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 프로그래머 추천작: '균열', '누명', '하이퍼솜니아', '항문남녀', '해피 헌팅'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 10박 11일 일정도 어느덧 막을 내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58개국 289편(장편 180편·단편 109편)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21일 폐막식에서는 경쟁 섹션인 '부천초이스' 장·단편 등 8개 섹션 16개 부문의 시상이 이어졌다. '부천초이스: 장편'에는 '벗어날 수 없는'이 '부천초이스: 단편'에는 '그린', 그리고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단편'에는 '어둔 밤(장편)'과 '진동(단편)'이 각각 작품상을 수상했다.

본지에서는 이번 BIFAN에서 프로그래머들이 추천했던 영화들 중 11편을 이번 영화제에서 관람하였고, 그들의 추천이 과연 옳았는 지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보았다. 석재현, 양미르, 그리고 이민혜 기자가 전하는 BIFAN 프로그래머 추천작 관람 후기는 어떨까?

 

균열(2017)

- 감독 : 엘링거 토로드센

- 줄거리 : '군나르'는 밤늦게 전 애인이었던 '에이나르'의 전화에 불길한 예감을 받고 황급히 집을 나선다. 한적한 별장에 혼자서 근신하고 있던 '에이나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군나르'를 맞아들이지만, '군나르'는 점차 기이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 감상평 : 냉기가 흐르는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한 '균열'은 두 주인공 '군나르'와 전 애인 '에이나르'의 관계, 그리고 두 사람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사건을 다뤘다. 그렇기에 BIFAN에서는 '퀴어 스릴러 영화'로 규정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이 부분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정체성만 모호해진 느낌만 줬다. 동성애 소재는 이미 대중화되었고, 두 주인공을 둘러싼 묘한 기운을 너무 질질 끌고 갔다. 결국 감독과 관객 사이 '균열'만 커졌다. 5/10 (석재현 기자)

 

누명(2016)

- 감독 : 아르파드 소프시츠

- 줄거리 : 1960년대 헝가리 변두리의 작은 마을 마르트푸를 충격으로 몰아갔던 극악한 연쇄살인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 감상평 : 아르파드 소프시츠 감독의 '누명'은 '헝가리판 살인의 추억'의 냄새가 났다. 실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 위에 1960년대 동유럽 사회의 모습을 덮어씌운 점이 그러했다. 극 중에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는 '레티'와 '레티' 때문에 갈등하는 형사와 검사의 모습 또한 당시 사회 분위기를 대변했다. 결말 또한 TV 속에 등장한 '소련-체코슬로바키아 협약'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오늘날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할 지는 잘 모르겠다. 6/10 (석재현 기자)

 

하이퍼솜니아(2016)

- 감독 : 가브리엘 그리에코

- 줄거리 : 연기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여배우 '밀레나'는 중요한 연극의 역할을 맡게 된다. 리허설 도중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된 '밀레나'는 인신매매 소굴에 납치되어 끔찍한 학대와 고문에 직면하게 되고, 연기와 꿈과 현실이 계속 자리바꿈을 하는 가운데 '밀레나'의 공포와 절망은 점점 사실로 다가오는데…

- 감상평 : 아르헨티나 역대 공포영화 흥행 3위를 달성한 '하이퍼솜니아'는 '겟 아웃'처럼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나는 현실적 공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초반에 주인공인 '밀레나'가 연극 오디션을 보러 가기 위해 늦은 시각 위험하고 낯선 장소까지 가서 테스트를 보는 모습 또한 실제 벌어지는 사례에서 착안했다. '과다수면'을 통해 겪는 가상적인 공포를 이용해 실존적 공포를 극복하려 했으나, 평범한 마무리가 다소 아쉽다. 6/10 (석재현 기자)

 

항문남녀(2016)

- 감독 : 피터 벡

- 줄거리 :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심한 중독 증상을 치료 중인 '아다'와 '애런'은 정신과 상담을 기다리던 중에 서로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서로의 그곳을 탐닉하기 시작하는데…

- 감상평 :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취향을 가지고 있다. 독특한 취향이든 특별한 취향이든 어떠한 취향이 있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중요시 하는지 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영역이라 모두 하나하나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라 우리는 서로의 취향존중을 해주지만, 영화 '항문남녀'가 얘기하고자 하는 취향이 무엇인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2/10 (이민혜 기자)

 

해피 헌팅(2017)

- 감독 : 조 디아츠, 루이 깁슨

- 줄거리 : 알콜중독자 떠돌이 '워렌'은 궁핍한 '베드포드' 지역으로 길을 들어서게 된다. 운이 나쁘게도 이 지역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고급 취미생활(?)을 위해 부랑자들을 모으던 중이었는데…

- 감상평 : 황량한 사막에서 핏빛의 총성으로 시작하는 '해피 헌팅'은 트럼프 당선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전개가 작품 전체를 뒤덮는다. 멕시코 국경 근처 '베드포드'에서 '러스트 벨트'를, 외부인 '워렌'을 맞이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배척 정책을 연상케 했다. 가장 인상적인 씬은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놓인 커다란 장벽이며, 이 장벽을 넘으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는 설정은 어떤 게 더 공포인지를 묻는다. 7/10 (양미르 기자)

[BIFAN 결산 ②] 세 기자의 시선, '프로그래머 추천작' 팩트체크: '어둔 밤'부터 '려행'까지 로 이어집니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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