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는 유럽 축구의 '엘도라도(황금의 땅)'로 불렸다. 유럽 프로 축구 리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거 배출했고, 유럽 축구의 중심으로 거듭나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각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모인 탓에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했던 세리에A.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구단들의 재정 상태 악화와 이탈리아 내부 사정과 겹치면서 3대 리그에서 밀려나 어느덧 4대 리그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세리에A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인터 밀란과 AC 밀란의 부진 그리고 유벤투스의 독주 체제는 아쉽지만 로마와 나폴리 그리고 라치오와 피오렌티나에 '돌풍의 주역' 아탈란타까지. 볼거리는 여전하다. '명가' 인테르는 중국 자본을 무기로 다시 한번 비상을 그리고 밀란 역시 새로운 주인과 함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매월 5일. <이탈리아 칼치오 톡>을 통해 다시 한번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는 이탈리아 축구를 재조명하겠다.
 

▲ 세리에A 빅3에서 모두 활약한 선수들 ⓒ 그래픽=문화뉴스 박문수

[문화뉴스 MHN 박문수 기자] 얄궂은 운명이다. 라이벌 클럽으로 이적한 선수는 배신자를 지칭하는 유다라 부른다. 이번 여름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는 두 명의 '유다'가 등장했다. 유벤투스의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AC 밀란으로 이적한 데 이어, 이번에는 AC 밀란의 마티아 데 실리오 역시 유벤투스 품에 안겼다.

보누치는 이탈리아와 유벤투스를 상징하는 수비수였다. 네이마르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보누치의 밀란행 역시 충격적인 이적이다. 네이마르가 금전적으로 충격을 안겨줬다면 보누치는 다른 클럽도 아닌 유벤투스의 라이벌 밀란으로 이적하며 충격을 안겨줬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보누치의 밀란 이적설이 불거졌고, 밀란행에 사인했다.

보누치가 유벤투스에서 밀란으로 떠난 후, 이번에는 밀란의 데 실리오가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데뷔 초반 데 실리오는 제2의 말디니라는 평을 얻었다. 수려한 외모 그리고 어린 나이답지 않은 출중한 실력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 때문이다. 그러나 데 실리오의 성장세는 다소 미미했다. 막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이 팀을 떠난 이후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며 정체됐고, 한 때 제2의 말디니에서 어느덧 팀의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그리고 이번 여름 데 실리오는 은사 알레그리의 부름에 응답하며 밀란을 떠나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공교롭게도 알레그리 감독과의 불화설로 유벤투스를 떠나 밀란 품으로 안긴 보누치와 대비되고 있다.

▲ 유다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잦은 인테르-유벤투스-밀란의 삼각딜

유벤투스와 AC 밀란은 세리에A를 대표하는 라이벌이다. 두 클럽 이외에도 인터 밀란까지 일컬어 세 팀은 일명 세리에A 빅3로 불린다. 우승 횟수가 증명한다. 

유벤투스는 세리에A에서만 33회 우승을 AC 밀란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7회 우승을 달성했다. 10년간 정체된 사이 레알이 3회 우승을 추가했지만, 여전히 밀란은 레알에 이은 유럽 챔피언 최다 우승 기록 2위를 보유 중이다. 인테르는 2009-2010시즌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이탈리아 클럽 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했다.

유벤투스 독주 속에 두 밀라노 듀오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팀 역사와 재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세 팀을 일컬어 세리에A판 '빅3'라고 부르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세 팀은 유독 선수들간 이동이 잦다. 이탈리아 빅3를 모두 거친 대표적인 선수는 '말총머리'로 불린 이탈리아의 판타지스타 로베르토 바지오다. 피오렌티나에서 이름을 알린 바지오는 유벤투스를 거쳐 밀란과 인테르에서 모두 활약했다. 팬들은 바지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이 아닌 바지오를 일컬어 이탈리아 레전드 그 자체로 칭하고 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안드레아 피를로도 마찬가지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유벤투스를 거쳐 인테르와 밀란에서 모두 활약했다. 이브라히모비치의 활약상이 워낙 좋았던 이유로 팬들은 어느 한 클럽의 레전드가 아닌 이브라히모비치 자체를 2000년대 세리에A를 대표했던 최고 공격수 중 한 면으로 부르고 있다. 

레지스타의 교과서인 피를로 역시 인테르를 거쳐 밀란에서 정점을 찍었고, 유벤투스 이적 후 이탈리아 축구 패러다임을 바꾸며 이탈리아 레전드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보누치가 빅3를 모두 경험한 선수 대열에 합류했다. 비테르베세를 거쳐 인테르로 이적한 보누치는 이후 트레비소와 피사 등에서 임대 활약 후 바리로 이적하며 기량을 만개하기 시작했다. 2010년 여름 유벤투스 이적 후 지난 시즌까지 팀 수비의 중심으로 황략했고 새 시즌부터는 밀란의 주장으로서 새로운 활약을 예고 중이다.

이외에도 파트리크 비에이라와 엣하르 다비즈 역시 세 팀을 모두 거쳐간 선수 중 대표 주자다. 비에이라의 경우 세 클럽 모두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친 탓에 세리에 A가 아닌 아스널 레전드로 꼽힌다. 다비즈는 유벤투스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며 팀의 레전드로 꼽힌다. 다만 2003-2004시즌 바르셀로나 임대 후 인테르로 이적하며 유다 대열에 합류할 뻔했다. 다만 유벤투스에서와 달리, 인테르에서의 다비즈는 분명 기대 이하였다.

비에리도 빼놓을 수 없다. 볼로냐 출신인 비에리는 토리노에서 프로 데뷔했고, 이후 여러 클럽을 전전했다. 아탈란타를 거쳐 1996-1997시즌 유벤투스로 합류했고, 이후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라치오에서 활약한 뒤, 1999-2000시즌부터 2004-2005시즌까지 인테르의 간판 공격수로 이름을 알렸다. 2005-2006시즌 전반기에는 돌연 밀란으로 이적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반 시즌 만의 모나코로 임대 생활을 떠나야 했다.

이들 외에도 이탈리아 역사상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쥐세페 메아차 역시 세 클럽에서 모두 활약한 이력을 자랑한다. 

pmsuzuki@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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