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늘은 갈 수 있나요?"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쿡방과 먹방이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요즘, 휴가철에 어울리는 푸드 트립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이 지난 3일 개봉했다.

영화 '파리로 가는 길'(감독 엘레노어 코폴라)은 성공한 영화 제작자인 남편 '마이클'(알렉 볼드윈)과 함께 칸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를 찾은 '앤'(다이안 레인)이 귀에 통증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다음 출장지인 부다페스트 일정을 건너뛰고 '마이클'의 사업 파트너인 '자크'(아르노 비야르)와 차를 타고 파리로 이동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이야기가 더 리얼하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데는 어쩌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감독 엘레노어 코폴라가 실제로 2009년 남편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함께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가 심한 코감기로 비행기를 탈 수 없어 동유럽 출장에 동행하지 못하고 남편의 사업 동료랑 프랑스 여행을 했던 실제 경험담을 영화화한 것이다.

 

원칙주의자인 '앤'은 늘 바빠서 자신에게 신경도 써주지 못했던 남편과는 전혀 다른 프랑스 남자 '자크'와 그의 낡은 차가 못 미더운데, 자꾸만 대책 없이 옆길로 새기까지 하니 못마땅하기만 하다. 칸에서 파리까지는 차로 약 7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약 40시간에 걸린 그들의 여정, 비행기를 탔으면 금세 갔겠지만, 평소라면 볼 수 없었을 여유로운 낭만을 즐기게 된다. 

라벤더밭이 펼쳐진 시골 엑상프로방스, 고대 로마인들이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가르 수도교, 가르동 강,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리옹의 루미에르 박물관, 직물 박물관, 폴 보퀴즈 시장에 성모 마리아의 유해가 잠들어 있는 베즐레이까지, 프랑스 곳곳의 매력적인 여행 명소들과 그 안의 맛집들은 당장에라도 프랑스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한다.

 
 
 

늘 남편에게 내조하고 그의 스케줄대로만 움직여야했던 '앤'에게 필요했던 것은 이러한 일탈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좋아하는 장미가 가득 채워진 자동차를 타고, 차가 고장 났을 땐 잠시 여유롭게 강가에 앉아 호텔에서 싸온 음식과 와인으로 고급 피크닉을 즐기는가 하면, 유명 레스토랑들에서 프랑스 전통 와인과 다양한 요리, 그리고 특산품을 맛보는 로드 트립. 어쩌면 일상에 치여 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그런 여행이기에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은 여름휴가 대리만족 영화일 수도 있겠다. 꼭 프랑스가 아니어도 좋다. 늘 급하게 움직이면서 놓칠 수 있는 소소한 곳에 잠시 멈춰가며 맛과 멋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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