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태림 ⓒ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문화 人] '홍태림' 웹진 '크리틱-칼'…모든 생각을 환영한다. ① 에서 이어집니다.

 

크리틱-칼이 신생공간에 들어간다고 알고 있는데, 동의하는가?

ㄴ 초창기에 신생플랫폼으로 호명된 적은 있다. 미술 소비자 모임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신생플랫폼을 조사하겠다고 주로 청년 작가들이 만든 공간과 웹진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신생공간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보기에는 크리틱-칼을 신생공간으로 보지 않는데, 다만 작년에 잡지 미술세계 특집에서 신생공간에 크리틱-칼도 포함했다.

현재 신생공간에 대한 동향은 어떠한가?

ㄴ 2015년 이후로 절반 이상이 사라졌고 계속 없어지고 있다. 신생공간은 처음부터 1, 2년 정도 한번 놀아보자고 시작한 것이다. 이미 예견됐던 것으로, 놀랄 일이 아니고,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유지할 장기적인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계약 기간 2년이 끝나서 접은 것이다. 신생공간 범주에 들었던 '아카이브 봄'이 용산구 백범로에 건물을 사고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예외적인 케이스다. 신생공간이라는 용어는 한때 유행 타서 모호하게 썼던 것이다. 이제 아무도 신생공간을 얘기하지 않고, 할 필요도 없다. 

 

신생공간에서 활동했던 분들은 그간의 창조력을 발휘하여 계속 활동하고 싶을 것 같다.

ㄴ 신생공간은 "기존 미술 제도와 사회는 망했고 폐허고,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우리는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을 것이고, 친구들과 지금 이 순간을 즐길 것이다"가 모토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활동이 기존 제도 안으로 호명되거나 연결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신생공간에서 활동했던 80~90년생 젊은 작가들은 자신이 우습게 보고 멀리하고 싶었던 기존 미술제도 안에서 자아실현, 자아개발 게임을 하게 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각자도생, 무한경쟁체제로 들어간 것이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ㄴ 제가 신생공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논지는, '그들이 미술제도를 폐허라고 얘기하지만, 어차피 미술제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질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부분이다.

이제 그러한 공간 중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제도권을 뒷받침하는 하위 카테고리로 작가들의 최종 꿈은 아니다. 아마 그들은 공간에서 전시하다가, 레지던시에 들어갔다가, 단체전도 하고, 나중에는 해외에서 상도 받고 싶을 것이다. 그 부분을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좋겠다.

 

이 부분을 어떻게 보면 크리틱-칼에 연결지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사람들이 굳이 크리틱-칼에 연재할까? 그것은 크리틱-칼만의 정체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은 아닐지. 예를 들면 작가들이 아카이브 봄이나 산수문화에서 전시하는 것은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예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해서 선택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제도권에서 전시하면 검열이 있을 수도 있고. 필자들이 다른 매체보다 크리틱-칼에서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의 목표가 더 잘 전달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아예 그러한 부분이 허물어졌다고 생각하는가?

ㄴ 크리틱-칼 플랫폼 자체는 힘이 없다. 크리틱-칼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나 매체의 힘은 매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필자들에서 나오는 것으로 각자의 역량이다. 크리틱-칼에 쓰면 내 글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고, 더 유명해질 수 있어서 선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크리틱-칼에 글을 썼는데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심지어 논란이 된다면, 그것이 매체의 힘이겠는가? 자신이 좋은 글을 써서 그렇게 된 것이다.

크리틱-칼을 처음에 그렇게 기획을 하고 만드셨지만, 앞에서 말씀하셨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필자분들이 스스로 제어하고 어떠한 흐름이 만들어졌다. 그러한 부분은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ㄴ 그렇죠. 그런 부분은 맞죠.

▲ ⓒ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그럼 원래 논의대로 돌아가서, 미술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면 조금이라도 상황이 풀릴까?

ㄴ 저는 보수적인 사람이라 제도를 부정하지 않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도를 비판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술계의 노동문제나 미술시장에 관련된 문제는 정치적, 정책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다. 앞세대들이 문제를 폭탄 돌리기 하듯이 계속 넘겨서 우리 세대까지 왔다. 우리까지 뒷세대들에게 폭탄 돌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 개선해야 하는 부분은 최대한 해야 한다.

