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비틀 서툴지만 즐겁게 혼자임을 감수하다.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송수진 artietor@mhns.co.kr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연극인, 연출 송수진. 극단 묘화 대표.

[문화뉴스 MHN 송수진 아띠에터]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좋은 희곡은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변하여도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언제나 인간 본연의 것들을 이야기하며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개연성을 잃지 않는 희곡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읽히며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개인적으로 그런 희곡 중 하나를 꼽자면 장진의 '서툰 사람들'이다.

훔치러 들어온 도둑과 집주인 여자 사이에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과 외적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펼쳐 놓았지만 밑바탕에 깔린 것은 혼자라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쓸쓸함이었다. 훔치는 게 서툰 도둑과 어딘가 어리숙한 집주인 여자, 두 사람 다 자신의 삶과 생활에 대해 매우 서툴고 어리숙하다. 이런 두 사람의 황당한 어울림은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의 혼자라는 외로움 속 서투름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이 극 속에서 결코 무겁고 어둡게 이야기되지 않는다. 도리어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두 캐릭터의 알콩달콩함은 그 두 캐릭터가 전혀 어울릴 수 없다는 사실마저도 잊어버릴 정도로 서로에게 따듯한 시선을 보내며 호감을 쌓아간다. 

▲ 서툰사람들 포스터

아무리 착하고 순진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내 집에 들어와 나를 위협하며 내 물건을 훔치러 온 도둑과 속내를 털어놓으며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 현실에서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극을 보는 내내 같이 웃고 동감할 수 있다. 우리가 점점 어른이 되어가며 혼자서 버텨야 하는 이 사회 속에서 비틀비틀 서툴지만, 그 서투름 속 어색함과 외로움을 들키지 않으려 혼자임을 즐기고 잘 살아가려 노력하는 모습들 때문이라 이해된다. 

자의든 타의든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영화를 보며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져 이제는 혼자가 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우리에게 작가이자 연출가 장진은 한참 잘 웃고 재밌게 떠들다가 옆구리를 쿠욱 찌르며 '정말 혼자인 게 편하니?'라고 씩 웃으며 답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을 하는 듯했다. 

공연이 끝난 후 작가의 꼼꼼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극 중 서툴고 어리숙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인물들을 만들기 위해 더없이 꼼꼼하고 디테일한 글을 쓴 작가이자 연출가인 장진에게 '고맙다' 이야기 하고 싶었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