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로맨스가 필요해 3'에서 좋아하는 '태윤'의 고백을 들은 '주연'은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완'을 떠올렸지만, 그녀가 그를 떠올린 것은, '내가 이 고백을 받아들인다면 나를 사랑하는 그 애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런 짓을 해도 괜찮을까'에 대한 고민이 아니었다.

 

'내가 이런 고백을 받았다고 말한다면, 그 애는 뭐라고 말해줄까. 나를 염려하며 아마도 이런 조언을 해주겠지' 라는 생각에서 그를 떠올렸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를 사랑의 라이벌 선상에 두지 않는 것도 모자라, 지금 내가 시작하고자 하는 사랑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잔인한 행동을 하고 있었던 거다.

물론 지금 극 중의 '완'은 '주연'이 어린 시절 키웠던 코찔찔이가 훈남으로 성장해 나타났다는 것 외에도 존재할 수 없는 그런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 같지 않다.

이전 시즌의 '신지훈'조차도 사랑하는 그녀를 욕심내고, 그녀가 자신과 함께 행복하기를 바랐지만, 지금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완'은 역대 어느 서브 남주인공도 하지 못했던(-그가 주인공이기 때문인 걸까? 결국 그녀가 그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돌아올 예정이어서?-), 그녀의 행복과 그녀가 받을 상처만을 고려하고, 심지어는 그녀가 자신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마음에 솔직해질 수 있도록 돕기까지 하는(-이건 흡사 미래든 과거든 제3세계에서 떨어진 조력자 같은 캐릭터에 오히려 가깝지 싶다-),

그녀를 위해 자신이 만든 모닝 수프를 아픈 그 남자에게 가져다주겠다며 나갔다 돌아와서는 배고프다고 찡찡대는데도 그녀를 등에 업고 다시 파스타를 만들어주는, 그런 남자이다. 아.. 다시 서술하며 곱씹어 보니 진정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완'은.

좋은 사람이어서, 내게 친구같이, 가족같이 즐겁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세심하고 다정한 이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게 기쁘고 위로가 되는 느낌이어서 자꾸 기대하고 기대게 되는 것. 그건 자연스럽고 충분히 이해 받을 수 있는 마음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그를 사랑한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른 것이라고 확신해 버린다면, 더 이상 그 마음을 마냥 내 것으로 누릴 수는 없다. 그건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것 없이 희망고문하고 상처 내는 잔인한 짓이니까.

지금, 어렸을 적 자신이 업어 키운 '친동생 같은 남자, 고구마'라는 타이틀을 붙여, 어쩌면 그것을 핑계로 그녀는 스스로 두 남자의 사랑을 받고, 그들에 대한 마음을 동시에 키워가는 것을 합리화하고 용인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직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완'에 대한 마음은 그녀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처럼 다른 두 가지 모양의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까, 과연 이 이야기의 말미에 그녀는 어떤 사랑으로 기울게 될지 궁금해진다.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