양한 작품 활동 중인 신준영까지 세 명의 배우들이 우리가 경험하는 일생의 경쟁을 표현하며, 여기에 가상현실이라는 기술력이 관객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준다. '컴피티션'을 만든 최종찬 연출은 "행복의 비결은 얼마나 많은 승리를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경쟁의 고통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있다"라고 밝혔다.

11일 오후 첫 공연을 앞두고 프레스리허설이 진행됐다. 최종찬 연출을 비롯해 배윤경 시노그라퍼, 이승현, 유우람, 신준영 배우가 주요 장면 시연 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본다.

▲ (왼쪽부터) 배윤경 시노그라퍼, 배우 신준영, 유우람, 이승현, 최종찬 연출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Competition_컴피티션'은 어떤 작품인가?
ㄴ 최종찬 :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렸다. 그 일대기에는 내가 태어나기 위해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순간도 있는데, 그때부터 경쟁은 시작되고, 죽는 방법까지 모두 경쟁에 포함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안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점을 어필하고 싶었다.

작품의 기술 접목을 한 이유는?
ㄴ 최종찬 : 기술 접목을 평소에 좋아해서 작품에 영상 등 복합적인 구성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연극도 소중하고 친밀한 작품 될 수 있지만, 다른 무언가의 요소를 결합해 공연에 녹여내서 잘 어울려진다면, 관객이 신선하면서 재미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이런 새로운 요소를 찾던 중 이렇게 옆에 함께 일하시는 여러분들과 작업을 하게 됐다.

무대 구성은 어떻게 이뤄졌나?
ㄴ 배윤경 : 연출과 경쟁을 어떤 식으로 보여줄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360도의 원형 공간에 관객이 다 들어가는 구조다. 그 공간 안에서 자신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 보니 영상을 써서 관객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구상하게 됐다. 또한, 관객이 배우들과 친밀하게 상호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해서 이 무대 구성하게 됐다. '이상한 놈'은 사각형 형태, '나쁜 놈'은 삼각형 형태, '좋은 놈'은 원형 형태로 기하학적 조화를 영상으로 구성하려 했다.

▲ 'Competition_컴피티션'의 한 장면

작품을 관람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VR 기술과는 다른 형태다.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이라는 말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ㄴ 최종찬 : 처음 단어를 선택할 때 말들이 많았다. VR이 과연 적절할까부터 시작해서, 최초 'VR 퍼포먼스다'라고 하면 제일 먼저 고글을 쓰고 보는 건지를 묻는 분도 계셨다. 안경을 떠나서 공연장의 1:1 관계, 어떤 공간을 바라보는 무대에서 내가 포함되어 내가 있는 영상장소가 하나의 공간이 된다면 그것이 VR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이런 형식의 공연이 많이 있다. 내세우고 싶은 것은 연극적인 요소들을 많이 사용하고, 배우의 감성을 가져가려고 했다. 그런 면에서 무용과 다르게, 이쪽 분야에서는 거의 최초가 아닌가 싶었다. 아직은 과정 중 일부라고 생각해, 완성도는 높지 않더라도 새 발을 내디뎌보고 싶었다.

기술을 융합해서 처음 볼 수 있는 독특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전에는 배우의 감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공연이든, 배우의 감성이 우선 자리 잡은 후에 나오는 기술은 공연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요소로만 활용하려 하고 있다. 영상을 주로 보여주고 배우의 감성을 끌어낸다면, 연극적인 요소로 변질될 것 같았다.

홍보자료에도 최초 VR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연극적 마인드에서 감성을 버리지 않는 선에서 가져가 보자는 생각에서 나왔다. 이런 작업 중 어려운 부분이 제작비다. 모든 공연이 가진 문제겠지만,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럴 때 기술을 포함해서 나올 수 있는 효과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 최종찬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습 시간이 어떻게 됐나?
ㄴ 최종찬 : 작업시간이 3주밖에 되지 않았다. 연습실도 하루하루 다른 곳을 빌려 가며 어렵게 한 점이 있다. 뚜렷한 의상디자이너, 콘셉트를 잡아주신 디자이너가 많지 않았다. 시노그라퍼에 의존한 것도 사실이고, 그런 과정에서 배우들과 죄송한 부분이 많다. 솔직히 의상 전문가가 와서 콘택트를 하면 좋은 것이 있다. 이거 하면 저거 하면 어떨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배윤경 :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보완해야 할 점도 있을 것이다.

유우람 : 연출님이 저희의 의견에 잘 수용해주시는 분이다. 그래서 잘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사방이 무대인 가운데, 관객이 한 번 볼 때 어느 정도만 보고 간다고 생각하는가?
ㄴ 최종찬 : 관객이 처음 자리에 앉아서 본 경우는 오늘(11일)이 처음이다. 35~50% 정도는 놓치고 가겠다고 생각했다. 12일 공연에 반영하려 한다. 그런 과정이라 생각해 연극적인 요소를 표현하는 것을 반영하고자 한다. 극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어서, 배우들에게 시선을 화살표처럼 꽂혀가라고 했고, 관객은 그 시선을 따라간다. 자연스럽게 배우를 따라가는데, 단점이 시간적 부분에서 길어질 수 있다. 쭉쭉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세 명이 확 한 곳을 바라본다. 영상이 '띠용' 하고 나오면, 관객이 놓치지 않을 것이다.

자리가 불편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올 듯싶다.
ㄴ 최종찬 :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소재를 이용했고, 쉽게 가려고도 했다. 고개를 다 돌려서 힘들게 보기를 원했다. 객석을 다 빼서 불편하더라도 서서 관람하는 것이 VR, 움직임에 대한 맛이 아닐까 싶었다. 의도 자체는 관객이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시작했다. 그래도 한국 사람이니까 우리도 이해하자는 생각이 커서 의자를 준비했다. 도전 정신이 있었다면 의자가 없을 건데, 이번에 이렇게 하면 다음에는 목욕탕 의자를 10개 가져다 놓는다던가, 일반 의자를 가져다 둬서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라는 콘셉트를 가져갈지 회의를 했었다.

▲ 'Competition_컴피티션'의 한 장면

이 작품으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사회적 문제를 녹이려 시도했나?
ㄴ 최종찬 : 솔직히 나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밤샘작업 일 많이 하는데, 항상 드는 생각이 내가 왜 일을 하고 있는가였다. 그대로 녹여내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일을 안 하자니 놀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상황이었다.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현시점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녹여내려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그 감정 하나만 넣고 싶었다. 넣는 과정에서 마음 아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삶 속에서 우리가 얻는 행복의 길은 소소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웃음코드로 담으려 노력했고,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의미는 무엇인가?
ㄴ 최종찬 : 다른 장면은 관객이 직접 생각하면 좋겠다. 마지막은 자살을 표현하려 했는데, 사람의 목숨을 끈으로 놓는 게 아니라, 경쟁의 끈을 놓는 것을 생각했다. 경쟁이 자살했고, 나는 행복하게 벗어났다를 보여주려 했는데 완벽하게 표현된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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