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황정민, 유아인, 장윤주, 오달수, 유해진이 영화 '베테랑'에 출연한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부당거래' 시사회가 딱 이 장소였던 것 같다. 나가면서 감독님과 재밌게 봤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늘 똑같은 장소에서 나가면서 그런 대화를 할 것 같다."

유해진의 말처럼 영화 '베테랑'은 2010년 작품 '부당거래'의 제작진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부당거래'로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받은 바 있는 류승완 감독이 '베를린'과 '신촌좀비만화' 이후 돌아왔다. 여기에 '국제시장'으로 생애 첫 천만 관객을 동원한 황정민이 '부당거래' 이후 또 한 번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서도철'로 복귀한다. 또한, '부당거래'에서 악역 '장석구'를 맡은 유해진이 이 작품에서도 악역 '조태오'의 오른팔인 '최상무'를 맡아 열연한다.

베테랑 광역수사대와 안하무인 재벌 3세의 맞대결답게 '부당거래'에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배우들도 연기를 뽐낸다. '완득이', '밀회' 등으로 사랑을 받은 유아인이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 여유로운 미소 속 서늘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조태오'로 등장한다. 여기에 한국 최초 누적 관객 수 1억 명이라는 기록을 보유한 오달수가 광역수사대 '오팀장'을 맡아 웃음을 책임진다. 또한, 생애 첫 스크린에 데뷔한 모델 장윤주가 광역수사대 홍일점 '미스봉'을 연기해 시원한 발차기를 선보인다.

8월 5일 개봉을 앞두고, 21일 오후 CGV 왕십리에서 영화 '베테랑'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상영 후 열린 기자간담회엔 류승완 감독,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장윤주, 오달수가 참석했다. 이번 여름 박스오피스 1위를 노리는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마지막 명동 싸움 장면의 뒷이야기가 있다면?

ㄴ 황정민 : 저희가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열흘 정도 할애를 했다. 실제 지역은 명동이 아니고 청주였다. 청주시민 여러분과 상가 번영회 분들이 도와주셔서 편안하게 찍었다. 정두홍 무술감독님과 류승완 감독님의 케미가 잘 맞아서 액션 장면을 되게 편하게 찍었다. 기본적으로 사전 연습을 많이 했고, 액션스쿨에서 그림 콘티가 아닌 카메라로 미리 짜서 했던 작업이라 보기엔 굉장히 어려워 보여도 막상 하는 사람들은 편안하게 했다.

   
▲ (왼쪽부터) 류승완 감독,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장윤주, 오달수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류승완 : 명동 싸움 전에 경찰 오토바이 2대를 치고 나가는 장면이 있다. 2번째 오토바이를 치는 스턴트가 고난도였다. 실제로 찍지 않으면 안 되냐고 이야기도 나왔다. 특수분장 더미도 아니고 스턴트맨이 정면충돌을 했다. 15~16년 동안 찍으면서 가장 큰 사고가 났다. 스턴트맨이 점핑을 해야 하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앞유리에 턱이 찍힌 것이다. 몇 cm만 내려가도 목이 찍히는 상황이었다. 안에 치아가 보일 정도로 찍혔다. 모든 배우와 감독이 응급실로 갔다. 그런데 그 친구가 한 말이 "죄송합니다"였다. 아픈 것이 문제가 아니고 촬영에 펑크를 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더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말씀은 편하게 하셨지만, 굉장히 노력했다.

광기 어린 연기의 비결이 있다면?

ㄴ 유아인 : 광기의 비결은 '약'인 것 같다. (웃음) 광기 어린 악역을 하기 위해서 힘을 많이 뺐는데, 힘이 들어간 것 같아서 반성하고 있다.

다른 형사물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ㄴ 류승완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공의 적' 등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다양한 형사 영화가 있다.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행히 우리에겐 황정민이 있었다. 이 배우가 하면 다를 것이라고 하는 믿음이 있었다. 소시민 영웅을 원했다. 영화적 캐릭터보다 집안에 골칫거리 삼촌 같고, 가족이기엔 버거운데 친구로는 좋은 그런 사실성으로 다르게 접근하려고 했다. 영화 속 등장하는 가족의 묘사가 중요했다. 선과 악의 집단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가족주의를 가지고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과 드라마 상의 세부 묘사들에서 우리 영화만의 개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조태오' 캐릭터는 현실의 재벌을 참고해서 만든 것인가?

