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7일 열린 제작발표회 사진. 좌측부터 강홍석, 한지상, 마이클리, 홍서영, 정선아, 박혜나, 정상윤, 김수용 배우.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또 하나의 대서사시 뮤지컬 '나폴레옹'이 왔다.

뮤지컬 '나폴레옹'은 지난 13일 개막해 10월 22일까지 샤롯데에서 공연되는 작품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인 나폴레옹의 생애를 다뤘다.

'나폴레옹'은 작품 제목만큼이나 이전에 만들어진 모차르트나 에드거 앨런 포 등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여러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점이 있다. 주요 인물들의 삼각 구도, 해설자 역할의 인물이 풀어가는 액자식 구성, 전 등장인물이 나와 함께 부르는 마지막 피날레 곡 등이 그렇다. 대극장 블록버스터 작품으로서 편안하고 익숙하지만, 특별함을 갖기에는 무난한 구성이다.

그렇다면 뮤지컬 '나폴레옹'의 특별함은 어디에서 올까. 다른 인물 중심의 작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폴레옹' 그 자신이다. 나폴레옹은 여전히 어떤 인물인지 논쟁을 불러올 만큼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며 뮤지컬 '나폴레옹'에선 그런 면을 광범위하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시위대를 대포로 진압하는 무자비함과 병사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자상함, 전쟁의 신으로 불릴 정도로 빼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결국 전쟁으로 실패하는 과정, 조세핀과의 열렬한 사랑과 결별 등이 2시간 50분의 공연 시간(인터미션 포함)에 가득 채워진다. 물론 그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기엔 짧은 시간이기에 이 과정들은 많이 압축되고 생략됐다.

그런데도 '나폴레옹'에 대한 커다란 포장이나 변화 없이 나폴레옹이란 인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가진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또 주연 외에도 그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들이 많고 각 인물은 등장 분량이 적어도 저마다 비중이 있어서 결코 나폴레옹만을 보러 가는 '원톱' 작품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 점을 잘 살리는 배우들의 '넘치는' 호연이 동반되는 것은 물론이다. 수많은 의상을 갈아입으며 분투하는 앙상블도 마찬가지다.

다만 탈레랑과 갈등하는 과정에서 조세핀의 여성성이 희생되는 점을 이용하는 면은 여성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의 한계가 보여 아쉽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발휘되는 부분은 '믿고 듣는' 김성수 음악감독의 웅장한 음악이다. 사람들이 단박에 기억하기 쉬운 '지금 이 순간' 같은 멜로디컬한 곡들은 아닐지 몰라도, 모든 곡이 극적 상황과 어우러지고 특히 여럿이 부르는 합창 곡에서 풍부한 오케스트라가 위력을 발휘한다.

또 앞서 말한 영상 외의 무대 활용은 침대씬 등에서 다소 텅 빈 느낌을 주는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무척 훌륭하다. 황제의 대관식, 2막 첫 씬 등 무대 자체가 인상적인 장면도 많고 깊은 무대를 전체적으로 잘 사용하며 효율적으로 살려낸다. 발코니 씬에서 탈레랑이 조세핀을 노려볼 때 무대의 깊이감으로 인해 더욱 더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거리가 멀어지는 연출도 매력적이다. (물론 이런 면을 살리는 매력적인 배우들의 열연이 뒷받침 되기에 가능한 점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제작 과정에서 홍보됐던 40문의 대포가 무대 구성에서 빠지는 등 초기에 가졌던 기대치가 너무 높아 스스로 충족하지 못하는 모양새가 됐다. 전면과 후면 영상을 동시에 사용할 때 밝기의 차이가 크지 않아 전면 영상의 가시성이 떨어져 중앙 좌석 외에는 잘 보이지 않는 면도 있다.

아시아 초연이라는 무게 있는 이름을 달고 상륙한 나폴레옹. 그가 한국을 단숨에 점령하기엔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단어가 없었듯 이 복잡하고 매력적인 인물에겐 한국 관객을 정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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