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성열 작가

[문화뉴스 MHN 정성열 아띠에터]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영화 '박열'에서 이준익 감독, 이제훈, 최희서 배우는 어떤 명장면을 뽑았을까요?

가장 먼저 '박열' 역으로 인생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은 배우 이제훈이 뽑은 명장면은 '후미코'(최희서)가 일하는 '사회주의 오뎅바'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불령사 앞에 한물간 일본 사무라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불령사를 조롱하는 사무라이들을 노려보던 '후미코'는 팔팔 끓는 오뎅탕을 그들에게 끼얹고, '박열'은 식칼을 휘두르며 쫓아냅니다.

지금까지 보았던 일본인에게 핍박받는 조선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두 사람의 거침없는 모습은 보는 관객들에게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선사하죠. 뿐만 아니라, 하나로 똘똘 뭉친 불령사 단원들 간의 끈끈한 우정까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이제훈은 "불령사 친구들과 환상적인 앙상블이 드러나는 장면으로 따뜻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서로의 연기를 더 집중해서 보고 느끼려고 노력했다"라며 불령사 단원 간의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위한 노력을 밝혔습니다.

올해 최고의 발견으로 손꼽히며 주가 상승 중인 최희서가 뽑은 명장면은 '박열'이 홀로 형무소로 이송되는 모습을 본 '가네코 후미코'와 불령사 단원들이 '박열'과 언제나 뜻을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아 다 같이 '인터내셔널가'를 합창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최희서는 본래 시나리오상에는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 장면이 없었다고 밝히며 촬영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언급했죠.

대본 리딩 당시 이준익 감독이 불령사 단원들의 공통된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노동자 계급의 각성과 이 세상의 모순을 끊어버리자는 내용의 '인터내셔널가' 합창을 제안하게 되면서 이 장면이 탄생하게 된 것인데요. 최희서는 "시나리오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가슴 뜨거운 감정을 확실하게 전달해 주는 것 같아 명장면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해당 장면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전했습니다. 공통된 가치관으로 하나 된 불령사를 대사가 아닌 '인터내셔널가'로 표현한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선사하죠.

 

마지막으로, 탁월한 연출력으로 극찬 세례를 받는 이준익 감독이 뽑은 명장면은 철저한 고증으로 완성된 첫 번째 공판 장면입니다. 실제로 '박열'은 대역죄인 사건의 재판에 앞서 다양한 조건을 내세우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공판정에서의 조선 예복 착용을 허락할 것'이었습니다. 고증에 따르면, '박열'은 일본 공판정에 분홍색의 조선 관복을 입고 등장해 엄숙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죠.

이처럼 피고인의 신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박열'의 파격적인 행동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고증을 철저히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영화를 보면, '아무리 영화라도 일본 대법정에서 저렇게 하고 나와도 되는 거야?'라고 할 정도로 황당한 장면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이 쓴 '가네코 후미코' 평전에 쓰여있는 사실이다"라며 분홍색 관복의 색깔과 부채를 들고 나왔다는 사실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쳤음을 밝혔습니다.

조선의 예복을 착용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법정에서 조선어를 사용하는 등 제국주의의 심장부인 도쿄, 그중에서도 대역죄인으로 심판받던 일본 대법원의 공판정에서까지 거침없이 저항했던 '박열'의 삶과 가치관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도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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