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어둔 밤' 심찬양 감독 "다이아몬드 같은 배우들, 나는 다듬기만 했다" ①에서 이어집니다.

극 중에서도 등장한 세계적인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와 함께 셀카를 찍었던 모습도 제법 놀랐다. 처음에는 합성인줄 알았다.
└ 극 중에서 미국 유학 간다고 떠난 친구가 미국 영화 연구소(AFI)에서 로저 디킨스를 우연히 만나 셀카를 찍었다. 그 친구가 자랑했기에, 의도해서 집어넣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카메라나 조명 등이 나쁘지 않았는데, 그 친구가 미국을 다녀온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중 하나로 로저 디킨스와의 셀카가 괜찮다고 판단해 집어넣었다. 이 친구가 할리우드를 가서 배운 뒤 돌아와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는 극 전개에 맞아떨어질 수 있었다.

아마 이 사진이 영화에 사용된 건 모르고 있을 것이다. 현재 그 친구는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졸업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1, 2부에서 인물들이 하는 대사들이 단순 각본이 아니라 실제 경험담에서 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 1부 같은 경우에는 90% 이상 각본이다. 그러다 2부는 1부에서 이어진 각 인물의 추가 설정만 알려주고, 너희들이 직접 스스로 표현해봐라 식으로 맡겼다. 촬영하는 동안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다만, 그들에게 자유롭게 연기를 맡기되, 가짜 같이 느껴지면 안 된다고 한 가지만 요구했다. 관객들이 진짜 살아있는 이야기처럼 믿어야 했다. 보통, 페이크 다큐멘터리면 장르적으로 많이 즐기지만, 나는 여기서 극한의 어떤 다큐멘터리 같은 순간이 펼쳐지길 바랐다. 그래서 진짜 이야기 아니냐는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사 중 "한국영화 파이팅"이 몇 차례 나왔는데, 의미를 담은 것인가?
└ 그 상황에서 한국영화와 아무런 상관없는 인물이 "한국영화 파이팅"을 외침과 동시에 우리가 이끌어간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하지만, 한편으론 순수함이 느껴졌다. 또한, 극 초반에 한국영화 특정 작품을 거론하면서 디스한 면도 있지만, 이 친구들이 만드는 영화 또한 한국영화니까 연관성을 주려고 했던 의도도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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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웠던 점은?
└ 지방에서 영화를 찍을 때 공통점은, 장비가 없어 서울에서 빌려와야 하므로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우들이나 스태프 대부분은 포항에 살고 있지만, 액션 장면처럼 특정 부분에 있어 전문 배우들이 필요해서 주위 아는 분들에게 도움 청했다. 물론, 이 점 때문에 힘들었다고 느끼진 않았다. 해외도 나가본 적도 있는데. (웃음)

애초에 돈이 없이 시작했던 프로젝트였고, 투자를 받기 힘들 것이라 생각해서 애초에 최저 예산으로 잡고 시작했다. 모든 영화가 예산상 어려움은 겪고 있는 것이라 특별히 어렵다고 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재밌게 촬영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특별히 어려운 점이 없었다.

촬영 같은 경우에는 집에서 찍고, 집 앞에서 찍고, 학교에서 찍고, 집 앞 바닷가에서 찍고 등 어려움은 없었다. 찍었을 당시가 여름이라 조금 더웠을 뿐이지, 재밌게 작업했다.

이 영화가 제목부터 내용까지 크리스토퍼 놀란과 '다크 나이트' 패러디로 유명한데, GV 당시에 저작권에 대해 물어봤을 때 당황해한 것을 기억한다. 그 후로 놀란이나 DC에 연락해봤나? (웃음)
└ 애초에 개봉을 생각해본 적이 없고, 만약에 하더라도 저예산 영화들이 그렇듯, 굳이 무리하게 개봉할 이유는 없다. '어둔 밤'은 나의 20대 청춘을 정리하는 영화이자, '나는 이렇게 만드는 사람이니 즐길 수 있으면 즐겨라' 식으로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특별한 욕심도 없다.