ㄴ 류승완 : 무엇을 보셨건 간에 사실과 다르다. (웃음) 저는 어떠한 입장도 취할 수 없다. 저 역시 뉴스를 보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고, 제가 느낀 분노와 상실감을 모든 관객이 느낄 것으로 생각했다. 액션 영화는 누가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합당한 복수를 해야 하는 악당을 생각해보니, 괴물 같은 인물인 '조태오'라는 개인도 있고, 그 개인을 만드는 시스템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조태오'가 평범한 중산층으로 살 수 있는데, 그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사람을 이상한 괴물로 만든 것 같았다. 무언가 연상이 되더라도 찝어서 말할 수 없는 점은 이해 부탁한다. (웃음)

   
▲ 황정민(왼쪽)과 유아인(오른쪽)이 V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마다 유행어들이 나온다.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명대사를 뽑는다면?

ㄴ 황정민 : 맨 마지막 대사다. "이 새끼 싸움 X나 잘해"다.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웃음) '서도철' 같은 느낌의 말이고, 그 순간 할 수 있는 제일 멋있는 대사다. 관객분들이 어떤 대사를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개봉 후에 저에게 피드백이 있을 거라 보고 그때 수정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이 대사다. (웃음)

영화 선택에 대한 기준이 있는가? 자신의 매력 포인트는?

ㄴ 황정민 : 대본을 선택하는 첫 기준은 관객이다. 좋아하는 책이 있고 주위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아무 책을 선물하기 쉽지 않다. 어떤 책이 좋고 상대방이 읽기 편한지, 상대방에게 책을 선물할 때의 기준으로 영화를 고른다. 영화를 관객들이 기분 좋게 볼 수 있는지로 선택한다. 제 입으로 매력을 이야기하기는 창피한데, 얼굴 좀 빨갛고 만만해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웃음)

모델로 평소 화려한 의상을 입었다. 이번 영화의 의상은 어떻게 정했나?

ㄴ 장윤주 : 같이 미팅을 했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기존 모델의 독특하고 화려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 등산복을 입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여러분이 보신 화려한 화보와 다르게 제 일상은 '미스봉'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운동복, 반바지,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데, 원래 나의 모습으로 스타일이 조금 추가가 됐다. 화장기를 버리고 평소의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려고 했다.

캐릭터들의 다양한 포인트를 뽑아낸 것 같다.

ㄴ 류승완 : 많은 배우의 개성을 봐주셨다면 감사하다. 그것은 제 역량이 아니라 배우들의 역량이다. 배우들에게 판을 만들도록 캐스팅 단계에서 신중하게 했다. 좋은 앙상블과 독특한 개성을 보일 수 있는 배우들을 모시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을 신경 쓰다 보니, 주인공이 돋보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연 배우들 캐스팅을 할 때가 더 신중하고 어려웠다. 악역이지만 특별한 사연도 없는 '최상무'가 유해진 배우가 아닌 다른 배우였다면 과연 그렇게 보였을까? '오팀장'도 오달수가 아닌 다른 배우가 했다면 사우나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잘 살려질 수 있을까? 제가 오케이를 내릴 수 있는 좋은 연기의 배우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 캐스팅이 끝나고 나면 제 역할은 많이 줄어들게 된다. 영화를 가장 먼저 보는 1차 관객으로 좋은 장면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개성을 끌어들이기 위해 작업을 하는 것보다 좋은 결정을 할 수 있게 배우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시리즈로 제작할 생각이 있는가?

ㄴ 류승완 : 허락을 해줘야 만든다. (웃음) 작업하는 과정이 너무 즐겁고 재밌었다. 이 멤버들과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만약 이 영화의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면, 안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3편쯤에 '조태오'도 복역하고, '최상무'도 사장으로 나와서 하면 좋을 것 같다.

유해진 : 저는 그럼 할 생각이 있다. (웃음)

류승완 : 그럼 당황스러워진다. (웃음)

오랜만에 악역이다. 어떻게 준비했나?

ㄴ 유해진 : 제가 선한역이든 악역이든 따로 준비하는 것은 없다. 감독님과 '부당거래'에서 했는데, 저도 의지하고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해가면 자연스럽게 작품이 만들어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따로 준비한 것은 없었는데, 저를 왜 악역으로만 쓰는지는 궁금하다. (웃음)

류승완 : '부당거래', '베테랑'을 통해 악당으로 모셨는데, 저는 유해진 선배가 악역을 하게 되면 그냥 악당으로 보이질 않는 것 같았다. 나쁜 일을 하는 사람으로만 보였다. '부당거래'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최후를 맞이할 때 나오는 '된장찌개' 대사는 대본에 없는 것이었다. 그 순간 악당 캐릭터가 아니라 사람으로 보이는 힘이 있었다. 유해진 선배님의 코믹한 역할이나 인간적이고 선한 역할은 다른 감독도 만드시고 돋보이게 된다. 저는 이 배우의 다른 지점이 궁금해졌다.

