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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아저씨 이름이 뜨고서야 부랴부랴 챙겨봤다. 내 나이 서른, 누가 나에게 코딱지라고 불러줄까? 아저씨는 여전했다. 이 글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으로 써내려 가고 있다. 아마 공적인 감정뿐이었다면, 아마 난 아저씨를 김영만 씨, 혹은 김영만 선생님, 혹은 김영만 이라고 칭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는 종이접기 아저씨였고, 몇 십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색종이 아저씨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우리의 콧잔등을 시큰시큰하게 만들었다.

   
 

김영만 아저씨 아니 아니 종이접기 아저씨는 방송에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심지어 방송에서는 1위를 하기도 했다. 엄청난 관심이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누군가는 추억의 힘이라고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추억도 추억이지만 이러한 관심은 아저씨가 우리에게 보내는 지지와 응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아저씨는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우리를 코딱지로 대했다. 어른이 된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누구에게 지시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 심지어 누군가를 보살피기까지 해야 한다. 그런 우리에게 무언가를 하나 하나 친절하게 알려주며, 잘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사람은 뜬금없이 나타나서 막연하게 우리를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아저씨는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를 그렇게 대해주었다. 아저씨는 우리가 코딱지였을 때에도 늘 말했다.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은 어른이 되었으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어른이 된 우리가 단지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로 그런 격려를 받아본 경험이 얼마나 있는가?

예나 지금이나 늘 어른이었던 아저씨는 이제 우리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우리에게 권유했다. '부모님께 도와달라고 하세요.' 어린이건 어른이건 도움 받는 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한가지 달라진 것은, 어릴 때에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면, 이제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하나의 계기라는 것이다. 코딱지일 때는 몰랐던 그 사실을 아저씨는 이제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건 어른인 아저씨와 어른인 코딱지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종이접기 아저씨는 추억 이상의 존재였다. 최근 한창 열풍이었던 90년대 가요들이 단지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를 위로하는 수단이었다면, 종이접기 아저씨는 과거의 회상은 물론 여전히 우리와 소통하며 우리를 직접적으로 위로해 준 분이다. 아저씨도 감동하고, 우리도 감동하고!! 노란 눈을 황달이라고 말하는 동심을 잃은 어른에게, "어른이 되었구나!" 라고 이야기하는 아저씨.

   
 

하지만 아저씨는 그런 어른에게 실망하지 않았다. 그저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저씨 스스로 느꼈을 뿐이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도 느꼈다. 그리고 아저씨는 그런 어른에게 '어른이 되었으니 잘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하며 우리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아저씨는 팍팍한 어른의 삶에 한복판에 떨어진 감동이다. 늘 스스로 버텨내야 하고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어른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던졌다. 아니, 아저씨는 그저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고, 또 우리가 어른이 되었음을 객관적으로 인정해주었을 뿐이다. 다만, 그런 인정의 과정에서 코딱지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어른은 모든 것을 잘 할거라 믿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어른인 부모님이 한 없이 크게만 느껴졌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어른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어른도 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어른이 되고 보니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 잘 할 수 있게 된 일들도 있다. 어른이 되어서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잊고, 우리가 너무 우리를 과소평가했던 것은 아닐까?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아저씨 말처럼 어른이 되었으니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저씨의 응원처럼 어른이지만 잘 못했던 일들도 힘을 내서 해보면, 잘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결국 아저씨는 어른이 된 코딱지들에게 삶에 대한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위로 받았다.

   
 

아저씨! 코딱지들이 어른이 되었으니 아저씨 말씀처럼 잘해볼게요! 아저씨 고마워요~~~♡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해랑 rang@mhns.co.kr 대중문화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종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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