미술제도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ㄴ 예술 노동 관련해서는 예술가의 창작 활동이 노동으로서 공인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교환관계가 있어야 한다. 저는 그것을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와 관련해서 글도 여러 번 써왔다. 시각예술표준계약서, 작가보수제도가 아직 현장에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연구 결과물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미술시장 관련해서는 첫째로, 미술품유통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작품을 유통하는 화랑과 감정사들은 작품에 대한 책임을 안 진다. 감정사와 그 조직이 화랑협회에서 나와서 서로 담합을 하고, 가짜를 진짜로 만들기도 한다. 굉장히 비윤리적인 구조이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 형사책임을 넣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둘째로, 미술품양도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미술품이 투명하게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미술품양도소득세가 작고 작가 6,000만 원 이상일 때만 적용되고, 생존작가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술품양도소득세가 전체적으로 적용되면 미술품을 양도할 때마다 기록이 남아서 위작이 생길 수 없다. 또한, 탈세·불법 증여를 위해 미술품을 사는 대부분의 개인 컬렉터들은 세금이 추적되기 때문에 미술품을 사지 않을 것이다. 미술시장이 타격을 받는다고 현재 있는 미술품양도소득세법 조차 없애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참 문제다.

셋째로, 화랑과 경매업체를 분리해야 한다. 화랑과 경매업체가 담합해서 전시하고, 작품값을 올리고, 되파는 등 굉장히 비윤리적인 시장구조이기에 개선되어야 한다.

▲ ⓒ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지금까지 인생에서 많은 영향을 끼친 부분은 무엇인가?

ㄴ 원리원칙, 합의, 존중 등 기본적인 것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부분은 2011년도부터 1년간 '아트스페이스 풀'이라는 대안공간에서의 경험에서 정립되었다. 당시 미술계가 그러지 않는데, 그곳은 제가 일하는 당시에 고지식하게 그러한 것을 지키는 부분에 있어서 동의할 수 있는 점이 있었다.

예술은 보통 자유로워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데, 원리 원칙·합의·존중이 예술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ㄴ 공공기금을 쓰거나 공공사업을 할 때, 원리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문제점이 생길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유와 예술을 빙자해서 노동을 착취하는 문제가 있다.

제도가 양날의 검일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을 구속할 수 있는 한 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날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게 예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과 제도와 관련해서 상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합의해 가는 과정에서 나름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가 있는가?

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는 시스템의 고립을 겨냥한 개인에 맞춘 참여형 프로그램을 많이 한 '차지량' 작가와, 자기반성의 시간이 붕괴한 사회 안에서 어떤 태도로 삶을 사는가를 고민하는 '강신대' 작가가 있다. 두 분 다 사회적 비판성을 직접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분들의 작업은 80~90년대생 작가들이 자아개발, 자아실현에 함몰되는 것에 거리를 두면서, 예술이 이 사회 안에서 어떤 것이 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판단은 20~30년 뒤에 하는 것이고,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궁금해서 관심이 있다.

 

크리틱-칼과 홍태림씨의 향후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가?

ㄴ 크리틱-칼은 후원금이 0원이면 운영을 종료한다. 이후 열람만 할 수 있게 아카이브로 남길 것이다.

2003년에 발족했던 '미술인회의'라고 미술정책, 미술인들의 권익 등 현재도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망라해서 정책적으로 이슈파이팅을 하려고 한 조직이 있었는데, 잘 활동하지 못하고 3-4년 뒤에 사라졌다. 그런데 그 조직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거나 연구되거나 정리된 게 없어서 제가 그러한 부분을 올해부터 시작했고, 내년까지 작업할 예정이다. 저도 궁금한 점이 있고, 자료들이 잃어버리기 전에 정리해야 뒷세대들이 필요할 때 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술 운동을 해야 할 과제가 있는데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미협, 민예총, 민미협 같은 조직 운동이 맞는 것인가? 아니면 국선즈, 미술생산자모임 같은 수평적이고 느슨한 구조로 운동하는 게 맞는 것인가? 지금까지는 둘 다 실패했는데 그럼 앞으로 어떤 방향을 갈 것인가? 고민을 하다 보니 미술인회의도 거대 조직 운동의 한 사례인지라 정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미술 단체들은 이익단체처럼 각자 이익만 추구하고 있지, 미술 내 실질적인 권익 개선이나 제도적인 보완을 위해 활동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미술인 단체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

ㄴ 그렇지는 않고, 지금은 연구하고 있는 단계다. 저는 예술인 권익 활동 보장을 위한 단체인 '예술인소셜유니온' 회원으로 운영위원을 했었다. 지금은 미술인들만 모으기보다는, 더 큰 문화예술 조직을 통해 운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avi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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