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naikLouPitteloud, Elitopia, 2017, neon, 8 × 112 cm, Edition of 5 ⓒ 챕터투(Chapter II)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챕터투(Chapter II)가 '현존/부재(Presence/Absence)' 전시를 26일까지 개최한다.

수전 손택(Susan Sontag, 1933 - 2004)은 현대무용인 유효한 빛(Available Light, 1983)의 리뷰에서 안무가의 사고체계를 빌어, 예술 표현 형식에서의 부재와 현존과의 상호관계, 미(美)라는 다원적 개념과의 밀접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특히, 부재(Absence)가 작품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단순한 무(Emptyness)가 아닌 미의 숨겨진 본질일 수 있다는 논거를 비중 있게 다룬다.

▲ 장민승, Black Sunset, 2012-17, pigment print, 120 x 120 cm ⓒ 챕터투(Chapter II)

도상학적 관점에서 볼 때 재현된 작품은 화면 또는 대상물에 부여된 이미지를 통해서 현현(manifestation)하는데, '시각 반응'이라는 범주에서 작품의 표층 아래, 비시각 영역에 머물러 있는 부재는 작품의 의미와 개념의 구조를 지지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한다. 이러한 부재는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하는데, 주제 자체가 될 수도 있고 (불특정적이나 범람한 사회 현상, 익숙한 사물에서의 보이는 특이점) 시간, 분위기, 공간, 느낌 등의 비물질적 요소를 유효하게 대변하기도 한다.

 

▲ 김기영, Vacancy, 2014, wood, 65 x 50 x 60 cm ⓒ 챕터투(Chapter II)

아나익(Annaik Lou Pitteloud)은 글로벌 시스템 하 만연한 사회적 현상, 좁게는 국제미술계의 내부에 은거하고 있는 미묘한 양상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바탕으로 작가가 탄생시킨 신조어를 주제로 한 네온사인 작업을 선보인다.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은 CMYK 컬러 포맷과 광고 매체의 통상적인 외형을 빌어 표현된 단어들은, 마치 실제 존재하였던 단어인 양 두 의미를 함축성 있게 내포하며 매스미디어 또는 불특정적인 사회 현상에서 우리가 경험했음 직한 감상과 느낌을 대변한다.

김기영 작가의 베이칸시(Vacancy, 2017)는 평범한 의자를 대상으로 깎아내는 행위를 통해 의자의 형상은 지니되 의자 본연의 기능성이 상실된 비가역적 상황을 내포하는 조각 작품이다. 작가의 반복된 깎아내기를 통해 최소한의 형태만 유지하는 상황에 내몰린 '의자'는, 효용 가치와 존재 가치 간의 등가 법칙이 적용되는 공산품에서의 기능성의 부재는 곧 존재 가치의 부정으로 이어짐을 의미하는지, 의자의 원형으로 관념 세계 속에 존재하는 이데아 (Idea)의 표상의 지위는 유지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 이지연, Draw in drawing #2, 2016, acrylic on canvas, 145.5 x 89.4 cm ⓒ 챕터투(Chapter II)

이지연 작가에게 공간은, 사전적 의미의 충족 조건인 사람이나 사물의 존재 또는 활동 여부에 의해 좌우되는 부차적인 요소가 아닌 그 자체가 작품의 토대를 이루는 핵심 주제이다. 그런 점에서 '그림 속에 그리다' 연작은 작가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공간들에 대한 주관적인 기억의 현시이자 일종의 오마주다.

▲ 정해련, WEB003, 2014, 스테인리스파이프, 미러판,175x100x50cm ⓒ 챕터투(Chapter II)

avin@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