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3일간의비' 프레스콜 사진 (왼쪽부터) 배우 최재웅, 이명행 ⓒ 문화뉴스 권혁재

[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문화 人] '3일간의비' 최재웅-이명행, "오만석은 배우 작업 능률 올리는 뛰어난 연출가" ① 에서 이어집니다.
 

서로의 첫인상이 궁금하다. 겪어보니 어떤 배우라고 생각이 드는지?

└ 최 : '이명행'이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무대로 형을 만났다. 보면서 '목소리가 명품이군' 하고 감탄했다. 

└ 이 : 재웅이가 나오는 공연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재웅이의 모습이 뚜렷하게 생각나는 건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이었다. 무려 극장에서 봤다(웃음). 장군 역할이었다. 굉장히 과묵하고 고독한 장군. 나는 재웅이가 그와 비슷한 이미지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소 까칠하고, 연습실에서 무게 잡는 그런 타입이지 않을까 했다. 

└ 최 : 허나 제일 가벼운(사람이다).

└ 이 : (웃음) 맞다. 내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 최 : 만석이 형도 그렇고, (이 작품에는) 다 가벼운 사람들만 모였다.

각각 맡고 있는 두 캐릭터 중 어떤 캐릭터에 더 마음이 가나?

└ 최 : 글쎄…… 워커나 네드, 핍과 테오 모두 묘하게 부모 자식 간의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 '워커'가 이미지 상 비슷하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사람이다(웃음). 캐릭터 중 어디에 더 가깝다고 말하기보다, 어느 캐릭터든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규정짓지 못하겠다.

└ 이 : 핍과 테오 각각 다 애정 가는 장면들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의 '핍'을 더 좋아한다.  

└ 최 : 핍이 더 멋있게 나온다.

└ 이 : (웃음) 실제로 아내가 '핍일 때는 멋있었는데, 나중에 비 오는 장면에서는 외모가 녹아버렸다'고 하더라. 나는 꿋꿋하게 두 캐릭터 모두 좋다.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면?

└ 최 : 요즘은 네드가 '플라네르(Flàneur, 산책자)' 얘기할 때가 좋더라. 왜냐하면 실제로 많이 걸어 다닌다. 농담이 아니라, 집에서 광화문까지 버스로 오고 거기서부터 혜화까지는 걸어온다. (걷는 게) 정말 재밌다. 극중 네드가 도시를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는 내용의 대사를 한다. 나도 광화문에서 대학로 걸어오는 코스가 너무 재밌다. 어떨 때는 안국역으로 오고, 종로로 오기도 하고, 청계천 따라 오기도 한다. 골목골목 새로운 길을 찾아오기도 한다. 운동 겸 시작했는데, 굉장히 재밌다.

└ 이 : 처음에는 낸의 대사 '너무 말라 보인다' 때문에 살을 빼야겠노라, 하면서 걸어 다녔다.

└ 최 : 겸사 겸사였다. 운동으로 시작했지만, 너무 좋아서 이제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 광화문서 혜화까지 딱 40분이다. 

└ 이 : 나는 두 대사를 좋아한다. 초반에 "또 이래. 또 다시 반복이야. 또 이런다고"가 있다. 그게 좋다. 그냥 인생 같다. 단순한 말인데 그게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다. 

또 다른 하나는 라이나의 대사다. 테오가 자기와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를 묘사하는 장면이다. 대사 내용은 이렇다. '미스터리하고 멍하고 고독한 여자 같은 이미지였기 때문에 테오는 날 선택했지,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수다쟁이고 옆에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야' 라는 대사다. 

이 장면이 우리 공연의 중요한 지점을 드러내주는 부분 같다. 우리 공연의 다양한 의미해석 중 내가 집중한 부분은 '사랑의 원죄'이다. 결국은 이런 거다. 사랑은 대단하고 좋은 것이다. 그러나 공연은 사랑에 이르는 과정 중 '원죄'를 언급한다. 어찌 보면 네드가 친구의 여자 뺏은 것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타인의 이런 점을 좋아해 사랑에 빠졌지만, 그게 아님에도 그 사랑은 지속되고 유지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우리 공연이 여기서 어떤 명확한 답을 내리진 않는다.  

└ 최 : 이게 매력이다.

└ 이 :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 그것을 돌아보게 만든다. 혹은 그 과정을 직시하는 것. 이게 우리 연극의 매력인 것 같다.

└ 최 : 대개 작품들은 답을 준다. 1막에서 의문을 던졌으면, 2막에서는 답을 주는 형식. 그러나 우리는 '아~' 하다가 '어?'하게 된다. 타 작품들과 다른 부분이다. 그게 마음에 든다. 오 연출가도 다양한 해석을 열어 둔다. 극적인 재미가 아니라, 대사의 재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대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독특하고 묘하다. 

└ 이 : '아이러니'가 맞는 말인 것 같다. 사랑과 원죄가 붙어있다는 것 자체도 아이러니이고, 결론이 명확하지 않은데 계속 끌고 가는 것도 아이러니이고. 

└ 최 : 극적인 재미가 아니라 다른 뭔가가 있다. 낚시 채널을 한 시간 볼 때 재미가 있어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통상 말하는 개념의 재미가 아니라, 다른 어떤 재미가 있어서 보는 것이다. 묘한 재미. 이 작품도 묘한 재미가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 최 :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사는 것이다. 계획은 딱히 없다. 연습 열심히, 공연도 열심히 하는 것이다. '3일간의비' 끝나면 '사의찬미'에 들어간다. 

└ 이 : 다음 달에 성기웅 연출의 '(가제) 20세기 건담기'에 출연한다. 

 

마지막으로 '3일간의비'를 보러올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 이 :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많이 놀러와 주세요.

└ 최 :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이니 많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 이 : 공연은 관객과 함께 만드는 건데, 보통 공연에서는 무대에서 주는 걸 받아가곤 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이 공연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투영하면서 보셔도 좋을 것 같다. 분석보다는 자신의 심상이나 경험을 적극적으로 투영하시길. 그럼 정말 다다른 결론들이 날 거다.

└ 최 : 각자가 느끼는 답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key000@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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