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1945년 해방 직후의 만주, 그 누구도 명백한 사람은 없다. 또렷하지 못한 시공간에서 맞이한 해방은 또렷함을 강요받는 시공간을 형성한다. 이분법적 구도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인간 개개인을 '이야기'가 훌륭하게 묘사했다. 

국립극단과 만난 배삼식 작가는, 개인의 사유가 제한받는 이 '명백한(혹은 명백하도록 강요받은)' 시공간에 균열을 일으킨다. '나'와 '타인'의 구별 기준이 단순해질수록 세상은 잔인해진다.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서사, 치열한 연출은 국립극단의 2017년 상반기를 유려하게 장식했다.

연극의 백미는 '귀신 같았던' 그들의 실루엣에 있다. 갖은 고생 이후, 어렵사리 언덕 위에 오른 구별의 신봉자이자 희생자인 이들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못 할 짓을 해야 살 수 있었던 그 시대, 이들의 생애 전부를 매도하는 섣부른 판단은 또 다른 구별의 희생자를 낳는 길.

연극은 아름답고 아팠다. '명숙'과 '미즈키'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 공연 정보
  - 공연 제목 : 1945
  - 공연날짜 : 2017. 7..5~30.
  - 공연장소 : 명동예술극장
  - 작, 연출 : 배삼식, 류주연 
  - 출연배우 : 박상종, 박윤희, 백익남, 김정은, 성여진, 김정환, 신용진, 조판수, 주인영, 이봉련, 김정민, 이애린, 유승락, 홍아론, 김다미
  -'연뮤'는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지칭하는 단어로, 연극 및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줄임말이다.

key000@mhns.co.kr 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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