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학생이 '맞으면서 야구할 때가 좋았다'는 충격적 내용 올려

▲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이렇게 모교와 상대 응원단에 예를 표한다. 이것이 바로 학생야구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8일, '엠스플뉴스'에서는 폭력감독이 어떻게 다시 야구부 감독이 됐는지에 대한 탐사 보도를 진행한 바 있다. 전직 초등학교 감독 S씨가 폭력 사건으로 인하여 야구부에서 물러난 이후 다시 고교 감독이 된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했다. 특히, 당시 S감독이 어린 학생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까지 동영상으로 공개되면서 꽤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서남대 J감독의 폭행 사건을 비롯하여 지난해 발생한 S감독의 폭행 장면까지 공개되면서 다수의 야구팬들은 분노감을 표출한 바 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지도자가 있느냐! 지금이 쌍팔년도 시대인가!'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본지에서도 몇 차례 학교 폭력 사태에 대한 보도를 진행한 바 있다. 그 중에는 비보도를 전제로 피해 학생을 돕기 위해 본 기자가 적극 나선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본 기자가 직접 느꼈던 것은 '피해 사실이 밝혀져도 경찰에서도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라는 사실 뿐이었다. 일단, 피해 사실이 발생해도 경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J감독이나 S감독의 사례처럼 동영상과 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설령 폭행 직후 멍이 든 사진을 증거 자료로 제출해도 가해자가 부인하면, 이를 증명해야 하는 책임도 피해자에게 있는 셈이다. 결정적으로 미성년자의 폭행에 대해서는 피해자 본인의 단독 신고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호자를 반드시 동반해야 하며, 이 역시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신고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러한 제도적인 허점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폭행 사건이 일어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냥 덮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

맞으면서 야구했던 시절이 좋았다고?
제대로 하지 못하면 맞으면서 야구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폭력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가해자도 감독, 코치를 비롯하여 상급생까지 매우 다양하다. 때로는 동급생들끼리 술을 마시다가 홧김에 주먹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다. 다만, '엠스플뉴스'에서의 보도처럼 직접적인 증거가 흔치 않아 '덮을 수밖에 없었던' 케이스가 훨씬 더 많았다. 설령 보도를 해도 십중팔구 가해자측에서 항의를 해 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결국 피해자쪽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런데, 본 기자는 이와 관련하여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SNS를 접하게 됐다. 시작은 '엠스플뉴스' 보도 내용과 관련하여 본 기자도 적극 후속 취재를 돕겠다는 내용에서부터 비롯됐다. 대부분 '학생 야구에서 폭력 사건이 제로화될 때까지 끝까지 진실을 밝혀달라.'라는 격려가 많았지만,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글도 있었다. 놀랍게도 지난해 S감독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해당 학생들은 '나는 그때가 좋았다', '그 사건만 없었다면, 내가 에이스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가볍게 넘기지 못할 내용들이었다. 맞으면서 야구했을 때가 좋았다는 이 발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 학생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는 것은 이를 통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그것 때문에 폭행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김현희 기자

이것은 100% 지도자 잘못이다. 해당 학생의 치기 어린 표현으로 넘겨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이다. 즉, '연습을 하는데, 생각대로 잘 안 된다 → 잘 못 했기 때문에, 맞아서라도 고친다 → 따라서 잘 못 해서 맞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라는, 그릇된 야구관이 생겨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네가 못해서 맞은 건데, 왜 그것을 외부에 알려서 가만히 있는 야구부를 건드리느냐!'라는, 극단 이기주의적인 발상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 일을 왜 이제야 언급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본 기자도 해당 학생들을 직접 거론하면서 '본인이 직접 폭행을 당했건 안 당했던 간에, 팀 동료가 맞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았을 텐데, 그걸 보고도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결과는 침묵이었다.

학생 선수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야구부를 통하여 야구를 시작한다. 따라서 첫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올바른 야구관/인격관이 형성되게 된다. 그런데, 최근 본 보도와 관련하여 '초등학교 때 폭력을 당한 일이 많다.'라는 제보도 심심치 않게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선수들이 과연 프로를 거쳐 지도자가 되었을 때, '빠따(폭력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속어)'를 들지 말라는 법은 없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놓였는데도 초등학교 감독들은 '선수들이 최근에는 리틀리그로 많이 몰려 초등학생 야구 선수들이 부족하다.'라고 하소연하는 데에 있다. 필자도 처음에는 리틀리그를 선호하는 최근 현상에 대해 그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최근 이 사건을 계기로 생각을 많이 달리하게 됐다. 초등학교 지도자들부터 '민주적인 사고방식'을 가지지 않는 이상,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어린 선수들은 리틀야구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14년 이후 국내 리틀야구도 세 번이나 미국 윌리암스포트에 진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부분도 눈여겨 봐야 한다. 이대로 가면, 초등학생 야구의 뿌리가 리틀야구로 옮겨 갈 수밖에 없다. '우리 학교 일은 아니니까 상관없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어불성설. 결국은 전국 초등학교 야구부 감독들이 이와 관련한 공동 책임을 느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건이 크게 보도된 이후 '우리 학교의 명예가 실추됐다.'라고 이야기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 마디 전하고자 한다.

"교장선생님, 감독님, 코치님, 학부모님! 과거 폭력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해서 학교 명예가 실추됐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릇된 과거를 깨끗하게 청산하고, 새로운 야구부를 만들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정말 당당하게 어깨를 펴실 수 있는 것입니다. 명예가 실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예를 회복한 것입니다. 그러니, 당당하게 어린 새싹들을 키워주십시오. 오히려 추악했던 과거를 숨기는 것이 명예롭지 못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야구부를 정상화시켜 주신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더 이상 이 대한민국 전 학교 야구부에 폭력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그러한 선진 야구 문화 정착에 학교장 선생님과 감독님, 코치님, 학부모님 및 선수들 모두 힘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 본 고에 씌여진 사진은 참고 자료일 뿐, 해당 학교와는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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