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강해인 아띠에터]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이름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감독. 상상력의 극한과 관객을 전율하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 감독.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크리스토퍼 놀란은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비범한 감독이다. 국내엔 배트맨 시리즈, '인셉션', '인터스텔라'까지 발표하는 작품마다 관객 수가 늘었고, 특히 '인터스텔라'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상징적인 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덩케르크'가 제작된다 했을 때, 크리스토퍼 놀란이기에 의외였다. 그는 실사 촬영을 극도로 추구하는 것에 비해 이야기는 늘 현실과 거리가 있었다. 슈퍼히어로, 꿈, 우주 등 현실을 벗어나 상상력을 팽창시켜 온 그였다. 심지어 과거를 배경으로 한 '프레스트지'조차 그 이야기의 중심엔 마술사가 있었다. '덩케르크'는 1940년에 있었던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담았고, 이 실화를 놀란이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덩케르크'에서 놀란은 실제 전장을 재연하는 걸 넘어, 관객을 그 자리에 옮겨 놓고자 했다. 내러티브, 기술, 이미지 등 영화의 모든 요소는 관객의 ‘체험’을 위해 작동한다. 이미 많이 어필되고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기존 전쟁 영화가 추구하는 액션의 스펙터클이 아닌, 그 당시의 고립감을 전달하기 위해 리얼리티의 스펙터클을 추구했고, 이를 통해 생존의 드라마를 표현한다.

 

관객에게 극도의 몰입감을 주기 위해 놀란이 사용한 건 65mm 필름 및 IMAX 카메라다. 이 도구들이 만든 이미지는 엄청난 시각적 체험을 보장하는데, IMAX 관람을 ‘권장’한다. 압도적인 스크린 크기를 자랑하는 용산 IMAX로 본 덕에, 그가 '덩케르크'에서 전달하려 한 것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이 체험은 꼭 공유하고 싶다. 여기에 실사 촬영에 민감한 놀란의 성향 덕에 1,3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영화의 미장센은 전장에 사실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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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는 엄청난 시각적 경험으로 1940년 전장으로 관객을 옮겨두고, 마지막엔 뜨거운 감동을 전달 할 영화다. 기술력이 극대화된 스펙터클이며, 색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표현한 영화다. 이 ‘새롭다’는 표현이 '덩케르크'엔 꽤 적절해 보였다. 하지만, 이 새로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는가를 묻는다면, 조금 망설여진다.

 

세 가지 시점과 시간 축을 가진 이 영화의 정교한 내러티브는 의외로 평이한 느낌을 주며, 초반부엔 너무 장황하단 인상도 준다. 이 내러티브의 정교함이 극단적인 시각적 경험을 위해 소모된 느낌마저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 놀라운 순간을 만든 한스 짐머의 경이적인 음악조차 이번 영화에선 홀로 돌출된 면이 있다. 대사량이 적은 '덩케르크'에서 ‘음악’이 많은 여백을 메우는 ‘대사’라고 할 수 있는데, 다소 과잉된 느낌을 주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을 감명시킨 이야기를 거대한 영화로 만들면서, 그 실화 자체를 보존하려 애썼다. 그러기에 기존에 그가 보였던 상상력을 양보해야만 했고, 그가 기존에 보였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영화를 내놓았다. 이렇게 탄생한 '덩케르크'는 시각적 재현 및 역사 재현의 뛰어남을 뒤로 한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이기에 아쉬운 지점이 생길 수 있다.

 

용산 아이맥스라는 새로운 시각적 체험 앞에 찬사를 보내다, 혹시 '덩케르크'에 놓친 게 있던 건 아닐까. 새로운 기술력 앞에 느낀 시각적 흥분을 뒤로하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세계를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덩케르크'를 한 번 더 예매해 뒀다. 일단, 그 관람이 끝나기 전까지는 이번 영화에 관해 놀라움을 표현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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