'베테랑'도 '최상무'가 나쁘지만, 그 인물을 위해 어떤 특별한 세팅을 한 것이 없다. '서도철'에게 고꾸라지고 '조태오'를 바라보는 모습, 구치소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태도 등 스펙트럼을 넓게 표현해준다. 일반적인 악역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믿고 부탁을 하는 것 같다. 나쁜 놈 역할을 할 배우는 많은데, 인간의 피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유해진 선배님이 갖고 계신 큰 개성이고 재능이다.

출연 배우도 그렇고 '부당거래' 작품과 유사한 흐름이다.

ㄴ 류승완 : '부당거래'를 하면서 알게 된 형사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 형사들을 만나면서, 형사들의 삶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부당거래'도 제가 받았던 원작에서 각색하는 과정이 길었고 많은 부분이 바꿨다. 취재한 자료들과 형사들의 말과 행동이 줬던 영향이 오랜 기간 남았다. 원래 형사 영화들도 좋아했다. '수사반장'도 좋아했다. '베를린'을 했을 때, 잘 모르는 세계를 다루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배우들과 즐기면서 작업을 하고 싶었다. 해소라는 측면에서 응원하는 대상이 승리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정의의 가치, 사람에 대한 태도를 어릴 때 영화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익숙하고 낡은 가치겠지만, 보편적이고 변하지 않을 법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를 통해 통쾌함을 갖고 싶었던 것이 이 작품에 들어있다.

재밌는 장면이 많았다. 가장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ㄴ 오달수 : 직접 몸으로 부딪치지 않고, 주로 모니터를 보거나 통화를 해서 날로 먹었다. (웃음) 황정민 씨나 수사대 팀들이 애썼다. 저는 부산 촬영 때 같이 가긴 갔었는데, 차 안에서 한 커트 나오는 것이 전부였다. 옆에서 고생하시는 모습을 많이 봐서 조금 죄송스럽다.

류승완 : 사실 부산 촬영 장면에서 가장 위험한 스턴트가 오달수 씨의 운전 장면이었다. 오달수 씨가 운전을 못했다. 그래서 몇 번을 해서 오케이가 나왔다. 배성우 배우가 문을 열고 타야 하는데, 운전하다가 문이 잠기기도 했다. 생각도 하기 싫다. (웃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오달수 : 1997년 '넘버 3'를 보면서, 정말 통쾌하다는 생각을 했다. '넘버 3' 이후로 통쾌한 한국 영화를 보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기쁜 하루였다.

장윤주 : 진짜 청량감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감독님이 했는데, 엔딩씬을 보고 짜릿한 에너지가 올라왔다. 다행히 제 역할도 광역수사대분들과 어울리게 나오고 발차기로 통쾌함을 보여줘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미스봉' 뿐 아니라 출연한 모든 분이 재조명됐으면 좋겠다.

유해진 : 예전에 '부당거래' 시사회를 끝낸 장소가 딱 이 장소였던 것 같다. 나가면서 감독님과 이야기했는데, 재밌게 봤다고 한 적이 있다. 오늘 똑같은 장소에서 나가면서 그런 대화를 한 것 같아 다행이다. 많은 분이 봤으면 한다.

   
▲ (왼쪽부터) 황정민, 유아인, 장윤주, 오달수, 유해진, 류승완 감독이 V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아인 : 저도 오늘 처음 봤는데, 긴장하긴 했어도 재밌게 봤다. 잘 만들어진 영화에 부족하나마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다. 입바른 말로 "많이 배웠어요"라고 했는데, 감독님과 선배님께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황정민 : 이 자리에 있으면서 갑자기 같이 촬영을 했던 (정)만식이, 정웅인 선배님, (유)인영이 등 배우들이 확 떠올랐다. 그 친구들 덕분에 플래시를 받는 것 같다. 그 친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통쾌하게 전달되리라 믿는다.

류승완 : 황 선배님께서 말씀드렸는데 이 자리를 있게 해준 배성우 배우, 정만식 선배, 진경 씨, 유인영 씨 등 정말 많은 배우가 있는데 이 배우들에게도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한다.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의 힘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이 됐으면 좋겠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조현제 기자 jhj@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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