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영국 출신 사이먼 럼리의 '패셔니스타'는 관객들에게 불쾌하면서도 묘한 기운을 선사했다. 그래서 상영이 끝나고도 계속 잔상이 오랫동안 남았다. 단순한 치정극 소재에, 사이먼 럼리는 '쇼핑 중독'이라는 '에이프릴', 그리고 그녀가 불안해질 때마다 강박관념 식으로 옷의 감촉을 느끼거나 냄새를 맡는다는 설정을 집어넣으며 극을 보다 다양하고 흥미롭게 구성해갔다.

'에이프릴'에게 옷은 그야말로 마약과도 같았기에 그녀가 갈아입는 수백 벌 옷의 화려한 색깔에서 전해져오는 몽환적인 영상미에 관객들 또한 취하게 했다. 그리고 남편 '에릭'의 외도 때문에 만나게 된 의문의 남성 '랜달'로 인해 '에이프릴'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듯,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패셔니스타'의 전개 또한 뒤흔들려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치정극을 통해 사이먼 럼리는 결과적으로 중독의 무서움이 어느 정도인지 표현하였지만, 그 중독의 객체를 여성으로 한정 지으면서 관객들에게 편견을 심어주는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 무서움과 불편함을 사이먼 럼리는 기괴하고 변태스럽게 연결해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전해주고 있다. 마치 모 과자의 광고 문구처럼 '자꾸만 손이 간다'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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