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의 'Ears-up' vol.16 게스트 김해원

 ⓒ 'Ears-up' 페이스북 페이지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당신은 어떤 기억법을 통해 '순간'을 기억하는가.

쓸쓸한 얼굴로 쓸쓸함을 노래하는 한 음악인은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기억은 추상적으로 남고, '공간'에 대한 기억은 또렷하게 남는 것 같다. 어떤 순간을 떠올릴 때, '공간'으로 떠올린다"라고 말했다. 바로 '김해원'이다. 

미디어에서나 사석에서나, 그에 대한 소개는 '김사월X김해원의 김해원'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도 그를 설명하기에 알맞은 수식어지만, 오늘 만큼은 그를 솔로 음악인 '김해원'으로 소개하고 싶다.

김해원은 영화 음악 작업을 비롯해 2014년 '김사월X김해원'을 결성하고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그리고 아직 솔로 앨범은 발매되지 않았지만 혼자서도 꾸준히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어제(31일) 연희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LOG'에서 최고은의 월간 기획공연 'Ears-Up (vol.16)'이 진행됐다.이 공연은 음악인 최고은의 녹음실에서 매달 진행되는 기획공연으로 월마다 특별한 주제와 함께한다. 음악인 최고은은 지난 2010년 EP앨범 '최고은 1st'를 발매하고 꾸준히 음악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후지TV 아시아 버서스'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주요 키워드는 '음악, 영화, 여행'이었다. 이날 최고은은 "음악인들에게 '녹음실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일일 수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규모가 작은 공연일수록, '공간'이 갖는 의미는 음악인에게도, 관객에게도 특별한 것이다. 공연자인 동시에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을 기획하는 최고은은 공연 시에 중요한 지점들을 잘 포착해낸 것 같았다. 공간 곳곳에서 그가 설치해둔 '배려'를 찾을 수 있었다. 

오프닝은 최고은이 맡았다. 첫 번째 곡은 '인디 20 (인디 20주년 기념 앨범 Part.2)'에 수록된 싱글 '너에게' 였다. 최고은은 이 곡에 대해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시작한 노래"라고 전했다. 이어 여름에 어울리는 그의 노래 'Forest' 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편안함을 전하는 음악인답게, 최고은은 김해원과의 토크도 편안하게 이끌어갔다. 관객이 그들의 인터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들과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시간이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버스터 키튼 (Buster Keaton)' 의 영화 '더 레일로더 (The Railroader)'를 배경으로 삼고, 그들이 준비한 음악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영화 감독 '버스터 키튼'은 '찰리 채플린의 라이벌'이나 '성룡의 롤모델'이라는 수식어로 익숙한 무성영화 대표 감독이다. 이날 최고은은 레일 위를 달리는 버스터 키튼의 모습 위에 'Open The Door'를 연주했고, 김해원은 여행의 여정 위에 여행지에서 자신이 직접 수집한 소리들을 얹는 등 관객의 기억에 남을 특별한 순간을 선사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그의 솔로곡들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그가 준비한 곡들은 대부분 아직 음원으로 발매되지 않은 곡이었기에, 음악인과 곡 사이에서는 '날 것의 냄새'가 나는 듯했다. 특히 '헝클어진 머리'와 '바다와 나의 변화' 같은 경우는 음악인과 작업물의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림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 했다.

최고은과 김해원. 이 두 음악인의 음악을 들을 때, 꼭 한번쯤 눈을 감고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눈을 감고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당신은 당신만의 영화를 보게될 것이다.

최고은의 'Forest'를 듣고 있자면 '풀과 녹음', '말', '바다', '강아지와 양', 그리고 '사람'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김해원의 '오 내사랑'을 듣고 있자면 안개나 신기루에 가려 보이지 않는, 사랑하고 싶은 사람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주 사소한 기억, 사소한 순간만 가지고 있어도 좋다. 이들의 음악과 함께라면 그 어떤 것도 영화가 될 수 있다. 본지의 화두인 '당신의 기억법'을 최고은과 김해원의 음악이 응원할 것이다. 

한편 김해원은 "빠른 시간 안에 솔로 앨범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최고은이 기획하는 'Ears-Up'공연도 매달 진행될 예정이며, 자세한 소식은 최고은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글·사진] 박소연 기자 soyeon0213@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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