그렇기에 법적으로 알아본 적도 없다. 크게 문제될 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에서도 수많은 오마주가 등장했듯, 수많은 패러디 영화들도 있다. 나중에 배급사가 생기면 그 때 생각할 문제라고 본다.

▲ 영화 '어둔 밤' 스틸컷

수많은 감독 중에 왜 크리스토퍼 놀란만 팔로잉하고 있는 것인가? (웃음)
└ 인스타그램을 만든 이유 자체가 '어둔 밤'이라는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건데, 뭔가 즐거움을 드리고자 만들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계정만 팔로잉했던 건, 나의 인스타그램에 방문하시는 분들이 재밌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하게 되었다. (웃음)

그 외 다른 감독님들이 인스타그램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나는 인스타그램보다 미니홈피를 더 선호한다. 오늘도 미니홈피 노래 듣고 왔다. 현재 나의 미니홈피 보유곡이 100곡이 넘는다. (웃음)

감독님 인스타그램을 한 번 살펴보았는데, '어둔 밤' 멤버들과 단체로 '덩케르크' 관람을 하러 간 것을 봤다. (웃음)
└ '다크 나이트' 재개봉할 때도 단체관람했다. (웃음) 멤버들과 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그리고 관객 중 일부가 우리에게 관심 가질 것 같아 팬서비스 차원에서 게재해봤다.

▲ 영화 '어둔 밤' 스틸컷

영화계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영화감독이 꿈이었나?
└ 처음에는 뭐하면서 노는 게 가장 재밌을까 하고 찾던 도중에, 연극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연극동아리에서 연기와 연출을 배움과 동시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재밌었다. 그런데 연극이라는 게 무대가 끝나고 사라지는 데에서 약간의 허무함이 들기 시작할 때, 선배들이 영화를 만드는 것을 보고 해볼 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를 다녀온 뒤 학교에 영화 수업이 열려 듣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할까 고민했다가 결국 발을 딛게 되었다.

2010년에 영화수업을 처음 들었고, 영화를 제대로 한 번 찍어봐야겠다고 결심했던 게 2012년 2학기였다. 그때 졸업작품을 처음 만들게 되었고, 그 이후 계속해서 단편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독립영화까지 만들게 되었다.

당신이 영화감독이 되는 과정에서 영감을 줬던 작품은 있는가?
└ '어둔 밤'으로 한정한다면, 작업 방식은 주성치 감독의 초기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늘 나오는 배우들이 늘 나오는 배역들을 맡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만 따스함이 있다. 그리고 '보이후드'처럼 시간을 담아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성격은 다르지만 '밀양'이나 '용서받지 못한 자'도 참고했다.

영화 속 영화는 '킬 빌'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걸 뒤죽박죽 섞어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도 생각해봤고, 영화 제목에서 봤듯 '다크 나이트'는 극 중 패러디 소재로 많이 사용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품행제로'를 좋아하는데, 나는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라 생각한다. 류승범과 봉태규, 그리고 공효진 3명의 배우가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살아있는 순간들을 만들고 싶었다.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평소 영화를 보는 데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나 감독은 있는지?
└ 특정 어느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 잘 본다.

혹시 '어둔 밤' 상영 계획은 있는지?
└ 앞으로 초청되는 영화제에서는 상영될 것 같고, 만약에 공동체 상영 초청이 온다면 볼 수 있을 것 같다. 배급 관련해서도, 나중에 좋은 소식이 오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리해서 상영할 생각은 없다. 불러만 준다면 언제든지 찾아갈 것이다. (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차기작 소식은?
└ 앞서 언급했듯, '어둔 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편집작업을 당분간 계속할 것이다. 영화제가 끝난 이후에 여러 곳에서 제안이 오고 있는데, 차기작 작업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진 않았다. 천천히 결정할 생각이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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